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Jan 26. 2021

파파거나아 (爸爸去哪儿)

리우예를 쫓다가 본 <아빠! 어디가?> 중국판


■ 제목: 파파거나아 (爸爸去哪儿, 빠바취날)

■ 장르 : 아동 / 리얼리티 쇼 / 가정

■ 년도 : 2015

■ 주요 출연진 : 胡军,夏克立,林永健,刘烨,邹市明,王宝强과 그 아이들



<패왕별희(霸王别姬)> 리뷰로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아서 오늘은 좀 가벼운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오늘 소개드릴 프로그램은 2015년 중국 호남위시(湖南卫视)에서 판권을 사서 제작한 중국판 <아빠! 어디가?>, <파파거나아(爸爸去哪儿)>입니다. 한자 독음으로 써놓으니 좀 생경하지만, 제목의 뜻은 한국판의 그것과 같이 '아빠, 어디가?'라는 뜻입니다. 한한령(限韩令)으로 제목이 바뀐 마지막 시즌을 포함하면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총 6개 시즌이 방송되었는데, 저는 그중 시즌 3과 시즌 6을 보았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시즌은 시즌 3입니다.


보게 된 계기요? 매거진의 이전 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때쯤 배우 리우예(刘烨, 유엽)에 빠져있었거든요. 그래서 또 습관처럼 그가 나온 모든 필모그래피를 뒤져보면서 한 편 한 편 도장깨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이 <건당위업(建党伟业)>, <추흉자야(追凶者也)>고, 이후 다른 글로 소개드릴 <재원방(在远方)>입니다. 


이렇게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으로 도장깨기를 신나게 하고 있던 중, 중국판 <꽃보다 할배(花样爷爷)>를 몇 화 보게 되었습니다. 리우예가 거기서 이서진 역할을 하거든요. 으레 그렇듯 한때 잘 나가던 배우들이 할아버지가 되어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데, 그 과정에서 리우예의 개인사가 방송에 나오게 됩니다. 유명 배우 셰나(谢娜)와 뜨거운 공개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후, 언론인 출신 프랑스인 안나(Anais Martane)와 사랑에 빠져 결혼 후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는 이야기였죠. 할아버지들이 프랑스에 가게 되자 부인 찬스로 처갓집이 있는 니스를 가는 모습도 나옵니다. 부인과 아주 금슬이 좋더군요. 다른 필모그래피를 보니 <아빠! 어디 가?>가 있는 겁니다. 냉큼 찾아서 재생을 눌렀죠.


사실 뭐, 이 예능의 스토리 흐름이나 컨셉은 굳이 제가 여기서 설명드리지 않더라도 다들 너무 잘 아실 것 같습니다. 평소에 너무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아빠들. 아빠들은 다들 저마다 아이에게 불만인 점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권투선수인 쩌우스밍(邹市明)은 아들이 너무 운동을 안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상남자 배우 후쥔(胡军, 호군)은 아들이 여기 온 아이들 중에 제일 큰 형인데 어째 형답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들은 알게 됩니다. 사실 아이들은 아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하고, 훨씬 생각이 깊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면서 천천히 아빠와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처음보다 관계가 훨씬 친밀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판과 똑같죠. 


그런데 아무래도 배경이 중국이다 보니, 한국판보다 그 풍경이나 프로그램의 구성이 훨씬 다채롭습니다. 중화사상이나 사대주의를 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 여러 지역을 많이 다녀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수치상으로도 국가의 면적 차이가 워낙 많이 나고, 민족도 훨씬 다양한 중국이 이런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콘텐츠 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죠. 아이들은 협찬인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를 타고(브랜드가 너무 크게 나와서 협찬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그 나이대 중국의 다른 아이들은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아빠 리우예(刘烨)의 데뷔작, <그 산, 그 사람, 그 개(那山那人那狗)>의 촬영지였던 곳도 가고, 시솽반나(西双版纳)에서 소수민족 마을에서도 묵고, 신장(新疆)에서 포도도 잔뜩 먹고, 군사훈련도 해보고. 어찌 보면 부모 찬스죠. 


아이들이 정말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또 한 편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너무 눈에 보여서, 보는 내내 한 때 참 좋아했던 한국판 <아빠! 어디가?>를 떠올렸습니다. 윤후와 지아와 민국이가 나오던 그 시절 말이죠. 나중에 여기 나온 아이들이 커서 이 영상을 다시 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싶었는데, 그다지 흑역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 시즌에 나왔던 아이들이 가끔 만나서 노는 것이 웨이보(微博)에 올라오기도 하니까요. 


또 하나, 제가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관전 포인트는, 아빠들의 양육 태도가 그 출신 지역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후쥔(胡军, 호군), 린용젠(林永健, 임용건), 리우예(刘烨, 유엽)는 셋 다 중국 북방 출신이라 아들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인데, 그에 비해 쩌우스밍(邹市明)은 남방 출신이라 그런 면에서는 강요하진 않습니다. 또 대만에서 온 캐나다인 샤커리(夏克立, Christopher Downs)는 아주 전형적인 서양식 교육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방색이 너무 명확히 드러나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시즌 여섯 개를 전부 다 보진 않았지만, 제가 본 두 시즌만 놓고 봤을 때 출연진의 조화나 합은 이 시즌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리우예(刘烨)와 후쥔(胡军)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미 막역한 사이고, 거기에 운동선수, 개방적인 대만인, 흥행배우 왕바오챵(王宝强)까지 가세해서 케미를 보여주죠. 아빠들도 이렇게 합이 좋지만 아이들의 합도 꽤 잘 맞습니다. 모난 구석 있는 아이도 없고요. 저는 물론 리우예의 아들 눠이(诺一)도 좋아했지만, 쩌우스밍의 통통한 아들도 귀엽더군요. 하얗고 동글동글한 것이.ㅎㅎ


다만 슬프게도 왕바오챵(王宝强)은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하였습니다. 이유는 부인이 자신의 매니저와 부적절한 관계가 되어서였습니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고 딸과 함께 이 방송에 나왔는데, 막상 딸은 부인 쪽으로 가게 되었고 이후 성씨도 엄마 쪽 성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보는 동안 딴무(弹幕, <연희공략> 편 참고)에 온통 녹색으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중국에선 남성을 놔두고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여자가 남자에게 '녹색 모자(绿帽子)'를 씌웠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죠. 바꿔 말하면 왕바오챵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딸과 함께 한 몇 안 되는 추억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동심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중국 다양한 지방의 풍경과 풍속들을 엿볼 수 있는 예능, 중국판 <아빠! 어디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재밌었다.. 아이들이 엄청 귀엽다. 게다가 아빠들도 재미있었다. 리우예(刘烨) 너무 멋있다 ㅠ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