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죽은 자의 집 청소
· 저자: 김 완
· 완독일: 2022.05.16
서가(書架)는 어쩌면 그 주인의 십자가(十字架) 같은 것은 아닌지. 빈 책장을 바라보자면 일생 동안 그가 짊어졌던 것이 떠오른다. 수많은 생각과 믿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인생의 목표와 그것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 이끌어야 했던 가족의 생계, 사적인 욕망과 섬세한 취향, 기꺼이 짊어진 것과 살아 있는 자라면 어쩔 도리 없이 져야만 했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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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여기 있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 가운데 특별하지 않은 이가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 어떨까. 특별하다는 관념은 언제나 가치 없는 것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모든 것이 가치 있고 귀중하다면, 지금 여기에서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곤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면 무척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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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자살의 아이러니가 있다면 무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극물이든 밧줄이든 무언가 도구를 이용해야만 수월하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맨몸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자 해도 중력이라는 물리 법칙에 더하여 자신의 몸에 실질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바닥이라는 막강한 보조물이 있어야 한다.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이유는 몸을 맡기는 순간 나 대신 숨통을 끊어줄 깊은 강물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특수 청소'라는 직업. 분명 어딘가엔 항상 존재했을 직업인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만나본 것은 처음이다. 책이 주는 장점이 그것 같다.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치지 못할 수도 있는 세상을 그야말로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죽음도, 삶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될까, 지금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들. 표지의 묘하게 그림자진 제목 글자도 특별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