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9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9 뉘른베르크

by 윤에이치제이

꼭 9번의 잠, 두 번째 도시에서의 아홉 번째 크리스마스





오늘도 나선다 출근하는 것처럼 외출 도장을 찍는다

우리가 늘 스타트를 했던 올드타운의 입구에서

반대쪽 입구까지 걸어가 (이곳으로 나갔으니 이곳은 우리에게 출구가 되었다)

반대쪽 올드타운의 바깥으로 호기심의 발을 디딘다


우선은 그 바깥에 위치한 미리 검색해 메모해 둔 수제 햄버거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이었다 햄버거 가게를 찾아가는 길의 일상들을 캡처한다

목적지에 집중하려 했지만 한 눈 팔 것들 일색이다


우리네처럼 화려한 간판을 지향하지 않는 도시의 작은 가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소한 번지수 찾기가 고난도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데

포기하지 않았으니 결국은 도착했을 것이다


비주얼이 다 한 수제 햄버거와 병 음료를 각각 하나씩 주문하고

햄버거라면 빠지면 안 되는, 아직 실패한 적 없는 포테이토를 추가 주문했다

하지만 잠을 설쳐서인지 나와 달리 절반도 제대로 먹지 못한 친구의 접시를 보니

친절한 젊은 주인이 자신의 정성과 프라이드로 겹겹이 올려 쌓은 수제버거가 환영받지 못한 것을

우리가 사라진 자리를 정리하며 조금 슬퍼하겠다는 상상을 했다


가게를 나와 다시 끊어질 듯 이어진 강의 산책길을 찾아 걷는데

방향을 착각한 건지 우리는 우리의 출발지점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던 것을

그 당시에는 재빨리 인지하지 못했다 길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검은 뒷골목의 색감과

독일 특유의 주거지보다 더 이국적인 제 삼의 구역이 뿜어내는 기운에 수상한 두려움을

감지하고서 그제야 우리는 낯설고도 낯선 것이 부추기는 떨림으로 몸을 떨었다

결코 겨울의 추위 때문만이 아니었고


(아마도 그곳은 이민자들의 거주지인 것 같았다) 현지인에게 우리 역시 외지인인 주제에

서로에게 위협적일 수도 있을 상황에서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자신이 실망스러우면서도

복잡한 이런저런 이유와 상관없이 원래 겁이 많은 우리는 낯선 것 중 가장 낯선 것 한가운데서 잠시

압살 되었다 이러한 때에 하나 아닌 둘인 것이 의지가 된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되돌아가는 길을 찾는 게 미션인 우리가 용기 내어 묻고 또 물었을 때 그들 역시

외국인에게 친절한 다른 부류의 사람일 뿐이었다는 것, 부딪혀보니 무서움의 감정은 사라지고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이 그 자리에 차오르는 것, 오늘 우리가 배운 아주 뻔해서 부끄러운 교훈이다


다행히 눈에 익은 강변의 길을 다시 만나 안심과 평안의 리듬이 실린 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모험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고 여러모로 반성의 기분이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일상의 찰나들 그것은 잠시 잊혔던 행복한 여행자의

모드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는 도시의 배려처럼 느껴졌다


우리네 사는 곳도 그렇듯 여행자에게 펼쳐지는 감동적인 풍경 너머에는

잠깐 스쳐가는 이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고단한 풍경이 있다

새삼 깨닫는, 아무 데도 간 적 없는 오래된 사실


거처하던 곳으로 돌아와 긴장이 풀리니 눈치 없이 배가 고파온다

테이블 위의 과자를 씹으며 점심이 부실했던 친구를 위해 소시지빵을 제안한다

친구의 우울을 해결해주는 4글자의 마법

나에겐 아주 조금 질릴 기미가 보인 소시지빵이 친구에게는 여전히

아드레날린 생성에 특효인 메뉴다


하루도 빠짐없이 들른 중앙시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지금과 다른 소시지빵을 산다

같은 소시지도 같은 빵도 아니어서 소시지빵이라 일컫는 모든 소시지빵은 전혀 같지 않다

그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제1의 이유일 것이다

레스토랑 못지않게 맛있는 소시지빵 맛에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유명한 소시지 집 중 우리가 가지 않은 바로 그곳이었다 이건 분명 소시지신의 도우심


내일은 근교의 도시를 당일치기로 다녀 올 계획이 있어 다른 모양의 설렘이 시작됐지만

어쩌면 뉘른베르크를 열심히 훑고 다닐 수 있었던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이었기에

아직 밤이 깊지 않은 시간, 내일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쓸쓸했다






단순한데 왜? 맛있는 아침 - 딱딱하지만 건강한 독일 빵에 매료되고 있는 중


IMG_5539.JPG
IMG_5541.JPG




일상의 자리에 있을 뿐인데도 시선을 빼앗는 어떤 것들 -1


IMG_5556.JPG
IMG_5558.JPG
IMG_5560.JPG
IMG_5562.JPG
IMG_5564.JPG
IMG_5565.JPG
IMG_5566.JPG
IMG_5573.JPG
IMG_5579.JPG
IMG_5580.JPG
IMG_5584.JPG




상상 이상으로 아주 멀리 아주 오래 걸어서 찾아 간 수제버거집


IMG_5585.JPG
IMG_5588.JPG
IMG_5596.JPG
IMG_5605.JPG
IMG_5607.JPG




일상의 자리에 있을 뿐인데도 시선을 빼앗는 어떤 것들 -2


IMG_5612.JPG
IMG_5613.JPG
IMG_5615.JPG
IMG_5616.JPG
IMG_5619.JPG
IMG_5624.JPG
IMG_5634.JPG
IMG_5638.JPG
IMG_5643.JPG




지난 소시지빵과 결코 같지 않은 오늘 소시지빵


IMG_5660.JPG
IMG_5662.JPG





이전 09화그,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