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절 연휴 둘째 날
여행 정보를 볼 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 있다. (비록 이 표현이 브런치에서는 꽤 사랑받는 것 같지만)
· ㅇㅇ에 가서 꼭 해야 할 것
· ㅇㅇ에 가서 꼭 가봐야 할 곳
· ㅇㅇ에 가서 꼭 먹어야 할 것
물론 ㅇㅇ라는 지역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저런 정보를 참고할 수밖에 없을 수 있겠지만, 막상 저기 적힌 대로 가고, 먹고, 하는 것이 그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올려주진 못하는 것 같다.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든다면 모를까.
같은 이유로, 나 역시 누군가와 어떤 지역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 표현을 쓰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다. 첫째, '꼭'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고, 둘째, 내가 좋아해서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상대방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ㅇㅇ에서 뭘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해?
· ㅇㅇ에서 어디를 제일 좋아해?
· ㅇㅇ에서 뭘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해?
그래서 나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다. 내 대답이 상대의 취향에 맞을지 고려할 필요 없이 사실대로 대답하면 되고, 설령 그 말대로 상대방이 직접 했는데 별로였다손 치더라도 그건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게 되니까. 이런 나의 성향을 아는 친구들은 보통 내게 이렇게 질문하곤 한다.
상해에서 어디를 제일 좋아해?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항상 같다.
"예원(豫园)"
예원에 처음 갔던 건 2013년. 두 번째 상해 방문 때였다. 아직 대학생일 때였는데, 시장 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상해에 가게 되었고, 주말에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 큰 상해에서 갈 곳을 고르고 골라 정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예원이었다. 상해라는 도시에 쑤저우(苏州)에서나 볼 법한 정원(园林)이 있다니, 쑤저우에 가볼 시간은 없으니 여기서라도 가보자, 딱 그 생각 하나만으로 간 곳이었다.
단순한 생각으로 들렀는데 그리 좋을 줄이야. 구석진 정자(亭子)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을 맞고 앉아 있으려니 8월 상해의 고온다습한 날씨도 전혀 짜증이 나질 않았다. 게다가 동양적인 그 건축물들 너머로 보이는 상해의 마천루라니. 왠지 상해에 예원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같았다. 그때부터 예원은 내가 상해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19년 4월 6일, 상해에서 맞는 연휴 둘째 날은 나의 최애, 예원에 가보기로 했다.
상해가 역사가 없다고 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상해에도 옛 성 구역이 존재한다. 중국어로는 라오청취(老城区)라고 하는데, 위쪽 지도에서 동그랗게 그려진 도로가 옛 성곽의 윤곽선이다. 왼쪽에 라오씨먼(老西门)이 옛날 서쪽 문이고, 남동쪽에 샤오난먼(小南门)이 옛 남문 자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옛 성 구역 북쪽에 예원과 그 부대시설들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성곽 너머에 바로 와이탄이 있다는 것이다. 예원과 바깥세상의 대조적인 모습은 이런 이유로 존재한다.
예원(豫园, Yu Garden)은 16세기 명나라 한 관료가 아버지를 위해 지은 개인 정원이다. 상해 지하철 10호선 예원(豫园, 위위안)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도착한다. '쑤저우에 4대 원림(园林)이 있다면 상해에는 예원이 있다'고 상해에선 주장하지만 사실 그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대학교 4학년 학생에게 '난 6학년이다 우하하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규모적으로 쑤저우 원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 그래도 상해 도심에 위치한 접근성 좋은 정원이라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곤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예원 규모가 좀 작은 것 같지만, 가보신 분은 알 것이다. 굉장히 크다. (그 얘기는 쑤저우 원림은 훨씬 크단 얘기) 아버지께 효도하기 위해 지은 정원이 이 정도로 크다니, 효심이 엄청 깊었거나 돈이 엄청 많았구나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공원을 너무 열심히, 무려 18년 동안 공들여 지은 탓에 아버지는 이 정원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훨씬 이후, 태평천국의 난 때 예원은 아예 폐허가 되어 버렸고, 아쉽게도 그 탓에 예원의 진정한 옛 모습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예원은 원래 규모의 4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중국 정부의 복구작업을 통해 1961년에야 대중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여러모로 사연이 많은 곳이다.
청명절 연휴에 예원엘 가자고 하니, 일행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곳으로 여행도 안 갔는데, 지금 시점에 예원을 간다면 그거야 말로 무덤 파는 격(自找麻烦)이 아니냐며. 하지만 이런 관광지일수록 항상 볼 수 있는 풍경이 하나 있다. 매표소 앞까지는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막상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적다는 것! 예원이야말로 딱 그런 곳이라고, 나는 일행을 설득했다.
사실 표를 사러 가는 과정은 좀 힘겨웠다. 예원에 가자고 일행을 설득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이미 구곡교에 꽉꽉 차 있었다. 구곡교를 건너지 않고는 매표소로 갈 수 없는지라 건너긴 해야 하는데, 당최 이것이 줄인지, 그냥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묘한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구곡교 옆으로 보이는 정자와 연못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람들이 앞으로 가질 않고 멈춰 있는 바람에 앞으로 가는 속도가 굉장히 더뎠다. 오죽했으면 방송으로 '사진 찍지 말고 앞으로 가세요'라고 안내를 했을까. 이런 이상한 줄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다. 잘못하면 새치기 빌런과 사진 빌런에게 자리를 내주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앞으로 앞으로를 외쳐 겨우 표를 구입했다.
뒤를 돌아보면, 일행들의 지친 표정. 이럴 땐 참 진땀 난다. 내가 어딘가를 가자고 제안해 데리고 왔는데 막상 일행을 고생만 시켜야 할 때, 일이 계획처럼 통 풀리질 않을 때. 일단 이미 표도 샀으니, 안에는 사람 진짜 없을 거라고 모두를 진정시켜본다. 그리고 들어선 예원.
'어떠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일행들의 불만은 쏙 사라졌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무색하게, 사실 예원 안은 무척 한적하고 조용했다. 물론 사람이 없어 전세 낸 것 같고 그런 정도의 적막은 아니었다. 중국에 그런 관광지가 몇이나 될까? 그래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조용하고 여유로운 편이었다. 일행들도 더 이상 사람에 치이지 않아도 되었고, 마음 편하게 강남(江南)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예원이나 쑤저우에 있는 4대 정원은 앞에서 말했듯 다 개인 소유의 정원이었다. 명·청대, 궐에서는 각종 규율과 규칙에 갇혀 생활해야 했던 관직자들은 개인 소유의 정원에서는 자신의 미적 감각을 마음껏 뽐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러한 정원들 안에는 집주인의 미적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장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예원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양의 돌들, 그리고 조경 수준, 회랑의 구성과 그 옆에 나 있는 창틀의 모양. 요즘 어떤 이들이 가진 수석의 취미나, 인테리어, 식물 키우기 등 취미의 옛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조금 걷다 보면 이렇게 탁 트인 인공 호수와 건물들이 보인다. 예원을 거닐 때마다 느끼는 건, 이곳저곳의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참 느껴진다는 것. 아버지가 아들의 효심을 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조금만 힘 빼고 한 10년만 지은 다음 아버지께 선보였으면 어쩌면 직접 보여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또 효를 다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하고 싶지 않았겠지.
누가 강남의 정원 아니랄까 봐 인공 호수와 나무, 돌들이 잔뜩 있는데, 또 하나 많이 보이는 것이 연못마다 있는 물고기들이다. 잉어인지 금붕어인지 어종은 잘 모르지만, 어디를 가든 이 아이들이 뻐끔뻐끔 입을 벌리고 있다. 중국인에게 물고기는 다산의 상징이자(물고기가 알을 한 방에 많이 낳으니) 풍요의 상징이다. 물고기를 뜻하는 중국어 魚의 발음 Yu(위)와 남을 여(餘, 간체자 余)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로 중국인들은 종종 년년유여(年年有余=魚)라는 말을 하곤 하며, 새해 집안을 장식하는 장식물에 물고기가 종종 그려져 있다. 정원마다 물고기가 있는 것도 아마 그런 뜻이리라.
두 번째 줄 오른쪽 사진은 내가 예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풍경을 찍은 것이다. 앞에 똑같은 구도로 2013년에 찍은 사진도 있는데, 여기가 내게 있어서는 예원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풍경이라고 하겠다. 저 회랑의 이름이 무엇인지, 뒤에 보이는 건물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저 널찍한 연못, 구불구불 이어진 회랑의 길과 뒤에 보이는 고전적인 전통 건물, 그리고 그 너머에 어슴프레 보이는 상하이 타워(上海中心大厦)가 주는 위화감이 마음에 들었을 뿐. 상해라는 도시에 예원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석에 취미가 없어 돌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왼쪽 사진의 저 돌이 굉장히 유명한 돌이란다. 글 초입의 표현을 빌리면 '예원에 와서 꼭 사진을 찍어야 할 돌'! 찍으라니 찍어야지. 단체 여행을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각종 각도에서 이 돌을 찍는다. 집주인이 어마어마한 돌을 사 와서 갖다 놓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예원이 겪은 각종 풍파를 생각하면 이게 진짜 그 돌 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 예원에서 찍은 사진 중에 이 사진이 가장 의미 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상해 여행을 온 분들에겐 예원이 거의 필수 코스고, 여행책에서 이미 더 이상 상세할 수 없을 만큼 그에 대해 소개해놨을 테니, 이 글에서는 이 건물이 무슨 루(樓)고 무슨 각(閣)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저 글 초입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왜 예원을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솔직하고 나다운 글이 될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앞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언급하면서 이야기했듯 내가 사랑하는 풍경이 여기 있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 자유분방함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그 점이 잘 보인다. 중국 북방의 각진 형태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일부러 직선을 피하기라도 하듯 창틀도, 회랑도, 처마도, 벽도 구불구불. 이런 곡선의 매력이 바로 강남 정원의 특징이다. 그럼 왜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园)이나 사자림(狮子林)이 아니라 상하이의 예원이냐? 사실 정원의 유형이나 특징은 비슷하지만, 상해에는 이곳 하나니까. 그리고 예원 바깥에는 예원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마천루가 그를 에워싸고 있으니까. 상해에는 예원이 필요하고, 예원에게도 상해가 필요하다. 이 점이 내가 예원을 상해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아, 참고로 예원 근처에는 예원상성(豫园商城)과 상해노가(上海老街)라는 구역이 있다.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 거리 같은 개념인데, 개인적으론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꼭 가야 한다면 상해노가, 예원상성만은 제발. 첫째로 사람에 치일 가능성이 너무 놓고, 둘째로 딱히 살만한 가치가 없는 물건이 많고 다른 데서도 다 볼 수 있는 기념품을 값만 더 비싸게 살 가능성이 높다.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할 거라면 상해노가로 가시길. 예원상성을 갔다간 예원에 대한 좋은 기억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아침부터 바쁘게 예원을 돌아다녀 슬슬 출출해져 온다. 예원에서 조금 빠져나오면 와이탄(外滩) 남쪽이 나오니 강변도 구경할 겸 그쪽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강변을 향해 걸어가는데 좀 특이한 건물이 나온다.
온통 파이프 오르간으로 뒤덮은 것 같은 이 건물의 정체는 푸싱예술센터(复星艺术中心). 남편이 고전 음악을 좋아하고, 연애할 때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몇 번 보러 갔던 터라 바로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각종 전시회, 신제품 발표회, 예술 관련 활동을 진행하는 장소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상해에 있는 동안 이곳에 다시 가보진 못했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황푸강 십육포(十六铺) 항구 근처에 있는 쇼핑센터 십육포수안상업센터(十六铺水岸商业中心)의 한 운남 음식점 '창난윈하이(沧南云海)'. 평소 먹어보지 못한 지역의 음식을 먹어보자는 취지로 가게 되었다. 운남 요리인만큼 새콤한 맛과 버섯, 찻잎을 쓴 요리 등이 특징인데, 특히 보이차 잎을 곁들인 새우튀김 요리(普洱茶虾)가 맛있었다. 지금 보니 운남 쌀국수를 시키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 혹시 다음에 또 갈 일이 있다면 좀 더 특색 있는 요리로 시켜보고 싶다.
밥을 다 먹고 쇼핑몰 구경을 조금 하다가, 위로 올라오니 바로 강변이다. 십육포(十六铺)는 와이탄 유람선을 타는 곳보다 조금 더 남쪽에 있고, 강변을 따라 쇼핑센터도 꽤 크게 위치해 있다. 와이탄의 번잡한 인파를 피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와이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근처에 예원도 있고. 다행히 날이 맑아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청명절 연휴 둘째 날. 예원과 십육포 일정이 끝난 뒤에는 일행들과 처음으로 '중일한영교류회(中日韩英交流会)'라는 모임에 참여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교류를 하는 행사인데, 음료값이 포함된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다. 매주 토요일, 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일정 시간마다 주최 측에서 랜덤으로 카드를 나누어주고, 카드의 색깔대로 자리를 재배치한다. 한정된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다.
상해에 있는 동안 두 번 정도 교류회에 참가했고, 그 과정에서 몇 명의 중국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참가하는 연령대도 대부분 대학생 이상이고, 직업이나 배경이 다양하여 꽤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목적이 빤히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딱 봐도 이성친구를 만들기 위해 온 게 티가 나는 사람도 있었고(한국인이었다ㅠㅠ), 직업적인 필요에 따라 친구가 아니라 이용 대상을 찾으러 온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이것도 한국인ㅠㅠ). 하지만 적당히 걸러서 교류를 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알아갈 수 있다.
사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이런 자리에서 한국어는 이제 큰 매력이 없다. 내가 교류회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한국 아이돌의 팬이어서 한국어에 조금 관심이 있거나, 한국 유학 경험이 있어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 외의 참여자는 대부분 일본어나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인이나 딱 봐도 서양인이 있는 곳 주변에는 늘 사람이 복작거렸다. 다행히도(?) 나는 일본어도, 영어도, 중국어도, 한국어도 조금씩 할 줄 알았고, 그래서 첫 교류회에서 '뭘 얘기해도 다 알아듣는 묘한 유학생'으로 포지셔닝되었다.
이런 자리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얼굴에 철판을 깔고 생면부지의 사람과 말을 잘 틀 줄 아느냐인데,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경험치가 어느 정도 있었던지라, 감사하게도 위챗 친구 몇 명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교류회 밖을 벗어나서도 이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되려면 사실 끊임없이 이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것이 중국인들이 말하는 꽌시(关系)다. 위챗 친구 목록에 사람 넣기는 쉽다. '우리 위챗 친구 하자(咱们加微信吧)'하고, 상대방의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친구가 된다. 중요한 건 이 '친구'들과 얼마나 오래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냐다.
나의 경우는 교류회 참가 후 잦은 모멘트(朋友圈) 업데이트와 안부 연락 덕에 교류회 때 알게 된 친구들 중 대부분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몇몇 친구들과는 교류회 이후에도 사적으로 만나기도 했고, 여행 다닐 때 팁을 전수받기도 했다. 물론 나 역시 그들이 필요할 때 이런저런 도움을 줬음은 당연하다. 어쨌든, 청명절 둘째 날의 교류회 참석은 내게 중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이후 중국식 꽌시를 알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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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譯) 청명절 연휴 둘째 날! 오늘도 무척 알차게 보냈다!
1. 드디어 나의 상해 최애, 예원을 다시 갔다. 상해라는 도시가 비록 어딜 가도 마천루뿐이긴 하지만, 예원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벽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원은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ㅎㅎ
2. 예원 지하철역 근처에서 황푸강의 건너편 풍경을 보았다. 꽤 괜찮았다.
3. 오늘 중국 친구 몇 명을 사귀었다.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