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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Oct 16. 2021

동북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연

선양(沈阳) 지역연구 2일차 (4)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풍기던 선양 고궁 구경을 끝내고 우리는 동북 지방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중 하나인 얼런쫜(二人转)을 보기 위해 리우라오껀따우타이(刘老根大舞台)로 향했다. 이 공연장은 중국의 유명한 희극인 중 한 명인 자오번샨(赵本山, 조본산)이 만든 첫 공연장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연을 많이 올리기로 유명했고 특히 얼런쫜을 보려면 이곳에 가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얼런쫜(二人转)이라는 공연예술은 사실 내게도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이곳 동북지방 사람들에게는 "한 끼 밥을 굶을지언정 얼런쫜은 챙겨본다(宁舍一顿饭,不舍二人转)"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사랑받는 공연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론 두 명이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형식이지만, 현장에 사용되는 음악 등을 무대 한 켠의 악사들이 직접 연주하여, 동일하게 두 명이 무대에 서는 만담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한 모습이었다. 


사실 얼런쫜을 보려는 계획은 선양 지역연구를 결정한 순간부터 정해뒀기에, 출발 전에 미리 예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예매할 경우 관람 좌석을 선택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정이 조금 꼬이더라도 현장에서 당일 표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공연이었는데, 2층 자리를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표값이 430 위안(한화 7~8만 원 정도)이나 되어 웬만한 콘서트나 뮤지컬과 맞먹었다. 동북 지방에서 이 공연이 가진 위상이 느껴졌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화려했다. 얼런쫜이 본래 중국 농촌 지방에서 모내기할 때 추던 노동요(秧歌)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과장된 화려함이 보였다. 한편 여성-남성으로 이루어진 페어가 한 팀이긴 하지만, 여성은 그저 남성 파트너를 소개하고 인사하는 정도의 역할만 맡고 대부분의 공연이 남성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좀 아쉽기도 했다. 공연 도중 동북지방의 사투리를 사용한 대사가 많아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던 것도 아쉬웠지만, 이건 지방 공연의 특성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연의 질에 비해 표값이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경험이면 충분하다는 느낌. 



공연이 끝나고 슬슬 숙소로 돌아가려고 공연장을 나서는데, 택시가 전혀 잡히질 않았다. 아무래도 공연을 함께 본 모두가 같은 시간에 돌아가려고 하다 보니 수요가 몰린 듯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혀 잡히질 않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우리는 근처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파는 야시장이 있다고 하기에 그곳을 구경하며 시간이 지나기를 좀 기다려보기로 했다. 


공연장이 위치했던 곳은 중졔(中街)라는 이름의 거리였는데, 선양에서 가장 번화한 보행가이자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중국 최초의 보행가란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상점들과 백화점이 모여 있기도 했고 건물 사이사이에 간식거리를 파는 작은 점포들이 들어와 있었다. 배가 좀 고팠다면 면이나 만두 같은 길거리 음식을 사 먹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점심의 전쟁(전전 편 참조)이 남긴 후유증이 있어 간단히 고구마튀김 정도만 사 먹었다. 



거리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비닐에 싸인 따뜻한 고구마튀김과 음료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선양의 젊은이들이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길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토요일 밤, 번화한 선양의 거리, 시끌벅적 많은 사람들, 고구마튀김의 달콤함, 쾌적한 선양의 밤공기. 선양에서의 두 번째 밤이 지나간다.



[선양 2일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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