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재능의 불시착
· 저자: 박소연
· 완독일: 2022.05.15
"그러니까 그놈의 가슴 뛰는 삶 타령 그만하라고. 너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인내를 들이붓는 중요한 문제를 고작 심혈관 반응에 맡기면 되겠니? 그리고 직장에다가 끊임없이 가슴 뛰는 자극과 설렘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아?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그거 되게 질척대는 거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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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가슴, 보람, 감동, 우월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구질구질한 법이다.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가족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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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런은 7대 유형이 있다. 뭐든지 세 번 지시해야 업무를 해오는 제갈공명 빌런, 남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떠넘기고 사라지는 신데렐라 빌런, 늘 자리를 비우는 다크템플러 빌런, 일이 터지면 남을 내보내고 보상은 자신이 챙기는 포켓몬 트레이너 빌런, 엑셀 프로그램 등 본인이 모르는 건 일단 배척하는 흥선대원군 빌런, 능력에 비해 욕심이 큰 아따아따 빌런,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파워레인저 빌런이 그것이다. (참고: <주간동아> '오피스빌런 특집 기사', 2019.3.11.)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다른 작가님 글에서 책을 알게 되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주문해서 읽게 된 책인데,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었다. 특히 오피스 빌런 이야기에서 빵 터졌다. 정말 회사에서 지내다 보면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서. (아직 만난 적이 없다면 본인이 그 빌런..) 호구같이 당하고만 있는 어린이집 교사 편을 읽을 때는 분통이 터지면서도 나 스스로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 여러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 사실 마음먹고 앉아서 읽기 시작하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만큼 사서 간직하기는 좀 아쉬운 책이라는 뜻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감탄이 나왔다. 분명 누구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만들어내 글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재능을 잘 착륙시킨 것 같다.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