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잠 - 5 로마 스페인광장+생일+포폴로광장+빌라보르게세
꼭 4번의 잠, 로마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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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하러 나온 주방의 식탁 앞에
나 말고 다른 동양인 여행자가 앉아있다
재패니즈? 노우, 코리안 아임쏘리 노 프라블럼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은 식사가 시작되고 끝이 난다
게스트를 위한 방이 내 방 옆에 하나가 더 있는데 한 달여 머무는 동안
그 방엔 하루나 이틀 정도만 네 팀의 여행자들이 머물다 간다
(혼자 온 일본인과 아일랜드인, 이탈리아인 커플 여행자, 그리고
국적을 모르는 서양인 남자 1인은 잠시 비어 있던 내 방을 들어가려다 걸린다(?))
그 외에는 이 집에서 외부인은 쭉 나 혼자일 예정
초행길을 익히면서 지하철역이 있는 큰길을 향해 걷는다
건축물이 달라 분위기가 다르지만 사람 사는 것에 큰 차이는 없다
로마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트램이 가지 않는 스페인 광장을 가기 위해서다
아직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도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지 못한다
Piazza di Spagna
영화 로마의 휴일을 세트처럼 떠올리게 되는 스페인 광장, 계단
오래 전과 달리 이제 이 계단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서울에 있을 때 이미 기사를 통해 이 새로운 사실을 접했었다)
간간히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중이다 계절 탓이겠지
천천히 계단을 올라 거기 모든 사람들처럼 난간에 기대어 스페인 광장을 내려다본다
주요 스폿에서 반드시 하게 되는 행위는 이유가 있으니 굳이 예외를 둘 필요는 없다
내려다보는 스페인 광장은 두말할 것 없이 멋지니까
예전에는 이곳까지가 일정의 다였지만 뒤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돌아 내려온다
그렇게 걷다 보면 당연하게도 처음 출발했던 스페인 광장 계단 앞에 서게 된다
pm12시가 훌쩍 지나 슬슬 오픈을 준비하는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지만 오늘은
거창하게 식사하는 대신 직접 만드는 생면으로 바로 파스타를 만들어 한정된 시간과
정해진 양만 판매하는, 가성비가 좋아 줄을 서서 먹는다는 소문난 가게에서
간단하게 파스타를 먹기로 한다 역시 이 계절에도 예외 없이 줄을 서서
파스타는 두 가지 중 미리 골라두면 되고 음료(와인과 물)는 free다
생면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고 맛도 좋고 생각보다 배가 불러서 놀랐다
하지만 멋진 그릇이나 여유로운 식사 시간이나 넓고 편안한 공간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격식을 차려 제대로 먹기를 원한다면 스페인 광장에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많다
Happy Birthday
오늘은, 이제는 그리 잘 챙기지 않게 된 생일날이다
그래도 나를 위해 티라미수를 사기로 한다
이곳 역시 스페인 광장의 필수 코스로 알려진 곳이고
그런 곳들을 꼭 가보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단지 좋아하는 달달한 디저트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생일 케이크 대신 고전의 클라시코 티라미수를 맛있게 먹는다
해가 쨍하고 하늘이 맑은 로마의 날씨가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아 야외에서 먹어도 좋다
오히려 로마는 바깥이 더 따뜻하다
보일러를 틀기 애매한 날씨의 실내보다 따뜻한 햇살의 바깥이 좋은 서울의 봄과 같은 그런,
명품 매장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친다
아주머니가 물었었다 겨울 세일 기간에 명품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던데
너도 그래? 겨울에 로마에 왔지만 저는 쇼핑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스페인 광장에 있는 두 개의 교회에 들어갔는데
처음으로 들어 선 곳은 아주 화려했다 로마에서 줄을 서지 않거나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들어가 경이로운 예술과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장소
Piazza del Popolo
복잡하지 않아 헤맬 일 없는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스페인 광장에서 지하철 1 정거장 거리에 있는 포폴로 광장이 짠- 펼쳐진다
포폴로 광장에서는 스페인 광장 계단과 마찬가지로 위로 위로 올라야 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광장 위쪽 넓은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전경은 역시 너무나도 아름답다
로마의 지도와 거리에 좀 더 익숙해지면
모든 곳을 갈 수 없어서 리스트에서 빠지곤 하는
도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들을 찬찬히 찾아 나설 것이다
포폴로 광장 언덕에서 하는 다음의 다짐
좋은 것을 오래 오래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공원은 공원에서 또 공원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기억에 없는 그 길을 따라 걸으니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가
또 더없이 아름답고 또 다른 길을 따라 걸으니
방금 전 콘크리트 도시에 있던 내가 어느새 나무와 숲의 품으로 들어와 있다
Villa Borghese
빌라 보르게세는 로마에서 가장 큰 숲의 정원이며
로마의 여러 곳에 입구가 있고 대중 교통으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다
(나중에 우연히 다른 쪽 입구를 발견했고 그곳은 보르게세 미술관이 가까운 입구였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포폴로 광장 쪽 정원의 일부이며
그 일부만 봤을 뿐인데 나는 벌써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올 날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도 사진을 첨부해 본다 나는 이것을 열심히 들여다봤고 혹시나 싶어 사진을
찍어 두었지만 엄청 크다는 것 외에는 도통 뭘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해가 지려고 할 때 포폴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곧 해가 지기 시작했고 구름이 상당 지분을 차지한 오늘의 하늘에서
하루의 임무를 끝내고 사라지는 순간조차 지는 해는 강렬한 빛을 쏟아낸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도시의 빛이 일제히 켜지는 광장의 밤을 기다리는데
똑 똑 또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챙겨 온 우산은 여기엔 없다
비를 조금 맞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우산을 새로 하나 사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나의 시간은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멈춰도 좋다는 결론은 어렵지 않고 돌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