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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19. 2021

살아가는 데 최종화는 없어

안녕, 나의 세 번째 캠퍼스

2019 6 28일은 교통대 어학당의 종업식이었다. 사람에 따라  한기, 혹은 1~2  어학당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1년의 지역전문가 프로그램   학기만 어학 수업에 매진할  있으니, 사실상 짧았던  번째 캠퍼스 생활의 마지막을 고하는 행사였다고   있겠다. 3 상하이에 들어와 오들오들 떨며 분반 시험을 보고, 시간표에 금요일 수업을 없앴다고 행복해하던 나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무사히  학기를 마치고 종업식을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수업을 들었던 인문학부 건물과 화면으로 공유되던 종업식 현장


한국에서 다녔던 대학 학부, 북경 인민대에서 보낸 한 학기의 교환학생 생활 이후 내게는 세 번째로 해보는 캠퍼스 생활이었다. 직장생활 N년차에 나름대로 사회 물이 들어 이제 대학 때만큼 순수하고 천진하진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캠퍼스 생활에 행복했기에 주어진 모든 것들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최종 성적을 받고, 과목들 중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금융 한어와 신중국문학 수업에서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보니 무척 뿌듯했다. 나같이 경제관념이 1도 없는 사람이 금융 한어에서 저렇게 좋은 성적을 받다니!


영광의 성적표. 중국은 가을학기가 1학기라 2019년 상반기는 2018년 2학기다.


사실 어학당의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있어 지역전문가는 참 신비로운 존재다. 평소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모습을 보면 워낙 추레해 어디 번듯한 직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주말에 여행을 자주 다니는 걸 보니 돈이 없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같이 사는 가족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궁금함을 표시하며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지역전문가 제도에 대해 아는 만큼 이야기해줬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설명하진 않았다. 내심 인생 처음 가져보는 그런 '신비한 이미지'를 오래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다.


'신비한 이미지'의 외부인 입장에서의 3번째 캠퍼스 생활. 어학당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보며, 나는 늘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북경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학급 동학 중에도 나이가 많은 분들이 좀 계셨는데, 그분들도 나를 그런 시선으로 봤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고, 이 시기가 그네들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꼰대' 같아서 그냥 바라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하는 정도만 했다.


화면으로 공유되는 종업식을 다 보고, 졸업증서를 받아 1층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었다. 3개월 정도 되는 캠퍼스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래도 나름대로 성실히, 열심히 생활해서 정식으로 졸업증서를 받을 수 있게 되었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오늘은 종업식의 날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혼자 일주일 이상 떠나보는 지역 연구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캐리어 들고 지하철로 등교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비행기 체크인 시간에 늦을 수도 있어서 동학들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끝나자마자 총총걸음으로 교실을 나왔다.


어느 중국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 '살아가는 데 최종화는 없다(过日子没什么大结局)'라고. 만약 나의 상하이 생활이 캠퍼스 드라마였다면 오늘이 최종화였겠지만, 사실은 아직 1년 중 3개월이 지났을 뿐, 이제부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저 배경이 캠퍼스가 아닐 뿐. 자, 이제 중국이라는 배경의 또 다른 드라마를 쓰러, 떠나보자.


안녕, 교통대! 고마웠어.


종업식날 교통대 문은 왜 이리 반짝이는지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학기가 끝났다! 시간 참 빠르다.. 3월 말 그 서늘했던 캠퍼스와 4월의 아름다웠던 벚꽃, 5월 도처에 휘날리던 꽃가루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종업식을 할 때가 되었다. 고급 3반에는 금융, 당시, 근현대문학 수업이 있었는데, 정말 어떤 때는 너무 힘들었다. 특히 금융 한어..(나 정말 금융의 ㄱ자도 잘 모른다 말이야 ㅠㅠ) 하지만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잘 끝난 것 같다! 게다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각국의 동학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기에 정말 재미있었고 대학 다닐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캠퍼스를 떠나게 되는 것은 정말 아쉽지만, 세상에 끝나지 않는 연회는 없으니까, 나는 또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살아야지! 오늘 타이위안(太原)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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