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23일

꼭 29번의 잠 - 26 로마 온종일헤메고다니기좋은+적당한비가내리는날

by 윤에이치제이

꼭 25번의 잠, 로마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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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오늘

우산 쓰고 마냥 좋아 헤매고 다녔던 모든 산책길의 경로


뜨라스떼베레 - 천사의 성 - 떼베레 강가 - 자니콜로 언덕

포폴로 광장 - 트래비 분수 - 베네치아 광장 - 판테온 - 나보나 광장

스페인 광장 - 콜로세움





우산을 챙겨 나왔다 해는 없지만 날씨가 춥지 않아

출발부터 왠지 기분이 간지러운 게 벌써 하루의 예감이 좋다


트램을 타고 뜨라스떼베레 초입에서 내린다 맞은편

먼발치의 천사의 성을 보기만 하고 떼베레 강의 길을 따라 걷는다


빗방울이 어깨를 적시는가 싶으면 우산을 펴서 쓰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잦아들면 우산을 접기를 반복하면서

비가 쏟아지지는 않고 운치만 더하는 딱 좋은 날의 거리를 템포 있게 걷는다

1월 말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올라 나와 같이 걷기 위해 나온

꽤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 있다 혼자 걷는데도 동행인 듯 쓸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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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에 말도 안 되는 노을 선물을 안겨주며 심장을 가격했던

뜨라스떼베레의 높은 지대에 펼쳐진 자니콜로 언덕을 이번에는

버스 두 정거장 전인 비아 지아니콜로를 걸어 천천히 올라본다


저 멀리 베네치아 광장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양 끝

나란한 탑 위의 조형물이 내려다보인다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남산에 올라 저기가 어디고 또 저긴 어딘지

그런 얘기를 하듯 가리발디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로마가 꼭 그렇다

한 차례 로마의 곳곳을 다닌 후에 다시 이곳에 올라 보니

저곳은 어디인지 저것은 무엇인지 눈에 쏙쏙 들어와

친근하고 낯익은 장소가 된 시선 아래의 도시가 더 사랑스럽다


별안간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정도의 날씨는 아닌 듯

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건만 소리를 쫓아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대포 쏘는 소리다

아마도 공원의 중앙에 세워진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 주세페) 가리발디 동상과

관련해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가 싶다 일부러 그걸 보러 온 사람들이

대포 주변에 모여 있는데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되다니

여행 중에 이런 경우가 꽤 있었고 앞으로도 가장 감동적인 우연을

맞닥뜨릴 텐데 (다다음 여행지에서의 행운 예고) 역시 나에겐 여행운이 있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내려가도 되지만

(광장 안까지 올라오는 버스가 있고 지난번에는 버스를 엄청 오래 기다려 탔다)

굳이 내리막길로 천천히 걸으며 달라지는 도시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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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르미니 역으로 돌아와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이어간다


오늘은 웬만하면 멈추지 않을 생각이라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점심용 샌드위치(?)를 사둔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코나드는 여러 군데 있지만 몇 번의 경험을 거쳐

떼르미니 역에 입점해 있는 코나드의 즉석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 간단한 한 끼라도 맛있게 먹자는 생각이 들면 일부러

떼르미니의 코나드를 거친다 서울이 아니라 로마라서 가능한 루트

피자류라는데 샌드위치에 가까운

눈여겨봤던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는데 이것도 맛이 좋아서

나만 아는 나의 전용 주문판에 한 번 더 구매 예약을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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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무 길로 걷다 보니 길은 포폴로 광장 언덕의 공원으로 이어진다

마냥 걷다 보면 어쩌다 여기서 저기로 막 통하는 게 이젠 놀랍지도 않다


오늘의 걷기 콘셉트가 산책하기에 적당히 오는 비가 좋아서 마냥 걷기, 라서

오늘의 사진 콘셉트도 길 위의 예쁨을 발견하면 그냥 막 찍기, 이고

사사롭지만 지나치고 잊어버리기 아까운 장면들을

터무니없이 이것저것 보러 다니고 이것저것 찍어 남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는 예쁜 장면들이 이어지다 트래비 분수 앞으로 날 데려다 놓았고

어느 때는 멋진 골목 사이로 별안간 판테온이 튀어나왔다

두 번째 우연히 만나는 판테온은

그날은 쏟아지는 빛을 통과해내고 오늘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신성한 내부로 들이지 않는다 결국 이 광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마구잡이 산책의 즐거움이 보너스로 준 행운 같은 것


판테온 앞 넓은 광장을 지나쳐 뒤편으로 난 좁은 오르막길을 지난다

그 길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보나 광장에 왔다 그런데

카메라 배터리가 빨간 점등 불을 깜박이며 비상 비상 외치고 있다

시야에는 보이지 않는 해도 오늘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다

촉촉한 공기 속으로 따뜻한 조명이 하나둘 늘어간다


잠시 집으로 돌아가자 말 그대로 잠시 동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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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6시가 넘은 시각 비는 좀 더 내리기 시작했는데

다짐대로 아주 잠깐 들렀다가 다시 집을 나섰고 외출하는 아주머니와

메트로 역까지 함께 걸었다 대화는 늘 편하다 역에 도착해 나와 반대편 지하철을 타러 가는

아주머니와는 Ciao


스페인 광장과 그 주변은 밤 산책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기억도 오래도록 아름답게 남겨 지겠지

조명 빛이 스러져 일렁이는 빗물 찰박찰박한 돌바닥과 촉촉하게 젖은

도시의 밤공기와 은은한 어둠의 색깔이 이렇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데


며칠 전 조증을 유발한 봄처럼 따뜻했던 1월의 어느 날처럼

오늘은 마음을 적시는 비 때문에 조증이 재발된 것 같다

오래전에 읽어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제목만 고스란히 남은

노란 불빛의 서점, 이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는

노란 불빛의 밤거리가 훗날 로마를 애틋하게 추억할 수 게 해 줄 것 같다


빗물의 차가운 기운이 발끝부터 파고드는데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콜로세움으로 이끈다

조명을 밝힌 밤의 콜로세움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깔깔대던

옛 기억이 겹친다 잊고 있던 그 기억이 이제야 떠오르는 것은

겨울에 도착한 로마에서 밤거리를 걸었던 순간이 귀했기 때문일 것이다

숨어있던 추억이 이끈 밤의 콜로세움을 비가 와도 좋은 날

이렇게 만나고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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