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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13. 2022

첨밀밀 (甜蜜蜜)

잊히지 않는 장면을 선사한


■ 원어 제목: 첨밀밀 (甜蜜蜜, 톈미미)

■ 영어 제목: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1996

■ 감독 : 陈可辛

■ 주요 배우 : 张曼玉,黎明 등



. 그럴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 본 뒤 특정 장면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 때. 혹은 그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한 장면이 그려질 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게는 영화 <첨밀밀>의 남자 주인공 샤오쥔과 여자 주인공 리챠오가 마지막에 재회하는 장면이 그렇다. 지금도 <첨밀밀> 하면 딱 그 장면이 떠오르고, 그 장면이 내게 남긴 어떤 몽글몽글한? 가슴 언저리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 <첨밀밀>은 사실 영화도 유명하지만 그 노래가 더 유명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사실은 <첨밀밀>이 아닐 뻔한 사연을 아시는가?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은 <대성소애(大城小爱)>였고, 등려군 노래를 쓸 생각도 없었다고. 하지만 각본가가 각본 작업을 하다가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중화권 사람의 마음에 등려군만큼 지역과 문화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노래를 영화에 쓰기로 결정한 뒤 제목이 그 노래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화의 감독인 천커신 감독은 원래 이민 소재의 영화를 꼭 찍고 싶어 했는데, 마침 그 배경이 홍콩인 영화를 찍게 된 것. 홍콩에 있는 사람도, 홍콩이란 땅으로 넘어와 생활하는 사람도, 등려군의 노래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일 테다.


. 영화는 개혁개방 초기, 대륙의 각기 다른 지방에서 홍콩 드림(?)을 꿈꾸며 홍콩으로 넘어온 두 사람이 홍콩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으려고 분투하다 '경쟁자', '전우'에서 '거의 연인'이 되어가는 모습. 그래서 영화의 영어 제목은 'Comrades: Almost a Love Story'다. 영화 속의 시간적 배경인 1985년부터 1995년은 홍콩이 롤러코스터 같은 각종 사건을 겪는 시기로, 영화의 서사를 풍부하게 해 준다.


. 캐스팅 얘기를 좀 해보자. 남자 주인공인 샤오쥔을 배우 여명이 연기하게끔 한 것은 여명이 베이징 출신이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의 경우 달랐다. 본래 각본가는 여자 주인공이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넘어간 설정으로 하려고 했기 때문에 왕페이(王菲)를 캐스팅하려고 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거절로 장만옥을 캐스팅하게 된다. 보통화를 너무 못했던 홍콩 출신의 장만옥을 캐스팅한 순간, 각본가는 여자 주인공의 고향을 상하이에서 광동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뭐, 모로 가든 대륙 출신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이 영화를 볼 땐 너무 진지하게 보지 말길 바란다. 진지하게 보는 순간 남자 주인공이 너무 쓰레기 같아서 감정 이입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보면 안다. 약혼자를 홍콩까지 데려와 결혼을 해놓고 딴 여자에게 마음을 품는 나쁜 놈! 그래서 그랬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난 장만옥이 좋아졌다. 하지만 사랑이란 게 뭐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절대 진지하게 보지 말길.



[譯] 이전엔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만 알고, 영화 한 편을 다 본 적은 없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홍콩과 광둥어가 주는 낯섦이 이 영화를 잊을 수 없게 해주는 것 같다. 사실 남자 주인공은 완전 쓰레기인데.. 자기 약혼자가 대륙에 있는데도 홍콩에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심지어 그 약혼자를 홍콩까지 와 결혼을 하게 하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억제하기 힘든 것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니.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자기 고모가 젊을 때 놓쳐버린 인연을 평생 그리워하는 것을 본 뒤엔 더욱 포기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미국의 차이나타운에서 두 사람이 만난 그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광둥어로 말하는 영화는 듣기에는 참 매력적이지만 볼 땐 너무 힘들다. 왜냐면.. 난 광둥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자막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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