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27. 그리운 감정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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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4. xx. 날씨 맑음.
벚꽃이 피는 봄이 왔어.
연분홍 빛들이
사륵사륵 눈 녹는 소리를 내.
언제부터 이 벚꽃을 좋아했느냐고 묻는 다면, 너의 미소와 흩날리는 벚꽃이 오버랩될 때였던 것 같아. 바닥에 떨어진 얇은 날개 같은 연분홍색 꽃잎이 너를 휘감고 머리칼을 흩트리는 바람에 너는 얼굴을 가렸지. 하지만, 너의 그 미소까지는 가릴 수 없었던 거야. 단지 그뿐이야.
너의 손을 타고 미처 하늘까지 날아오르지 못한 벚꽃 잎이 너의 손가락 끝에 걸렸어. 너는 손가락 끝에 걸린 벚꽃 잎을 가만히 바라보았지. 나는 그 찰나를 프레임 안에 가뒀어. 청바지에 검은 후드티 이질적인 핑크빛 벚꽃 잎을. 이젠 너가 없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서 홀로 그 찰나를 떠올리며 눈을 감아.
따뜻한 연분홍 잎을 통과한 빛이 나를 감싸 움켜쥘 때면 '항복' 하고 소리를 지를 만큼 황홀해져. 이 행복이 끝나질 않길 바라. 내가 얼마나 살겠어. 앞으로 몇 번의 벚꽃을 더 볼 수 있을까. 서른 번 정도 남았을까?
짧은 이 순간이 지나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환상이었던 것처럼 사라질 테지. 어차피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는 거잖아. 지금의 행복에 집중해. 그뿐이야.
오늘의 일기 끝.
사진을 왜 찍느냐 묻는 사람들에게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오늘 있었던 일이었다. 아파트 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나를 유심히 봤던 이웃 주민이 나에게 알은 채 하며 말을 걸었다. '사진 찍으세요? 전에 그 등산로에서 사진 찍는거 봤는데.. 사진기 좋은 거 가지고 다니시네요.' 사진을 찍어 파는 것도 아니고, 수 만장의 찰나를 기록한 데이터는 쌓이지만 빛을 보는 사진은 한정적이라- 나는 그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오래된 취미라서요."
저 말 끝에 지금에 행복에 집중하려고요. 라든지, 치열했던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핀 것에 대한 대견함을 배우려고요. 란 말은 목구멍으로 삼켜낸다. 핸드폰 보다 조금 더 좋은 화질을 가진 그저 그런 보급제 카메라로 찍어봤자 얼마나 잘 찍겠는가. 그럴 땐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오래된 취미'란 대답이 딱인 찰나를 기록하는 일.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재미없는 일상을
그 찰나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