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해
■ 제목: 여명지전 (黎明之前, 리밍즈쳰)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추리 / 스파이
■ 년도 : 2010
■ 감독 : 刘江
■ 주요 배우 : 吴秀波,林永健,海清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2010년에 방영된 스파이 드라마, <여명지전(黎明之前)>입니다. 2009년에 <잠복(潜伏)>이 있었다면, 2010년에는 이 드라마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스파이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고, 두 드라마 모두 쑨홍레이(孙红雷)와 우슈보(吴秀波)라는 배우를 훨씬 빛내준 드라마가 되었죠. 모두 30부작이라 길이도 비슷합니다.
이 드라마와 <잠복(潜伏)>을 연달아 소개한 것은, 두 드라마가 여러모로 비슷한 점도 많지만 대조되는 점도 많기 때문인데요. 비록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잠복(潜伏)>이 남자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위장하여 스스로의 임무를 해내는지에 더 집중했다면, <여명지전(黎明之前)>의 남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대놓고 의심을 받습니다. 의심을 받는 와중에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결백을 입증해가면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파이 드라마로서, <잠복>의 스토리라인이 좀 단순하다고 한다면, 사실 <여명지전>은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로 전개가 됩니다. 거의 모든 회차마다 주인공이 한 번씩 의심을 받고, 다음 화가 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그 의심을 풀어내죠.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심리전이나 각종 머리싸움이 많이 나와서 그 위기를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시청자도 머리는 좀 아픕니다. ㅎㅎ
이 드라마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론 좀 마음이 아픕니다. 주인공 우슈보(吴秀波, 오수파) 때문인데요. 그는 이 드라마에서 수없이 의심을 받으면서도 위기를 극복해내는 주인공을 열연했습니다. 일전에 <사마의>를 소개드릴 때 함께 소개드린 적이 있죠. 그와 탕웨이가 열연을 펼친 <시절인연(北京遇上西雅图)>이 2013년에 나왔으니, 이 드라마는 그것보다도 더 전에 찍은 작품이네요. 이 드라마 이후 우슈보는 인기와 지명도를 꾸준히 올려가다가, 일전에 언급한 그 사건으로 인해 명성이 추락합니다. 중국어로 일락천장(一落千丈)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우슈보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참 연기를 맛깔나게 잘합니다. 맡은 역할에 몰입감도 충분히 있고, 북경 사람이라 발음 문제도 전혀 없고, 몸집이 좀 작긴 해도 그런 피지컬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연기를 해내거든요. 그런데 그런 추문으로 능력 있는 배우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니, 그의 작품을 즐겨 본 시청자로서는 좀 아쉽죠. 어느 것이 사실이든 간에 사생활 등을 떠나 드라마로만 만나면 괜찮은 배우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우슈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슈보의 능력을 알고 곁에 두고 싶으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는, 삼국지로 치면 조조 같은 인물, 탄중슈(谭忠恕, 배우: 林永健)를 빼놓을 수 없죠. 저는 이 인물을 맡은 배우 린용졘을 이미 <아빠 어디가?>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는 아무래도 리얼리티 예능이라 연기파 배우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고, 오히려 좀 코믹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엄격하고 의심이 많은 국민당 간부로 나오죠. 작은 눈으로 상대의 표정과 숨은 뜻을 알아내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한 명 언급할만한 배우는 하이칭(海清)입니다.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와거(蜗居)>나 <소환희(小欢喜)> 등 유명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던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 나옵니다. 우슈보와는 이후에도 <심술(心术)>라는 드라마에서 합을 맞췄는데, 이 드라마는 제가 아직 보질 못해서.. 추후 보고 나서 또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소개드린 것처럼, 신중국 성립 이전 혼란한 시기의 스파이전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몇 편만 골라서 봐야 한다면, 이 드라마와 <잠복(潜伏)>을 추천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머리 쓰는 계열이 좋다면 <여명지전>을, 그보다는 조금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싶다 하시면 <잠복>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와.. 이건 내가 봤던 스파이극 중에 베스트다. <잠복(潜伏)>, <여명지전(黎明之前)> 둘 다 용호상박, 막상막하다! 우슈보 아저씨... 정말 너무 아까운 인재다. 그의 사생활이 어떻든 간에, 연기는 진짜 잘하는데. 특히 그가 극 중에서 구 아가씨를 안고 울 때의 장면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