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4일

꼭 29번의 잠 - 7 로마 계획차질+베네치아광장+포로로마노야경

by 윤에이치제이

꼭 6번의 잠, 로마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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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방으로 잠깐 돌아오니 주인집 아들 내외가 와 있다

새해에 휴가를 받아 부모님 댁으로 지내러 온 듯하다

밀라노에 사는 젊은 부부는 며칠 이 집에서 머물다 돌아간다고 한다

거실 안 쪽으로 방이 더 있었나





로마에서 (서울과 유사하게) 교통 정보가 제공되는 곳은

버스 정류장인데 오늘 가려고 계획했던 곳의 버스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전광판의 예측은 자주 바뀌고 틀리다

디지털 강국이라 함은 단연 대한민국이지 어쩔 수 없는 부심


나는 기다리는 걸 꽤 잘해서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기다림에 응답해 주지 않는 버스를 결국 포기하고 잠시 귀가해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결정했다 그러고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있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지나간다 이런,

장을 보고 난 뒤에는 트램 정거장으로 가는데 타려는 트램이 막 지나간다 이런,

나는 서울에서도 교통 불운이 좀 있는 편이다 그러려니 하자

손에 들린 로마표 전기구이 통닭이 식어가겠지만


돌아오니 주인분의 아들 내외가 놀러 와 있어 인사를 나눈다

그네들도 식사 중이므로 서로 간단히

방으로 돌아와 비슷한 맛을 예측하며 닭다리를 먼저 뜯었는데

다리 두 개 뜯고 더 이상은 먹지 못했다 큰 사이즈는 아니었는데

뭔가 영 느끼했다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만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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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일정이 좌절되고 미뤄졌으므로 (그곳은 하루 종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해가 질 때쯤 다시 나가 야경을 보고 들어와야겠다고

잠깐의 고민 끝에 그렇게 결정한 후 집을 나섰다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조각 난 사랑의 징표를 밟을 뻔했다

이미 끝이 났겠지만 내 발자국까지 찍어두고 싶지는 않아 살며시 피해 간다


노란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는 길을 걷는 게

며칠 만에 겁나지 않아 졌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주변 파악이 되고 나니 한결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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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기 좋다고 잘 알려진 스폿, 베네치아 광장에 왔다

어둠 속에 잠겨가는 포로로마노의 모습이 외롭고 고독해 보인다

광장의 사잇길로 (사람들은 이 길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나 보다) 걸으며

조명으로 형상을 지탱하고 있는 포로 로마노를 보는 것과

어둠 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하늘과 맞닿은 포로 로마노를 보는 것이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로 로마노를 이렇게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지금을

미리 상상하고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조금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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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a di Venezia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의 존재감이 대단한

베네치아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

번화하고 번잡하고 활발하고 소란한 인파와 소음 속으로 합류한다

역시 이곳은 밤의 활기가 물씬이구나 낯설지 않은 친밀한 도시 밤 풍경이 또

걸을만하다 구경하는 재미가 또 있다

손떨림 방지 기능을 켰는데도 때때로 흔들린 불빛이 번진 사진은

그것 나름대로 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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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분수가 지척이라는 안내표지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표시 방향으로 걷는데 골목 깊이 숨어 있는 분수는

쉬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밤이라도 불빛이 환한데 또 길을 잃는다

길을 잃어 새로운 것을 보는 걸 좋아한다 했지만 너무 한다 싶다

이 밤에 더 고생하고 싶지 않아서 엄연히 다른 곳이 나타난 지점에서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돌아가려고 한다


하나도 애타지 않아 그 많은 날 언제는 꼭 찾고 말 거니까

별 수 있나 발이 달려 도망갈 수 없으니 나의 어설픈 레이더에 언제고 걸리겠지


(그나저나 버거킹이라니 괜한 실망 + 로마 버스는 뭔가 앉기도 서기도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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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 방법을 모르겠다면

(이미 말했듯) 그래 떼르미니 역으로 가야지 밤의 떼르미니에서

집으로 데려다 줄 언제나 같은 번호의 14번 트램을 타고 무사히 돌아온다

떼르미니 역 근처 coop에서 산 초콜릿 쿠키는 일기를 쓰면서 간식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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