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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01. 2020

대강대하 (大江大河) 1, 2

강처럼 흐르는 현대 중국의 역사

(※ 이 글은 본래 시즌 1의 내용만으로 발행되었다가, 시즌 2의 내용을 추가하여 재발행하였습니다.)



■ 제목: 대강대하 (大江大河, 따쟝따허) 1, 2

■ 장르 : 드라마 / 당대(当代)극

■ 년도 : 2018, 2020

■ 제작사 : 正午阳光

■ 주요 배우 : 王凯, 杨烁, 董子健, 童谣, 王永泉, 杨立新, 田雷, 赵达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환락송(欢乐颂)>과 같은 제작사인 정오양광(正午阳光)에서 제작한 당대(当代)극, <대강대하(大江大河)>입니다. 2018년 12월에 방영을 시작한 작품인데, 2019년 1분기 중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시즌 1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2020년 12월, 시즌 2도 방영이 되었고, 시즌 2 역시 주선율(主旋律, 공산당 및 중국 체제 찬양 스토리를 말함)의 교과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이 좋았습니다.


빠방한 출연진(杨烁,王凯,童谣 등)도 그 화제성을 보탠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엔 시즌 1이 방영했던 2019년이 마침 신중국 성립 70주년이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대 중국이 세계에서 그 입지를 뒤바꾼 결정적인 계기인 '개혁개방' 시기를 다룬 작품이었기에 중국 정부의 지지를 많이 받았고, 그래서 홍보 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영상물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많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해 보았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사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일단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이 정오양광(正午阳光)에서 제작한 드라마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기도 했고, <환락송(欢乐颂)>을 통해 알게 된 양숴(杨烁)와 왕카이(王凯), 특히 양숴(杨烁)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드라마에 그 두 명이 모두 나왔기 때문이죠. 그에 더해 당시 심심할 때마다 중국 웨이보를 눈팅하곤 했는데, 온통 이 드라마 얘기뿐이었습니다. '마침 다음에 볼 드라마도 안 정했으니 한 번 봐 볼까?'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죠.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 드라마가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건 보기 전엔 잘 몰랐습니다.


드라마는 소설 <대강동거(大江东去)>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즌 1은 문화대혁명이 끝나 대학 입시시험(高考)이 재개되던 1978년부터 개인사업자 개체호(个体户)가 속속 생기기 시작한 80년대 후반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시즌 2는 아름답고 찬란하다고만 생각했던 개혁개방의 길에서 이런저런 좌절을 겪게 되는 주인공들이 그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 격으로 대학에 입학해 국영기업 간부로 성장해가는 송윈훼이(宋运辉, 배우: 王凯), 어쩌다 젊은 나이에 농촌 서기가 되어 마을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여러 시도를 해보는 레이동바오(雷东宝, 배우: 杨烁), 돌아다니며 만터우(馒头)를 파는 행상으로 시작해 개체호(个体户)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진하는 양쉰(杨巡, 배우: 董子健). 이 세 주인공의 모습은 개혁개방 이후 나타난 국영경제, 집단경제, 개인경제 이 세 경제형태를 각각 보여줍니다. 중국 현대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드라마를 보면 이런 흐름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면 책으로 여러 개념들을 많이 접하지만, 막상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포(承包)가 뭔지, 개체호(个体户)가 뭔지, 집체생산(集体生产)이 뭔지... 한국에선 잘 쓰지 않는 용어로 배우니 더 그런 듯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가지는 장점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중국 사회에서 일어난 거시적인 역사의 사건들을 그 속에 살고 있는 개인이 겪는 미시적인 사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어 훨씬 이해하기가 쉽고 머리에도 잘 남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 드라마가 중국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당시를 추억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때를 배울 수 있는 교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말이죠.


저는 시즌 1은 2019년 초에, 시즌 2는 2021년 1월에 다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시즌 2보다는 1이 훨씬 좋았습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은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문율인가 봐요. 아마도 굉장히 두껍고 긴 소설을 단 세 개 시즌(이 드라마, 시즌3도 있을 예정입니다)의 드라마에 담으려고 하니 스토리의 개연성이 좀 무너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시즌 1에서 볼 수 있던 등장인물의 젊은 패기가 시간이 다소 지난 시즌 2에서는 점점 아스라이 잊혀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즌 3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의 결말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고 하여 걱정이 좀 됩니다. 어쨌거나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혹시 현대 중국의 화려하고 세련된 면을 보고 싶으시다면 이 드라마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 속에 세련됨은 아주 드뭅니다. 그 드물게 나오는 세련됨도 현대적 의미의 세련됨이라기보다는 개화기 '모-단'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 도시적인 중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인 <Like a Flowing River>처럼, 강처럼 흘러가는 현대 중국의 역사 속에서 개개인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시즌 1과 시즌 2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2019.02.03 시즌 1을 보고) 따쟝따허 시즌 1을 방금 다 봤다. 비록 역사적인 부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해서 재미있었다. 핑핑(萍萍)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 아쉽다. 그래서인지 후반부에 동바오(东宝) 서기를 보기만 해도 좀 마음이 아팠다. 왜 그렇게 빨리 죽여야 했던 걸까..? 어쨌든 시즌 2가 얼른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또 동바오(东宝) 서기가 다시 인생의 동반자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1.14 시즌 2를 보고) 이 드라마, 정말 시즌 3이 나오는 걸까? 왠진 모르겠지만 시즌 1이 더 재밌었던 것 같고, 스토리 전개도 좀 덜 허술했던 것 같다. 시즌 2 혹시 길이 제한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내용이 좀 빈 느낌이라 시즌 1 때보다 몰입감이 덜했다. "그 길이 맞다면, 천만명이 내 앞에 있어도 나는 뚫고 가겠다", 이 말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알았다. 그냥 주선율 드라마일 뿐이잖아. 하지만 송윈후이(宋运辉) 한 사람의 훌륭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치부들을 너무 많이 드러낸 것 같다. 한 가정이 무너졌는데 국가는 살고, 정말 이것이 그들이 바라는 결말인가? 내용 일부가 편집 중에 삭제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물들 간의 관계가 너무 갑자기 변해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특히 청카이옌(程开眼)과 송윈후이(宋运辉) 사이의 감정의 변화. 그리고 레이동바오(雷东宝) 분량이 너무 적었다. 혹시 몇 년 전 그 스캔들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그의 팬으로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시즌 2를 꽤 오래 기다렸고,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역시 속편은 재미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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