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와 시청률 사이
■ 제목: 북평무전사 (北平无战事, 베이핑우짠스)
■ 장르 : 드라마 / 전쟁
■ 년도 : 2014
■ 감독 : 孔笙
■ 주요 배우 : 刘烨,陈宝国,倪大红,廖凡,祖峰, 王凯 등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북평무전사(北平无战事)>입니다. 또우빤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드라마 중 평점으로 Top 3에 드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재밌는 건 1위도 같은 콩셩(孔笙) 감독의 작품 <전장사(战长沙)>네요. 게다가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전쟁 소재인 드라마인 것도 재미있습니다. 14년에 유난히 이런 주제의 작품들이 광전총국(广电总局, 방송 작품의 승인 및 심의 등을 담당하는 국무원 기구)의 사랑을 받았나 봅니다.
이 드라마는 일전에 리뷰한 적이 있는 <생사선(生死线)>, <랑야방(琅琊榜)>, <환락송(欢乐颂)>, <대강대하(大江大河)> 등 작품의 감독이 제작한 드라마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믿고 보는 콩셩(孔笙) 감독인데, 이 드라마는 그에 더해 유명 연기자들이 무척 적은 출연료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방영 전부터 방송국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북경, 천진, 하남위시에서 방영이 끝난 뒤에는 산동, 광동위시에서까지 2차 방영을 진행했습니다.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는 또 단순히 배우 리우예(刘烨, 유엽)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가 발견해서였지만, 막상 보고 나니 그 평점에 걸맞게 대단한 드라마였습니다. 다만 보는 과정이 이전에 봤던 드라마들에 비해 다소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특수해서 관련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고, 또 경제 전문용어 등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고 나서 새롭게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1948년 국민당에서 공산당으로 중국의 지배 정권이 넘어가는 시기에, 북경(당시 이름은 북평北平)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도 해석하면 '전쟁 없는 북평'이지요. 작가 리우허핑(刘和平)은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 구간의 역사를 재조명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5~6년의 시간을 들여 대본을 완성했죠.
문제는 투자자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광전총국의 심의를 넘지 못해 제작이 끝났는데도 방영이나 개봉일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개봉했던 중국 영화 <300(三佰)>가 딱 그 케이스입니다. 19년에 상해에 있을 때 해당 영화 촬영지인 사행 창고(四行仓库)를 참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국인 지인이 '영화는 다 찍었는데 개봉을 안 한다'라고 슬퍼하더군요. 영문을 몰랐던 제가 제작이 끝났는데 왜 개봉을 안 하는지 묻자 그 친구는 제게 '중국적인 특수성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땐 사실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알겠더군요. 다루는 내용이 국민당 잔여 인원이 어떻게 상해를 지켰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공산당 서술이 부족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큰 국뽕 흐름에 따라 개봉이 되긴 했지만, 이쯤 되면 광전총국의 심의 조건을 알만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실 이 <북평무전사(北平无战事)> 드라마도 방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대본 내용을 보고 투자를 포기합니다. 이 구간의 역사는 사실 민감한 소재가 많습니다. 다중 첩자에 경제전쟁 등 소재도 그렇지만, 국민당의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공산당의 허물도 드러나게 되므로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다루기를 꺼려하죠. 그동안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투자자를 못 만난 거죠.
하지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본을 들고 계속 발로 뛰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본이 충분히 상품성과 문화적 의의가 있다고 판단한 많은 연기자들이 제작비를 낮춰주기 위해 계약 출연료를 자발적으로 낮추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 판단은 옳았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매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호기심이 컸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수요가 이만큼 있는걸요.
주목할만한 유명 배우도 많이 등장하고, 역사적인 의의도 있는 드라마 <북평무전사(北平无战事)>. 중국어의 압박이 좀 있습니다만, 그것도 그 나름의 학습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국공내전 후반부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북평무전사(北平无战事)>를 다 봤다. "역사는 사람이 쓰지만, 역사 속에 쓰이지 않는 사람도 무척 많다." 팡멍아오(方孟敖)가 극 중에서 한 이 말이 어쩌면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회를 보고 나서야 드라마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달까.. 국공내전의 후반부 상황을 알고 싶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이런 드라마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그 시대엔 보통 사람은 정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 같다. 살아남은 사람은 정말 무척 똑똑하거나, 아니면 그냥 무척 멍청하거나 한 것 아니었을까. 원래는 리우예(刘烨)를 보려고 했는데, 마한샨(马汉山) 님께 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