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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18. 2021

나는 힘들 때 상성(相声)을 본다

꿈을 좇는 자는 얼마나 반짝이는가

2019년 6월 27일, 상하이에서 첫 상성(相声) 공연을 한다고 하여 보러 갔다. 따중뎬핑(大众点评)에서 찾은 공연인데, 유명 상성 연기자 궈더강(郭德纲)의 제자 중 한 명이 상하이에 내려와 만든 공연단의 공연이라고 하여 믿고 티켓팅을 했다. 지역전문가 1년 기간 동안 중국의 다양한 공연예술을 관람하기로 한 목표의 일환이었다.



공연장은 굉장히 작은 규모의 소극장이었는데, 구매한 표의 금액에 따라 앉을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공연장 한 구석에서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해바라기씨(瓜子, 껍질을 까지 않은 씨)와 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편하게 먹고 마시라는 의미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공연을 하는 연기자와 관객들 간의 상호작용이 자유로운 공연에 익숙하다. 공연 중 관객의 추임새도 자연스럽다. 아, 참고로 이 공연장 역시 촬영을 '권장'했다. 오히려 홍보에 도움이 된다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연장


잠시 기다리니 극장 안이 어두워지고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상성(相声)은 일종의 만담, 즉 말로 시간을 채우는 공연예술인데, 한 텀 당 두 명이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명 중 한 명은 또우껀(逗哏, 주로 '도발'하는 주역), 나머지 한 명은 펑껀(捧哏, 주로 또우껀에게 추임새를 넣거나 말대답하는 보조역)으로 그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 또우껀과 펑껀 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케미가 이 공연의 주된 재미이며,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생활 속의 주제로 만담 내용을 구성한다.



위 사진에서 관객 기준으로 왼쪽에 선 사람이 또우껀, 오른쪽에 선 사람이 펑껀이다. 주로 또우껀은 말을 '지르는' 역할을 하거나 옆에 서 있는 펑껀을 놀리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펑껀은 또우껀이 지른 말을 '주워 담거나', 추임새를 넣거나, 아니면 놀림당하고 억울해하는, 이런 역할을 맡는다. 이날 공연은 총 2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총 5개 팀이 나와서 서로 다른 상성을 보여줬다. 상하이에서 하는 공연인만큼 중간중간 상하이 사투리도 섞여있었다.


사실 상성은 내게 낯선 공연은 아니다. 대학 때 전공필수 수업 중 '고급 중국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 시간에 궈더강의 상성 일부분을 2인 1조로 실제 동학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평가에 들어간 적이 있어 연습을 해본 적이 있다. 대사만 잘 외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외운 대사를 어떤 타이밍에 얼마나 적절하게 상대에게 뱉을 것인가, 또 어떤 제스처를 취할 것인가 등을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이날 본 공연의 연기자들은 한 극단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사람들답게, 아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연기자들 중 한 명은 안휘성에서 상하이로 온 17살 청년이었는데, 상성을 배우고 싶어서 한 3~4년 전에 이곳을 찾아와 계속 공부하고 있는 일종의 수련생이라고 했다. 상성이 단순히 대사만 외우는 만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나 문화, 또 전통 악기까지 일부 다룰 수 있어야 하는지라 쉽지 않은 전통예술인데, 여기에 흥미를 느껴 그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턴이나 실습생 같은 개념인데도 실력이 나쁘지 않아서, 공연이 끝나고 이름까지 외울 정도였다.


왼쪽에 있는 연기자가 17살 청년


공연이 끝나고, 극단 대표이자 연기자 중 한 명인 까오허차이(高鹤彩)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챗 아이디를 알려주며 친구 추가 맘껏 하라고 이야기했다. 오늘 본 공연도 동영상이든 사진이든 찍어서 맘껏 올리고 뿌리라고도 했다. 실제로 위챗 친구 추가를 했더니 금방 친구 수락을 해주었고, 웨이보에 공연 관련 글을 올리면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모든 것이 극단과 극단의 공연에 대한 홍보의 일환이었다. 어딜 가나 이런 극장 공연들은 잘 되기가 쉽지 않나 보다. 상하이는 특히 상성의 본고장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상성은 주로 중국 북방에서 유명한 공연예술이다.)


2시간의 공연 내용 중, 나는 절반 조금 넘는 수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뇌 속 번역 과정이 필요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반 박자 늦게 웃음이 터졌다.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몇 날 며칠을 갈고닦은 것 이상으로 실력을 발휘하려는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나는 꿈을 좇는 자들이 타인의 눈에는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게 보이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빵빵 터지는 관객의 존재가 그들에게 엄청난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이날 이후 나는 마음이 힘들 때나 힘 빠질 때 상성 공연을 보러 갔다. 꿈을 좇는 자의 반짝임을 보면 마음에 알 수 없는 힘이 솟았기에.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처음으로 현장에서 상성을 봤다. 스스로 도전을 한 번 해봤달까? 전체적으로 한 60%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고, 알아들었어도 웃음이 바로 나오질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반박자 느렸다.. 샤오러후이(笑乐汇)는 궈더강(郭德纲)의 한 제자가 상하이에서 만든 상성 예술단이라고 하더라. 일단 소극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편하고, 관중들이 해바라기씨 까먹으면서 공연을 보더라. 연기자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그중 팡쟈웨이(方佳伟)라는 이름의 17살 청년이 있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또 연기자 중 상하이 사람이 있었는데, 상하이 사투리로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근데 그 뒤에 상성을 할 때는 또 북방 사투리로 하고..ㅋㅋ 다 보고 난 뒤, 나의 중국어 실력이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이팅! 다음에 또 보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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