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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24. 2022

양광보조 (阳光普照)

그늘이 있기에 햇빛도 의미가 있는 법


■ 원어 제목: 양광보조 (阳光普照, 양광푸짜오)

■ 영어 제목: A Sun

■ 장르 : 드라마 / 범죄 / 가정

■ 년도 : 2019

■ 감독 : 钟孟宏

■ 주요 배우 : 陈以文,柯淑勤,巫建和,刘冠廷,许光汉 등



. 한동안 또우빤 랭킹 상위권에 계속 들어있던 대만 영화인데, 마침 넷플릭스에도 들어와 있어 보게 되었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 반이 넘는 영화라 사실 보기 전엔 망설여졌지만 두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순삭 될 정도로 좋은 영화였다.


.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무척이나 대조적인 두 아들이 있는 4인 가족. 햇빛 가득한, 한없이 밝은 인생을 사는 첫째 아들 아하오, 그리고 그와 대조적으로 빛이라곤 들지 않는 그늘 속에서 살아가던 둘째 아들 아허. 사고뭉치에 소년원까지 다녀온 둘째 아들을 착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없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한없이 밝고 긍정적인 인생을 사는 줄 알았던 첫째 아들이 사실은 그 햇빛이 너무 따가워 그늘을 찾고 있던 중이었음을. 결국 그에게 허락된 그늘을 발견하지 못해 세상을 떠나버린 첫째 아들 때문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유일한 혈육 둘째 아들을 품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아버지가 어떻게 이 둘째 아들을 품어내는지, 어둡기만 했던 가족이 어떻게 미래를 꿈꾸게 되는지, 그 이야기를 그린다.


. 넷플릭스에는 <아호, 나의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원어 제목인 <양광보조(阳光普照)>, 즉 '햇빛은 어디나 비춘다'는 이 제목을 살린 번역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자의 경우, 영화의 내용을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만 가둬둔 느낌이 드는데, 후자는 좀 더 넓은 범위로, 개개인과 소위 '햇빛', 그리고 '그늘'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 아쉬운 번역이다.


. 한편,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Sun'인 것은 'Son'을 의도하기도 한 건 아닐까?


. 밝고 긍정적인 (척하는) 첫째 아들 역은 <상견니(想见你)>의 주인공 쉬광한(许光汉)이 연기했다. 밝으면서 한편으론 우울한 면이 있는 인물을 잘 연기해냈다.


. 둘째 아들 역을 맡은 우졘허(巫建和)는 영화 촬영 시작 6~7개월 전부터 소년원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 습관이나 행동 습관 등을 익혔다고 한다.


. 착실한 인생을 사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천이원(陈以文)은 최근에 본 드라마 <그녀와 그녀의 그녀(她和她的她)>에서 변태 선생님으로 나온다. 드라마보다 얼굴이 낯이 익다 싶었는데.. 깜짝 놀랐다.


. 햇빛을 피할 그늘조차 없는 인생보다는 그늘에서 쉬다 가끔 햇빛을 쐬러 나가는 인생이 더 좋다는, 결국 그늘 가득한 인생에도 햇빛은 깃든다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 메시지, 연기 등이 모두 좋아 2019년 56회 금마장에서 여러 분야의 수상을 한 작품이다. 볼만한 영화다. 추천!



[譯] 올해 평점이 가장 좋은 중화권 영화. 마침 넷플릭스에 있어 방금 다 보았다. "시간을 잘 보고, 방향을 잘 정해라(把握时间,掌握方向)". 인생은 마치 길과 같아서, 빨간 불을 만나면 일단 한 번 멈춰야 하고, 초록불이 되면 천천히 가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이 이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는 현실을 십분 반영했다. 잔혹할 정도로 잘. 하지만 이 잔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햇빛은 항상 당신의 머리 위에서 당신을 비추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번역가가 이 영화의 제목을 "아호, 나의 아들"로 번역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번역이 그다지 맛깔나지 않게 느껴진다. 이렇게 번역해놓으면 이 영화의 주제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범위 내에 가둬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 어쨌든 좋은 영화다. 쉬광한의 밝고 따뜻한 남자 이미지는 여기서 생겨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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