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11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1 뉘른베르크 >> 로텐부르크

by 윤에이치제이

세 번째 크리스마스 도시에 가다 : 12월 11일 - 16일 로텐부르크 (5박 6일)

꼭 11번의 잠, 세 번째 도시에서의 열한 번째 크리스마스





친구와는 마지막 여정이 될 도시, 로텐부르크로 간다

이곳에서 2번의 잠은 함께, 3번의 잠은 홀로 청하게 될 것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이별은 닥쳐야 슬프다


로텐부르크는 갈길 바쁜 여행자에겐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오해받는 도시지만

크리스마스 마을이라는 수식처럼 12월이면 도시 전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어서

행복한 순간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 진다


오래전 봄의 계절에 이곳에 홀로 도착한 나는 그 계절에도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도시가 차갑게 빛나는 계절에 다시 꼭, 가능하다면 누군가와 꼭,

돌아오고 싶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금

로텐부르크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다시 왔다 12월이 되어, 그때 마음의 소망대로,

한 가지 덧대어진 소망이 있다면 그때 하루의 잠을 청했던 곳에서

다시 잠을 청하는 것,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그곳은 혹시 달라졌을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Rothenburg ob der Tauber







12월 11일 일요일 memo


카린's Guesthouse / 사전 예약 - 현지 결제 (2박, 2인실 Duoble Bed / 3박, 1인실 Single Bed)

기차 도착시간 사전 공유 후 픽업 요청 가능





다음 크리스마스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아침이 분주하다

비앤비 청소비를 결제했지만 머문 자리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을 미리 사두려고 마트에 갔다 그랬다가 헛걸음을 했다

주말이면 더욱 북적거리는 나의 도시와 다르게 일요일의 상점은 셔터를 단단히 내리고

거리는 인기척이 없이 교회 종소리만 텅 빈 공간을 평화롭게 채우고 있었다

그 덕에 헛걸음은 조용한 주말의 산책으로 걸음을 바꾸고 천천히 도시의 (평안에 대한) 안녕을

확인하며 (두 손을 흔드는) 진짜 안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am11시 즈음 몇 번의 잠이 벌써 추억이 되려 하는 도시를 등지고 기차역으로 가는 길

아쉬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난 도시의 이별과 닮았다

로텐부르크로 가는 기차에 착석해서야 복잡한 기분은 조금 풀어졌고

우리네 시골처럼 쉽게 닿지 않는 작은 도시로 가기 위해 두 번의 환승을 하는 동안

지금까지는 겪지 못했던 짙고 무거운 긴장감으로 감상적인 기분은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지난날들의 빡빡한 기차 여행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잘 도착했다는 말

메일로 미리 도착 시간을 알려두었으므로 기차역을 나섰을 때에

우리를 픽업하러 온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차에 기대어 손을 흔드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혼잡할 일 없는 겨울의 아담한 기차역도 한몫을 했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인사에 화답하고 셋이 된 우리는 드디어

특별히 나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그곳으로 향했다


로텐부르크는,

늘 활기로 웅성거리는 구시가지가 단단한 성벽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여 있고

둥그런 성벽에 난 여러 개의 문(출입구)을 나서면 사방으로 주거지역이 있다

바로 그 성벽 밖 주거지역에 위치한 카린의 게스트하우스는

유럽 배낭여행자들에게 퍽 사랑받는 곳이었는데 여전히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낯선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고 그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나 다행이고 다행인 일이었다


단정하고 아름답게 가꿔진 소담한 정원을 가진 2층 집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성벽 밖 주거 지역에 위치한, 그야말로 현지인의 집 그것

카린의 집 1층은 카린(할머니)과 그녀의 남편(할아버지)이 거주하고 있고 2층은

(아마도 그들의 아이들이 지냈던 방이지 아니었을까) 더블침대의 2인 룸 하나와

싱글 침대의 1인 룸 하나가 나란히 있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두 방에 거주하는 게스트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복도에는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티들이 준비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래전 그 기억 그대로


그 여행은 유럽 첫 배낭여행이었다 45일 동안 유럽의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녔고

그중 한 곳이었던 로텐부르크에서 바로 카린의 2층 집 2층의 1인실에 묶었던 것인데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마치 유럽 배경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2층 집의 2층 다락방을 가진 소녀가 된 기분

그 시절 그 순간의 감정이 현실 세계로 복귀하고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그때 그 감정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느냐, 인데

성급하게도 슬픈 결론을 내린다

봄이 아니어서 일 수도 있다 공기의 색감마저 다른 계절이어서 그것도 아니면

머물렀던 방이 달라서 일 수도 있다 그때는 자격이 되지 않았던 이 2인실의 방이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다른 창을 가지고 있고 다른 색감의 가구와 침구를 가져서일 수도

그것도 아니면 오래 전의 첫 경험의 떨림과 그때 그 나이의 감성을 가진 여행자의 취향을 가격했던

만족감이 쓸데없이 보고 듣고 아는 게 많아진 어른이 된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서일 수도 있다

그것마저 아니라고 하면 그냥 단순히 시간은 흘렀고 모든 게 세월을 머금은 탓일지도


나의 실망은 냉철한 어른의 시선과 판단으로 방을 둘러본 친구의 얼굴에도 똑같이 드러났다

그럴 수 있다 여행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역으로 우리의 숙소는 호텔에서 비앤비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등급 하향되고 있었으니까 그건 물론 머문 도시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고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구시가지의 현지식 호텔에서 묵는 게 나을 뻔했다 싶은 대화가 오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리 말해버리겠다 시간은 그때의 결론과 확신했던 미래에 대해 반전의 결과를

꾀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지금까지의 잠 중 가장 편안한 잠을 이어갔다

내 집 내 방 내 침대 같은, 가장 집 다운 집에서의 안락함과 고요함이 주는 평안한 잠


추억을 덧붙이다 보니 이야기가 길고 부산스러워졌나

당시는 꿀잠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 채 우리는 실망을 미루고 바로 외출부터 하기로 했다

친구는 시간이 점점 촉박해졌고 그래서 더 서두르고 안절부절못했다

재회의 인사를 할 겨를 없이 그리웠던 숙소를 나와 단정한 주택가를 다시 지나

성벽의 문 하나를 통과해 구시가지로 입장했다

(성벽의 문마다 암호처럼 적힌 문자와 숫자를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반드시 그곳으로

드나들어야 구시가지와 우리의 방이 있는 곳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배가 고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았지만

점심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 브레이크 타임에 접어든 레스토랑은 입장이 되지 않았고

슈니첼 전문 레스토랑을 저녁시간에 다시 오기로 하고 우선 간단한 요기를 위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곳에서라면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마켓에는 반드시 있는,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소시지와 다른 압도적인 길이의 소시지가 든

소시지빵 하나를 사서 둘이서 나눠 먹었다


흐린 하늘에 몰려온 비구름이 이따금 뿌리는 비를 맞아도 상관없었다

여기 모든 사람들처럼 우산 없이 골목골목을 다니며 크리스마스의 마을이라 알려진

로텐부르크의 명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목격하고 수긍하기를 반복하기만 하면 됐다


어둠이 깊어지도록 수많은 길들을 걷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시작된 레스토랑에

느지막이 도착한 우리는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맥주를 주문해 배를 채우고

내일의 쨍한 컨디션과 바쁜 일정을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이미 잘 준비를 마친 pm9시 즈음에는 또다시 낯설어진 잠자리에 적응하느라 눈을

땡글땡글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어느 결에 잠이 들었겠지 생각보다 빨리

11번째 크리스마스 날 밤은 유독 고요함이 짙은 밤이었다






IMG_6049.JPG 잊어버리면 안 되어서 찍어 둔 우리의 성벽 출입구
IMG_6062.JPG 2인분으로 충분한 어마어마한 길이의 소시지가 든 소시지빵




크리스마스 마을, 로텐부르크 올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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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첼과 맥주의 저녁 식사를 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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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린의 게스트하우스는 다음 날 아침에야 제대로 둘러봤으므로 오늘은 사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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