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13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3 로텐부르크

by 윤에이치제이

꼭 13번의 잠, 세 번째 도시에서의 열세 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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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7:30, 이른 아침의 알람 소리

친구가 먼저 돌아가는 날의 아침의 대화는 소실되었다





창 밖, 아침의 하늘이 저녁의 노을 지는 하늘의 색으로 물들어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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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보다 1시간 빨리 조식을 먹었다

함께 먹는 마지막 아침 테이블에서

떠나는 친구는 그 때문에 홀로 힘을 내겠다는 나는 나대로

조금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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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몸의 준비와 배웅할 마음의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선 집 앞

다른 쪽 하늘은 마치 다른 날의 하늘처럼 파랗다

다락방 창처럼 보이는, 예전에 묶었던 싱글 룸의 창이 그리워 사진을 찍어본다


하늘은 청명한데 회색빛 그림자처럼 줄지어 드리워진 이층 집들

형제자매처럼 닮은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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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10:30 즈음, 픽업해 주셨던 것처럼 다시 기차역으로 데려다 주신 할아버지와

어색한 볼인사를 나누는 친구를 바라본다

다른 날이라면 뻣뻣한 친구의 모습에 실컷 웃어주었을 텐데

오늘은 제삼자처럼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내가 더 우습다


기차는 친구를 태우러 천천히 전진해 왔다가

12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했던 내 친구를 싣고

그대로 후진해 쏜살같이 사라진다

당연하게도, 마음이 조금 간질간질 이상했다

설렘 때문에 간질거리는 게 아닌 간질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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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즈음에 당도했던 출구의 성벽 밖으로 이제 홀로 걷는다

같은 장소를 둘이 아닌 혼자 걷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일 인분의 여행을 즐겨왔던 나에게 외로움과 다른 고독이 찾아든다

그건 또 다른 아주 좋은 친구다


걸음의 속도와 멈춤의 횟수를 내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을 조금 품은 채 자유로움을 한껏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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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외곽에 있는, 발견이 쉽지 않은 조금 큰 슈퍼마켓에서

꼭 필요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발포비타민과

좋아해서 이것저것 고른 초콜릿과 젤리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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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방향의 길을 통해 돌아오는 길은

어제 걸었던 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는데

낯익은 익숙함과 낯선 생소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것은 아마도

로텐부르크의 유사한 장면과 색감 때문이거나 혼자여서 집요한 시선으로 새로움을 포착했기 때문이거나


어쨌거나, 같은 곳도 다르게 보인다면 걸었던 길을 또 걷고 있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내게 주어진 시간도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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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성벽의 문으로 들어와, 성벽 안에서 성벽 바깥을 오래 내려다본다

친구와 같이 걸었던 길보다 좀 더 멀리멀리 가봐야겠다, 내일의 계획을 결심하면서


이곳은 벌써 세 번째 오는 곳이다

성벽의 한쪽 외곽에 위치한 이곳이 번잡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고

무엇보다 성벽의 바깥 풍경이 제일 잘, 무척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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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리도 흐른다 그 많은 시간을 걷고 또 걷는데 힘들지도 않다

파란 하늘과 회색 구름이 교대를 반복하다 보니

정오는 이미 넘어 해가 지려고 하는 하늘을 뒤늦게 알아챈다

크리스마스 마을 중심가로 천천히 돌아온다

흐린 배경에서도 용케 알록달록 빛과 색감을 뿜어내는,


독일 올드타운의 특징이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그들의 노력으로 오래 잘 보존된 건축물과 거리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로텐부르크만의 특별한 감성이 곳곳에 잘 묻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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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찌뿌둥 해지는 하늘을 감지하고 알맞게 귀가하길 잘했다

홀로 남은 더불 룸의 익숙해진 창문으로 빗방울이 타닥타닥 부딪히기 시작한다

너무 많이는 아니고 경사진 창문으로 적당히 내리는 비가 멋이 있다

구름이 완전히 가리지 못한 지는 해의 안간힘이 더욱더 멋짐을 부추긴다


지나가는 길이었는지 비는 곧 떠났고 창을 열어 오늘을 가져가려 하는 짙은 저녁을 바라본다

지금까지의 어떤 방, 어떤 창보다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 다시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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