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7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7 뉘른베르크

by 윤에이치제이

꼭 7번의 잠, 두 번째 도시에서의 일곱 번째 크리스마스





잠에서 깨고도 늑장을 부리고 뒹굴거리는 것은 집에서나 하는 행동인데

내 집 아닌 곳에서 이럴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일주일이 지나자 어지간히 편하고 적응이 된 모양이다


잠을 설친 친구는 am 10시가 되도록 이불속에 숨어 나올 생각이 없다

커피를 마시며 홀로 되었을 때에도 편히 지낼 수 있는 먼 일정의 숙소를 검색한다

습도가 높아서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유럽 날씨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날이다


오늘은 신시가지를 둘러볼 참이다 그렇게 계획하고 나섰지만

올드 타운을 벗어나 동화 속을 탈출한 것을 조금 후회한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 세계, 생활의 민낯. 이국적이지만 나의 일상, 그 주변과 닮았다


더 멀리 가지는 않고 다시 어제의 강변을 걸어서 돌아가기로 한다

갔던 장소를 가고 또 가는 것은 가고 또 가도 지겹지가 않고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몰라 벌써부터 마음이 보채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예고편 앞으로의 일정에서 홀로 된 나는 갔던 곳을 또 가도 좋아서 또 간다)


점심은 올드타운으로 돌아와 호스트가 추천해 준 중앙광장의 레스토랑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식당의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그들의 무신경에 상처 받을 수 있지만

지난 여행들로 단련된, 불친절은 아닌 불친절이 느껴지는 상황에 그다지 마음 쓰지 않는다

12월의 작은 도시의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은 대체로 만원이고

기다림이 일상인 그들 사이에서 조급한 건 언제나 여행자다


슈바인학센(돼지 족) 하나와 포크(돼지 어깨살) 요리 하나와 라거 맥주 한 잔과 흑맥주 한 잔

알코올에 취약한 나는 중차대한 사항인 '독일에서 맥주 마시기'를 몇 번을 보류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을 기점으로 발동이 걸린다 지금까지 네가 알 던 맥주가 아니야, 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가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리는 비주얼 대비 맛이 쏘쏘.. 였지만


이 여행에서 맛을 들여 그때부터 애정하게 된 독일 로컬 맥주 브랜드를

시간이 흘러 기억해 내려하니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어떤 문제

다시 알코올과 멀어진 지금에 와서 기억은 흐르는 시간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흐리멍덩해졌다

그런 건 왜 메모도 하지 않았는지 촘촘한 일기를 뒤져보다 지칠 뿐이다

'ㅋ'으로 시작했던가 여행 후에 서울로 돌아와 언젠가 그 브랜드를 대형마트에서 본 듯도 한데

같은 브랜드라도 캔맥주로 유통되는 맥주의 맛과 현지의 맛은 틀림없이 다를 것이고

(쓰다가 어떤 이름이 떠오를락 말락... 그게 맞을까 아닐까.. 가물가물하지만

희미한 기억이 리얼이라서 애써 검색창 찬스를 사용해 찾아 쓰긴 싫고...라는, 심보)

어쨌든 가장 중요한 팩트는

술알못(술을 잘 알지 못하는) 알쓰(알코올 쓰레기)라는 요즘 말(이게 맞아?)로 수식되는

하수 중의 하수 수준의 나에게도 그 로컬 브랜드 맥주는 술술 넘어가는 맛있는 맛이어서

독일을 벗어날 때까지 식사 테이블이라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는, 갓길 토크


배를 채우고 소화를 시키는 걷기에는 오르막은 적합하지 않고 장거리 산책도 비추천이다

올드타운의 숙소 근처, 하늘을 향해 장엄하게 솟구쳐 있는 교회의 위용을 흘낏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가 오늘은 오직 교회에만 들러 차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그곳은 언제나 마음이 가라앉고 고요해진다

영롱하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나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서 중후하게 음을 뿜어내는

파이프 오르간이나 페인팅되거나 조각된 예술작품으로의 그곳의 모든 것들은

그 순간의 나를 하찮게 만든다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지난 시간 지친 퇴근길의 코스처럼

버겁게 느껴졌던 이런 행위에 지금은 즐거움이 배어 있다

밤의 일정은 생략하고 가지는 저녁식사 이후의 긴 휴식은 겨울 여행의 특성상

어쩔 수 없지 싶으면서도 반면 그럴 수 있는 이번 여행의 여유가 좋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혹시... 산타의 굴뚝을 청소... 중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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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을 벗어나면 마법이 풀려 잠시 어질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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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니까 어제 가고 오늘도 걷는 두 번째 강변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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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광장 마켓의 대체로 친절하지 않은 레스토랑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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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053.JPG 술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발동 걸리게 한 첫 독일 흑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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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057.JPG 독일식 족발 요리 슈바인학센 (지역마다 조금씩 비주얼의 차이는 있다)




뉘른베르크 올드타운 (지나치기 힘든 유럽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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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단히 차리는 마트 협찬 간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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