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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Oct 28. 2022

팔백 (八佰)

이럴 때만 중국이지


■ 원어 제목: 팔백 (八佰, 빠바이)

■ 영어 제목: The Eight Hundred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전쟁

■ 년도 : 2020

■ 감독 : 管虎

■ 주요 배우 : 黄志忠,欧豪,王千源,张译,姜武 등



. 1937년 송호회전(淞沪会战, 상하이 전투)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송호 회전은 당시 국민당 군대(중국국민혁명군)와 일본 간의 전쟁이며, 상하이가 거의 점령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 마지막 보루였던 사행 창고(四行仓库)를 400여 명의 군사들이 지키는 과정을 보여줌. 실제 인원이 400 여 명이었음에도 불구,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800 명이라고 말한 데서 이 영화의 제목인 팔백(八佰)이 나왔음. 


. 영화의 역사 재현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실제 당시 쑤저우허를 중심으로 한 조계지와 전장의 모습을 재현해냈고, 400여 명의 단역 배우들 역시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함. 제작비를 많이 써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 마치 실제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것처럼 현실감과 긴박감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음.


. 사실 영화 자체는 2018년에 촬영이 완료되었고, 2019년에도 충분히 개봉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심의 문제로 개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아마도 전쟁에서 싸우는 주된 사람들이 중국 국민당의 군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됨. 그러다가 2020년 8월에 드디어 중국 내에 개봉을 했는데, 심의 결과가 영향을 주었는지 어땠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내용에 '애국 서사'가 짙게 깔린 것으로 봐서는 이런 부분이 좀 더 강화되진 않았을까? 무튼 결론적으로 코로나가 한참 극심할 때 개봉해서 "중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 이 영화를 중국인들은 참 좋아했고, 흥행 성적이 매우 좋았음.


.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19년 상하이에 있을 때 상하이의 어머니 강 쑤저우허(苏州河)를 주제로 한 시티 워크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당시 루트에 이 전쟁의 배경이 되는 사행 창고가 있었음. 가이드가 이 사행 창고를 주제로 한 영화 <팔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아직 개봉을 못했다고 했을 때, 다른 중국인 참가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나 혼자만 모르고 있었음. 그때 같이 참가한 다른 중국인에게 "왜 개봉을 못했냐"라고 물으니 그 친구의 답은 "그게 중국 스타일이야"였음. 그렇게 알게 된 영화인데 20년에 한국에 돌아와 또우빤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 찾아보게 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잘 보긴 했는데, 역시 전쟁 영화는 취향이 아니야..


. 영화 속에는 쑤저우허를 중심으로 한 쪽은 안전지대인 조계지, 다른 한쪽은 피 튀기는 전쟁터가 구현됨. 조계지에 있는 '안전이 보장된' 사람들은 망원경을 가지고 전쟁터의 상황을 구경하면서 전쟁의 승패를 가지고 내기를 하기도 하고, 철저한 상류사회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 반대쪽에서는 사람들이 오늘내일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고 나는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음.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 희생당하는 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아닐까..?


. 국뽕을 위해서는 국민당이고 공산당이고 가리지 않고 소재로 삼는 중국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데, 그런 국뽕 요소를 조금 제치고 보면 배우들 연기도 괜찮고 꽤 볼만한 영화임. 전쟁영화를 좋아하면 한 번 봐도 괜찮을 듯.



[譯] 작년 11월, 상하이에서 "쑤저우허"의 시티 워크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사행 창고(四行仓库)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관련된 박물관 비슷한 곳을 참관하기도 했다. 당시 가이드가 영화 <팔백>이 아직 개봉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같이 참가한 중국인들은 모두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다. ㅎㅎ...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장이(张译)와 리천(李晨)이 나온다고 해서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넣어두었다. 그러다 요 며칠 이 영화가 드디어 또우빤 랭킹에 올라와서 드디어 개봉했구나 싶어 찾아서 봤다. 개인적으로 전쟁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영화 속 전투 부분은 솔직히 그냥 넘기면서 봤다. 영화 속에 나오는 역사는 좀 슬펐다. 쑤저우허를 중심으로, 한쪽은 안전한 조계지, 다른 한쪽은 지옥 같은 전장이라니. 외국인을 포함한 조계지의 공민들은 이 전쟁에 대해 완전히 수수방관하고, 어떤 이는 심지어 전쟁의 결과를 가지고 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 장면을 보고 나는 한국 영화 <기생충> 속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비록 이후 조계지 공민의 태도도 좀 달라지긴 하지만, 한 소녀 외에는 누구도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려 하지 않는 건 똑같았다. 게다가 그들의 전쟁이 그저 서양인들에게 보여주는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장이 알았을 때, 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작은 인물은 그저 역사의 하나의 장기알에 불과하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시 사행 창고에서 상하이를 지키던 군인 중 상하이 사람이 대다수였다면 결말이 어땠을까? 아쉽게도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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