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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18. 2022

인민적명의 (人民的名义)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 원어 제목: 인민적명의 (人民的名义, 런민더밍이)

■ 장르 : 드라마 / 범죄 / 추리

■ 년도 : 2017

■ 감독 : 李路

■ 주요 배우 : 陆毅,张丰毅,吴刚 등



. 이 드라마엔 사연이 있다. 사실 제목을 안지는 정말 오래됐다. 19년 중국 파견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상사분께서 보라고 추천해주셨던 드라마였기 때문. 어찌나 좋아하셨던지 오랜 시간 차를 타는 길에 이 드라마의 오디오북을 들으실 정도였다. 얼마나 재밌는 드라마길래? 게다가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분의 최애 드라마라니! 팬심으로 보려고 시도했지만... 역시 드라마든 영화든 좋아하는 배우나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면 흡인력이 부족하다.. 좋아하는 배우도, 좋아하는 주제도 아닌 드라마였기에 1화도 다 못 보고 그만둔 게 한 두어 번 된다. 그러다 2년도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났고..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번 시도해서 본 드라마도 없는데, 그건 다 이유가 있다.


. 드라마는 '부패 척결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다. 한 검사가 다양한 외압을 뚫고 공산당 간부 중 숨어있는 부패분자들을 찾아내고 죗값을 치르게 하는 내용인데.. 흠. 내용에서 예상되다시피 굉장히 진지하고.. 공산당적인.. 그런 내용이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부패 간부들의 이야기는 일부 실화고. 드라마 등장 시기가 시진핑 집권 시작과 맞물려, 이런 부패 척결 프로젝트를 통해 공산당 쇄신을 해왔다는 것을 알리는 체제 홍보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드라마에 '생활감'은 거의 없다. 젊고 잘생긴 배우도 거의 없다. 그나마 루이(陆毅, <삼국> 드라마의 제갈공명이다) 정도..? 물론 그도 젊은 배우는 아니지만. 즉.. 드라마를 볼 동력이 떨어진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의 라오반에 대한 팬심으로 이 드라마를 완주해냈다. 52부작. 절대 짧지 않다. 중국 드라마의 소위 그 '9부 능선'을 넘기 전까지는 전개도 정말 숨 넘어가게 느리다.


. 하지만 9부 능선까지만 가면, 드라마는 급격히 재밌어진다. 전개도 빨라지고 나름대로 쫀쫀하다. 또 드라마 속 대사들에 고급진 표현들이 많이 사용되어 중국어 학습자료로도 좋다. 공산당 소재의 드라마에 거부감이 없고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 중국에선 2017년 상반기 시청률 1위였고,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다.


. 정치극이라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진 않을까'가 제작진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는데 놀랍게도 심의보다 더 큰 장애물은 '검찰청'이었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 묘사되는 검사들, 검찰의 모습을 보고 혹시 대중들이 오해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되어 검사들을 모두 진지한 캐릭터로 그리라고 했다고. 원래 남자 주인공 허우량핑(侯亮平)의 인물 설정은 다소 장난기도 있고 유머러스한 검사였는데 검찰청의 제안 때문에 그런 요소들이 많이 삭제되었다고.


. 아무래도 주제도 주제고, 다루는 대상도 그렇고, 정치극이고 하다 보니 감독이나 작가, 또 배우들의 심리적 압박이 정말 컸다고. 작가의 경우 이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키보드를 6개나 갈아치웠다고 한다. 또 중국 각지에 있는 연기과 학생들이 서로 긴 대사를 가져가려고 경쟁했다고. 촬영장 분위기도 굉장히 진지해서 대사 실수를 하면 스스로를 때리는 배우들도 있었다고 한다. 공산당에서 제작에 도움을 주었을 것 같지만 실제 자금 조달은 민영기업에서 받아야 했는데,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제작자가 사비까지 털었던,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던 드라마다. 뭐, 결과적으로는 다 잘 됐지만.


. 좀 고급진 중국어 표현을 배우고 싶거나, 중국에서 연기로 내로라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고 싶다면 볼만한 드라마. 다캉(达康) 서기에 주목하시길. 



[譯] 한 상사분의 최애 드라마, 인민적명의! 사실 (상사분에 대한) 팬심으로 이 드라마를 보려고 두세 번 시도했었는데, 너~~~~무 공산당 색채가 강해서 번번이 포기했었다.. 이번에 겨우 다 봤다. 보람차다! 비록 다른 드라마에 비해 속도는 좀 안 났지만, 후반부 스토리가 비교적 쫀쫀해서 재밌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촬영 장소도 몇 군데 안 되고, 특수효과도 거의 없고, 인물 간 대화하는 씬이 꽤 많은데, 이 씬들을 배우들의 능력으로 커버한 느낌이다. 샤 서기가 <패왕별희>의 그 남자 주인공이라니..! 인물 간 논쟁과 머리싸움이 정말 볼만하다. 그리고 드라마 속 많은 대사들이 중국어 교과서 같아서, 고급 표현이나 역사 지식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예를 들면, "若想人不知,除非己莫为(다른 사람이 모르게 하려면, 자기가 안 하는 수밖에 없다)"라든가 "一杯酒不成敬意(한잔 올리겠습니다)", 또 악비의 "莫须有" 이야기 같은. 유일한 단점은 루이의 연기.. 좀 과장됐다. 이 배우는 어쩌면 정말 사극 연기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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