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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02. 2022

중국 첫 '공립' 사찰, 백마사

산시(山西)·허난(河南) 지역연구 7일차 (1)

뤄양에서의 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뤄양 시내에 머물며 뤄양이라는 도시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다. 그 첫 일정으로는 중국 최초의 '공립' 사찰, 백마사로 정했다. 동한 때 만들어진 백마사(白马寺)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국가가 조성한 사찰이며, 이후 조선, 일본, 동남아 등에 불교를 전파한 사찰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찰 안에 중국뿐 아니라 미얀마, 태국, 인도풍으로 조성된 불교 정원 구역이 따로 조성되어 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백마사. 날씨는 조금 흐리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선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나를 반겨주는 것은 연못과 그 위에 핀 연꽃들. 비가 오는 날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좀 우울했는데 이 비 덕분에 연꽃이 좀 더 수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여기서 잠깐, 백마사의 내부 구조를 좀 알아보자. 아래 지도의 1번이 매표소, 2번이 백마사로 들어가는 정문이다. 일반적으로 1번에서 산 표를 가지고 2번으로 들어가 관람을 하면 백마사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2번은 중국본원(中国本院)으로 여기서 세계 각국의 불교 정원으로 바로 이어진다. 그런데 3번 지역은 그럼 무엇일까? 여기는 제운탑원(齐云塔院)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허난성에서 유일한 비구니 도장이다. 동한 때 만들어졌다는 석가사리탑인 제운탑이 위치해있다. 



나는 백마사를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우선 제운탑원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마사를 먼저 둘러보아서 그런지 제운탑원은 아주 한산하고 조용한 편이었다. 비구니 도장이라서일까? 웅장하게 생긴 대웅전 앞에 조성된 큰 연못에는 거위의 조각상이 있었고 연못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대웅전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이곳의 자랑거리 제운탑을 만날 수 있다. 동한 때 만들어졌지만 전란으로 인해 훼손되어 현재 모습은 금나라 때 복원된 모습이라는 이 탑은 13층짜리 탑으로 높이가 25 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탑의 주위를 돌면 훌륭한 후손을 얻거나 예쁜 목소리를 얻거나 왕후장상의 씨를(!) 낳을 수 있다거나 열반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이 탑 주위를 돌러 찾아오는 것 같았다. 탑 주변 바닥에 53개의 연화 모양 보도가 둥그렇게 깔려있는데 딱 그 부분만 거뭇거뭇하고 맨질 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간 듯했다.



나도 탑을 따라 좀 돌아볼까 싶어 돌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그 방향으로 돌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알고 보니 탑 앞에 '탑돌이 시 주의사항'이 적혀있었는데, 무조건 오른쪽, 그러니까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복이 들어온다고 적혀있었다. 아주머니 덕에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다시 돌기 시작했다. 아, 탑돌이 할 때는 3번, 7번, 10번 혹은 100번 돌아야 길하다고 하니 참고하시라.



탑돌이를 3바퀴 하고 나니 멈춘 줄 알았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탑원 안에 피어있는 꽃들과 연못의 초록이 빗방울 덕분에 더 선명해진다. 나 말고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사원과 그 안에 있는 정원, 내리는 비와 빗소리. 오롯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잠시 가진 뒤 오늘의 메인 코스, 백마사 정문으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찰 이름은 왜 백마사일까? 알려진 바로는 한나라 때 처음 불교가 중국으로 유입될 때, 흰 말이 경전을 싣고 왔다(白马驮经)고 한다. 그 뒤에 한 명제가 뤄양에 절을 만들라는 명을 내렸고, 이러한 고사를 바탕으로 그 절의 이름을 백마사라 했다는 이야기다.


사원 정문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중국 사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짙은 향내가 진동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 뭉티기의 향에 불을 붙이고 그 앞에 서있다.



중국본원 안에는 각종 불전 외에도 종루, 고루 및 경전을 놔둔 공간 등 다양한 건물이 있다. 하지만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 안에 조성된 정원 같은 곳. 뤄양 시민들이 그곳에 있는 정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다워 보였다. 이따금 주변을 지나가는 백마사의 승려분들도 마주칠 수 있었고, 먹이를 바라는 것인지 내 가까이 와서 앉는 고양이도 만났다.



중국본원을 거의 다 보고 나니 옆에 새롭게 문 하나가 있는 것이 보인다. 중국스러운 빨간 철제문을 지나면 태국식 불교 정원이 등장하는데, 그 색감이나 디자인이 중국의 그것과는 매우 달라 이국적 풍경을 자아낸다. 태국식 불교 정원답게 사원 양옆에 대형 코끼리가 장식되어 있고, 순서대로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종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등장한 곳은 미얀마식 불교 정원. 태국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이후 윈난 시솽반나에 갔을 때 비슷한 모양의 사원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미얀마와 그 지역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래 인도 불교 정원도 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내부 수리 중으로 관람이 불가능했다. 겉으로만 보았지만 인도 사원은 (가보지 않은) 타지마할을 연상시키듯 직선과 아치 형태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인도, 태국, 미얀마 사원은 전부 해당 국가가 직접 설계하고 자금을 조달하여 조성된 곳이라고 한다. 백마사가 불교 역사 속에서 가진 의의를 생각하여 불교와 연관된 국가들이 기꺼이 찬조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백마사는 세계 각국 불교 신도들의 성지로 인식될 정도로 불교 안에서 입지가 굳건하다. 중국과 세계 각국의 불교를 모두 접해볼 수 있어 의미 있었던 백마사 참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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