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6 뉘른베르크
꼭 6번의 잠, 두 번째 도시에서의 여섯 번째 크리스마스
아직 적응이 안 된 남의 라텍스 매트리스는 허리가 좀 불편한가 싶었는데도
am7시까지 잤다 호스트가 준비해 준
3가지의 차와 4가지의 캡슐커피가 아침을 깨우는데 한몫했다
한 잔에 두 개의 캡슐 커피를 진하게 뽑아 마시며 이 도시를 각인시킨다
미리 준비해 둔 것 없고 딱히 그럴 필요도 없는 소도시의 당일 하루 일정을
천천히 검색하고 확정하면서 제멋대로 여유를 부리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렇게 집을 나선 시간은 am11시 즈음이었다
약간의 검색을 하는 것으로 찾아낸 김청(Kim Chung)이라는 베트남식 레스토랑을
초행길인데도 웬일인지 잘 찾아갔고 (사실 우리가 다닐 뉘른베르크의 길들은 단순 직선 그 자체다)
가는 길의 공원이 멋져서 도착 즈음엔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유럽식 식사가 물릴 때 참 괜찮은 베트남식 식사
둘 다 쌀국수를 좋아하는데 시킨 쌀국수며 짜조가 정말 맛있어서
여기 있는 동안 또 오겠다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뉘른베르크는 위로 위로 높은 언덕에 다다르고 아래로 아래로 강을 만나는 곳이었다
드레스덴의 엘베강처럼 크지 않은, 자연에 더 가까운 풍경을 품은 강가를 따라 걸으니
오래된 건물들이 분위기를 더하고 길 끝에는 새로운 광장이 나오고 다시 또 광장을 지나
골목을 가로지르면 다른 분위기의 멋진 강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칠 틈 없이
풍경에 허우적대며 걷고 걷다 보니 어제의 중앙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단순하다고 언급한 뉘른베르크의 길은 자주 만나고 금방 익숙해졌다
문제의 우리에게도 금세 단순한 이미지 지도를 들켜버릴 만큼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오후의 커피 타임을 갖는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마켓의 수제 도자기 가게에서 아기자기한 그릇 세트를 구매했는데
뉘른베르크는 곳곳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아기자기한 것들로 가득 찬 도시인 것을
하루 만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재차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하는 것은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축제가 한창인 도시의 중앙광장으로 가면 저절로 들뜨고 저절로 배가 고프다
보기에도 아까운 비주얼의 먹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구경꾼들을 유혹하는데
그 모두를 사서 전부 뱃속에 넣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제 치즈가 그득 올려진 야채빵을 집어 들고 돌아오면서 크리스마스 마켓의 유혹적인 먹거리 말고
실속 있는 마트에 들러 내일의 아침 식사를 위한 장을 봤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관광용 가게들이 아닌 동네의 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즐거움은 그 크기가 만만치 않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동안은 (호텔 조식이 없으므로 여느 가정집의 간단한 아침 식사 테이블처럼)
유기농 요거트와 유기농 시리얼 탄산수 독일식 빵과 햄과 치즈 현지의 간식거리를 자주 사서 먹었다
잠시 곁가지 수다를 풀어보자면
독일의 생활 편의 물가는 대단하다 같은 종류 중 가장 고품질의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도
우리나라나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기가 막히게 가격이 저렴하다
내가 체감한 유럽 여행 경험 중에선 그렇다
두 번째 귀가 후의 두 번째 외출
해가 질 즈음에는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한다
가파르지 않고 잘 정돈된 길 옆으로 견고한 성벽을 따라 오르고 오르다 보면
기가 막힌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성에 다다른다
단단한 돌덩이들이 가지런하게 쌓여 만들어낸 오래도록 튼튼한 성의
돌담에 기대어 작은 도시의 모든 불빛을 한눈에 담아보는 황홀한 순간
크리스마스를 입은 큰 나무 아래 연인들의 모습은 로맨틱하고
연인보다 오래된 친구와 나란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도 벅차다
처음 도시에 도착해 지하철을 탔을 때 지나치게 자유로워 두려움을 느꼈던 도시는
어느새 하루 만에 너무나도 안전하고 귀여운 인상으로 변해있다
선입견이라는 단어를 순식간에 파괴시켜버리는 땡글땡글 빛나는 힘이
바로 이 도시에 있다
한눈에 반한 것도 모자라 중심 없이 너무 빠져버리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씻고 잘 준비를 잘 한다 나의 씻는 순번은 언제나 2번
기다리는 동안은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며 기억의 선명도를 높인다
다음 맛의 극대화를 위해 입과 위장을 개운하게 해 주는 코스라고나 할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만나는 강을 따라 걸을 때 수시로 마음을 건드는 풍경들
단순한 방향으로 직진했을 뿐인데 오늘의 길 끝에서 만난 어제의 길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도시 통째로 아기자기한 뉘른베르크 거리 거리
이번엔 오르고 올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최고의 스폿으로
매일 매일 와도 좋다고 빛의 팔을 벌려 환영하는 중앙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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