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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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망사 외전 Ver. 는 <사사로운 이야기 26. 봄이 오는 찰나의 소리>를 적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이었습니다. 뭐 할 수없죠. 이 것도 저니깐욤.. 깡깡. (사악하게 웃는 모습) 오늘의 찰나는 기존의 찰나와 다른 느낌으로 적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말이 길어지네요. 지금 시작합니다.
https://youtu.be/7rJqyAaAlPQ?si=h1RXQYS2_8TkIsmM
있잖아. 혹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어?
나는 있어. 봄이 오는 소리는 어깻죽지를 간지럽히는 소리가 나. 날개가 돋을 것처럼 간질간질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면 겨울 내 뽀얗게 쌓인 카메라의 먼지를 툴툴 털어내고 소리를 따라 정처 없이 걷는 거야.
가지와 가지가 스치는 소리를 찾아. 그 소리는 봄이 시작되는 찰나에만 들을 수 있어. 봄바람은 겨울바람과 달라서 조금 변덕스러워. 이쪽으로 불다가도 금방 저쪽으로 불고 아래에서 시작되었다가 위에서 불면서 사방으로 흩어지지. 그래서 봄 꽃을 찍을 땐 내 마음이 애가 타. 가만히 있어주면 좋을 텐데. 나의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은 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결국 초점을 잃은 채로 무엇을 남기려 했는지 알 수 없게 해.
한참을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어디선가 얇은 막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 얇은 막이 부딪치는 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면 어느샌가 매화나무 아래 내가 서 있어. 매화는 한 번에 다 피는 것 같지만, 실은 1조, 2조 이렇게 꽃을 피우는 조가 나누어지는 것 같다니까? 형 먼저, 아우 먼저도 아니고.
1조 매화꽃들이 피어나 꽃수술들이 시들시들해질 때쯤, 2조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앞모습과 뒷모습, 옆모습이 서로 엇갈려 핀 매화꽃에서 나는 얇은 막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나를 잊지 말아 달라 애원하며 속살거리는 것 같아서 괜히 귀가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해. 이 소리 역시 이른 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야.
요즘 그런 말이 있지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 매화 가지에 앉은 직박구리 좀 봐. 올망졸망한 매화도 귀엽고. 직박구리도 귀여워. 다른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이 나무 저 나무에 앉아 빼액빼액하고 울어대는 건 짝을 찾기 위해서래. 매화나무 위에서 앉아 짝을 찾는 건 매화 향에 묻어가려는 걸까? 매력을 좀 더 올려줄? 그런데 매화나무를 찾는 건 직박구리만은 아니더라-
꽃꿀을 좋아하는 동박새들도 많이 날아들어. 동박새들이 날아다닐 때 뽀로롱 소리가 나는 거 알아? 뽀로롱 뽀로롱 하고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데 어찌나 입이 짧은지 한 꽃의 꿀을 진득이 먹지 않아.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부산스럽게 식사를 하는 게 요란스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웠어. 이 사진 좀 봐- 핀트가 나가버렸지만 그래도 귀여워. 저 조그마한 머리로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저 동박새는 어딜 바라보는 걸까.
그리고 나 고양이도 봤어. 나를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츄르라도 들고 올걸 싶었어. 나와 눈 싸움하던 고양이가 뒤돌아 걸어가는데 사박사박하는 소리가 나는 듯했어. 여린 잎을 여린 젤리가 밟는 소리. 아.. 내가 너무 말이 많았지? 사진을 보여주기만 하면 내가 이렇게 말이 많아져. 그런데 말이야. 개나리는 어떤 소리를 내면서 피는 줄 알아?라고 너에게 물었어. 그제야 천천히 입을 뗀 너는 "무슨 소리가 나는데?"라고 나한테 묻더라?
와 다닥다닥닥닥닥.?!!!!!
개나리 꽃 필때 다닥다닥 붙어서 피잖아! 라는 뿌듯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았더니, 너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뒤늦게 이해한 듯. 팡! 하고 봄 꽃의 꽃봉오리가 터지듯 웃었어. 머리와 몸이 뒤로 제쳤다가 그리고는 책상에 엎드려 주전자 끓는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지. 그 모습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어. 떨어지는 벚꽃 잎 사이 둘만 남겨진 듯한 너의 웃음에 나는 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나 뭐라나. 너의 어떤 모습이든 결국 설레고 마는 너는 나의 봄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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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봄을 좋아해
겨울 내 마른 가지를 자랑하는
벚꽃 나무를 바라보면서
벚꽃이 핀 풍경을 상상하곤해.
이제 상상을 끝날 때가 왔어
드디어 벚꽃이 피는 계절이 왔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