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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17. 2021

당산대지진 (唐山大地震)

진짜 여진은 어디에서 오는가


■ 원어 제목: 당산대지진 (唐山大地震, 탕샨따띠쪈)

■ 영어 제목: Aftershock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재난

■ 년도 : 2010

■ 감독 : 冯小刚

■ 주요 배우 :  徐帆,张静初,李晨,陈道明,陆毅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조금 무겁습니다. 바로 2010년 7월에 개봉한 중국 영화, <당산대지진(唐山大地震)>인데요. 1976년 7월 중국 허베이성 탕산(唐山)에서 발생했던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중국 역사상 정말 심각했던 재해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 사망자를 기리는 뜻으로 이 영화의 첫 시사회는 지진이 발생했던 허베이 탕산에서 진행되었다고 하죠. 한국에는 <대지진>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2020년 1월 26일, 그러니까 제가 코로나 사태로 상하이 집에 갇혀있을 때 본 영화입니다. 재난 속에서 또 다른 재난을 느껴보자는 생각으로 본 건 아니었고, 그저 이 영화가 유명하다는 인상은 있었는데 막상 본 적이 없어서 중국의 근현대를 이해할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장링(张翎)의 소설 <여진(余震)>을 각색하여 만들어졌는데, 23초 동안 벌어진 지진이 32년 동안 한 가족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는 1976년 탕산에서 벌어졌던 탕산 대지진과 2008년 일어났던 원촨 대지진(쓰촨 성 대지진), 이렇게 두 차례의 지진과 그 지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줄거리를 자세하게 쓰면 자칫 영화의 감동이 반감될 수 있으니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는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를 다루는 영화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진은 하나의 연결고리로서 작용할 뿐입니다. 물론 초반의 탕산 대지진은 너무 현실감 있게 다가와 보기 좀 힘들긴 합니다만.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중국 최초 IMAX 영화였다고 하는데, 지진 장면이 꽤나 처참하고 현실적이라 저라면 그냥 일반 상영관에서 봤을 것 같아요.


영화의 감독은 <불견불산(不见不散)>, <쉬즈 더 원(非诚勿扰)> 등으로 유명한 펑샤오강(冯小刚) 감독입니다. 매거진에서는 <천하무적(天下无贼)>이라는 작품에서 소개드린 적이 있죠. 펑샤오강 감독과 이 영화의 여주인공 쉬판(徐帆)은 이미 이 영화를 찍기 10년 전 혼인신고를 한 부부 사이입니다. 주연배우 캐스팅에 감독과의 꽌시가 작용했는지 여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지진으로부터 어떻게든 가족을 살리고자 하는 엄마의 역할을 잘 살려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야 그 영어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Aftershock, 여진. 실제 탕산 대지진의 여진은 길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도 이것이 가리키는 여진은 물리적인 형태의 여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진짜 여진은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진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몸에도 생채기를 냈지만, 마음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것이 그들의 남은 날 동안 여진처럼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에 대지진 10년 후 지진이 발생했던 그곳에서 사건의 유가족들이 모여 지전(纸钱)을 태우는 장면이 있는데, 제작진이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탕산 출신 보조출연자들을 섭외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가족들 중 실제로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고 그저 건너 건너 들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 장면을 찍는 내내, 아니 촬영이 끝난 후 감독이 '컷'을 외친 후까지도 촬영장은 온통 울음바다였다고 하네요. 이것이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여진'이 아니었을까요?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해 그 여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당산대지진(唐山大地震)>이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자연재해를 피해 갈 수는 없겠지만, 이런 자연재해가 인류의 손에서 더 심각해져서 인재로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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