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12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2 로텐부르크

by 윤에이치제이

꼭 12번의 잠, 세 번째 도시에서의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




창 밖에 비가 내리는 아침인데도 이렇게 상쾌한 기상이라니

조식 시간을 기다리며 나는 어제 소환하지 못한 나머지 그리움을 불러내려고

천천히 집을 둘러본다 그리고 차분한 아침을 위한 우리의 티 한 잔도 잊지 않는다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어쩌면 그렇게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지

그렇게 오래도록 정갈하게 그 자리에 놓여 있는지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추억 소환으로 충분하다고 안심한다


카린의 조식은 여덟 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 긴 테이블 위에 갖가지 종류의

빵과 치즈와 차와 과일로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조식 인심이 후하기로 소문났던 그때와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이런 변함없음은 긍정적인 것이겠지

친구는 카린의 조식 테이블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고 잠도 푹 자서인지

예민하고 까다로워 찡그렸던 마음을 서서히 풀고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친구의 마지막 여행날이다 내일의 아침을 맞으면 뮌헨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잠시 떠나왔던 부산으로, 그곳의 12월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더욱더 텐션을 올리고 좋은 기분의 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성벽의 문을 통과해 다시 어제의 중심지로 향한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개이고

오전의 그 거리는 더욱 선명하게 아름답다 어제는 가지 못한, 로텐부르크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잘 알려진 사진의 타워가 있는 갈림길에 서서 인증 사진을 찍고

그 아래를 통과해 또 새로운 길로 거침없이 들어선다


이제 절대 모르고 지나쳐서는 안 될 로텐부르크 최고의 코스로 간다

로텐부르크의 성벽에는 여러 개의 타워가 있고 그 타워를 오르면 도시의 지붕과 거리를

감각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장소가 있다 성벽 위로 쭉 이어진 길

바로 그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발길의 속도와 방향을 따라 시시각각

다른 컷의 뷰를 선물 받는 것이다 걷다 지친다면 얼마든지 다음 타워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쉽게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 건 당연히

단 하나의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반의 길을 가다 내려온 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타워의 길 어느 구간은 막혀 있어 다시 다른 입구를 통해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때마침의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간단한 점심을 하기로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따뜻하고 예쁜 카페로 들어가 어제 창 밖에서만 봤던

슈니발렌 미니 사이즈를 주문해 크리스마스를 미각으로 느꼈고

이곳에서 점심까지 해결했다


이번에는 어쩌면 많은 여행자들이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없어 지나쳤을지 모를

숨겨진 보석 같은 코스로 간다

로텐부르크의 성벽에는 이미 언급했듯 여러 개의 문이 있고

우리가 지나 온 문이 아닌 다른 문들을 통해 성벽의 밖으로 호기심을 내딛는다면

각 문의 각 바깥마다 뜻밖의 장소와 기막힌 풍경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로텐부르크를 샅샅이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관광을 목적으로 중심가만 공략한다면

크게 착각하게 되는 이 소도시의 진짜 커다란 모습들을

나 또한 과거의 촉박한 여행 중에는 이 모습들을 당연히 놓쳤고 이제야 발견했다

풍경을 마주한 지금, 나는 이곳에 좀 더 많은 시간 머물기로 결정한 것을 힘을 다해 칭찬한다


성벽 문의 안과 밖을 오가며 끊임없이 감동을 하다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되돌아온 길의 레스토랑에서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며 저녁을 먹는다

친구와 마지막 건배의 맥주잔을 든다


밤이 깊어진 도시의 골목길은 지금까지의 어느 도시보다 어둠이 차분하다

달빛 조명 아래 네 개의 운동화를 신은 네 개의 기다란 그림자 다리가 밤의 골목을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 그러다 결국 닿고 만 집 대문 앞에서 잠깐 주춤거린다


걷는 모든 길이 고단하진 않았니?

그럴 리가 내가 걸어 본 적 없는 모든 길이 설레고 반가워서 그럴 겨를이 없었지

우리 같이 참 좋았지?

우리 같이 정말 좋았지 이제 잠깐 헤어지지만 곧 이 모습으로 다시 만나


조금 이른 안녕







어쨌든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IMG_6192.JPG
IMG_6194.JPG
IMG_6196.JPG
IMG_6201.JPG
IMG_6203.JPG
IMG_6214.JPG




주택가를 지나 + 비 갠 오전 그 거리의 행복한 배회


IMG_6221.JPG
IMG_6223.JPG
IMG_6225.JPG


+


IMG_6228.JPG
IMG_6229.JPG
IMG_6238.JPG
IMG_6240.JPG
IMG_6242.JPG
IMG_6254.JPG
IMG_6256.JPG
IMG_6055.JPG
IMG_6068.JPG
IMG_6103.JPG
IMG_6111.JPG
IMG_6113.JPG
IMG_6115.JPG
IMG_6138.JPG
IMG_6278.JPG
IMG_6267.JPG




어제 가지 못했던, 아치를 통과해 저 너머로


IMG_6281.JPG 로텐부르크를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사진의, 갈림길
IMG_6283.JPG
IMG_6286.JPG
IMG_6289.JPG
IMG_6292.JPG
IMG_6302.JPG
IMG_6303.JPG
IMG_6306.JPG
IMG_6310.JPG
IMG_6315.JPG
IMG_6316.JPG




길을 걷다 만나는 여러 개의 타워, 그 계단을 올라 성벽 위의 길을 걸으면


IMG_6323.JPG
IMG_6324.JPG
IMG_6330.JPG
IMG_6334.JPG
IMG_6336.JPG
IMG_6337.JPG
IMG_6342.JPG
IMG_6344.JPG
IMG_6347.JPG
IMG_6348.JPG
IMG_6349.JPG
IMG_6350.JPG




성벽길의 절반을 걷다 내려온 길의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슈니발렌을


IMG_6357.JPG
IMG_6359.JPG
IMG_6361.JPG
IMG_6362.JPG




성벽의 외곽을 따라 걸으며 여러 개의 성벽 문 밖 풍경들을 발견할 것


IMG_6374.JPG
IMG_6375.JPG
IMG_6380.JPG
IMG_6385.JPG
IMG_6386.JPG
IMG_6389.JPG
IMG_6390.JPG
IMG_6392.JPG
IMG_6394.JPG
IMG_6397.JPG
IMG_6399.JPG
IMG_6401.JPG
IMG_6402.JPG
IMG_6403.JPG
IMG_6405.JPG
IMG_6407.JPG
IMG_6414.JPG
IMG_6416.JPG
IMG_6420.JPG
IMG_6424.JPG
IMG_6427.JPG
IMG_6439.JPG
IMG_6442.JPG
IMG_6444.JPG




어릴 적 출장 다녀오신 아빠가 사 오셨던 반가운 선물들을 발견했다


IMG_6448.JPG
IMG_6449.JPG


+


IMG_6467.JPG







이전 12화그,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