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프리미어는 훌륭한 외모를 가졌다. 가벼운 예쁘장함이 아닌 ‘중후한 잘생김’이다. 그러면서도 ‘무난하게 중후한’ 경쟁차들과 차별화되는 확실한 ‘개성’도 갖췄다. 여기에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만족할 만한 실내공간의 품격도 갖췄다.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K7 프리미어는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오게 된다. 출시 한 달 만에 8천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본격적인 시승기에 앞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한 번 살펴봤다. K7의 외관은 확실히 전작에 비해 웅장해진 느낌이다. 전장이 기존보다 25mm 길어져 4995mm에 달한다. 그랜저에 이어 2인자라는 꼬리표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덩치를 갖춰 준대형 세단으로써 기본은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K7 프리미어는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게 아니다. 전면부의 그릴과 마치 하나로 이어진 듯한 Z형상의 DRL과 날카롭게 찢어진 램프는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다.
시동을 걸었지만 엔진 돌아가는 소리는커녕 정적만이 감돈다. 노면이 불규칙하거나 요철이 있는 구간에서도 차량 내부로 들어오는 불편한 소음은 거의 없었다. 고속도로에 진입 후, 속도를 올려봤으나 인위적으로 RPM을 높이지 않는 이상 풍절음도 거슬릴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실제 기아차는 이번 K7 프리미어 출시 과정에서 정숙성을 가장 신경 썼다. 이전 모델에서는 전면과 운전석, 조수석 창만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쓰였지만 이번에는 모든 창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넣었다. 19인치 공명 흡음 휠과 차체 진동이 발생하는 구간에 보강재를 강화해 '조용한 차'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주행 성능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3.0 가솔린 모델은 6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m의 힘을 발휘한다. 밟는 즉시 튀어나가는 응답성과 깊은 코너링이나 오프로드에서도 단단하게 버티는 안정성은 인상적이다. 준대형 세단의 묵직한 차체를 여유롭게 안고 가는 고배기량 엔진의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로로 쭉 뻗은 대시보드에 당당하게 위치한 12.3인치 크기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실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3분할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해 효율적이었다. 2열의 공간도 무릎을 움직이기 상당히 여유로워 탑승의 안정감을 더한다.
한층 진화된 현대기아차의 최신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도 시승의 재미를 더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C)과 차로 유지 보조(LFA) 기능의 조화는 반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확실하게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차량은 전방 카메라로 차로와 앞 차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스스로 운전한다. 처음엔 30초 정도 손을 떼 봤다. 깊은 코너링 구간에서 나도 모르게 손을 잡을 뻔도 했지만 K7 프리미어는 완벽하게 이 구간을 통과했다. 점차 자신이 생겨 1분, 2분 등 점차 시간을 늘려봤다. 실제로 5분 넘게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았지만 중심을 잘 잡고, 앞차와의 거리도 잘 유지하면서 자율주행을 펼쳤다. 방향 지시등을 켤 겨우 차량 양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BVM) 덕분에 사이드미러를 보기 위해 시선을 분산하는 약간의 수고로움도 잊었다.
저속에서 승차감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다. 국산 준대형 세단의 발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움직인다. 차체가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지만 움직임이 버겁지는 않다. 오히려 묵직한 감각이 안정감을 더해준다. 언덕에서도 힘이 넉넉하다. 엔진회전수가 갑자기 높아지거나 버거워하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경사로를 올라간다.
K7 프리미어는 부분변경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변화폭이 크다. 구성이 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이전에 비해 고급스러워졌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넓고 시인성이 우수해 쾌적한 운전환경을 구현한다. 살짝 돌출된 디스플레이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 내장돼 시스템 관리도 편리하다. 각종 버튼은 직관적인 구성으로 배치됐고 누르는 감각이 개선됐다. 기어노브는 조작성이 높은 SBW 변속레버로 교체됐다. 파킹버튼(P)이 별도로 있고 변속기가 항상 정위치에 있는 방식이다. 이전과 다른 방식이지만 쉽게 익숙해진다.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K7 프리미어는 훌륭한 외모를 가졌다. 가벼운 예쁘장함이 아닌 ‘중후한 잘생김’이다. 그러면서도 ‘무난하게 중후한’ 경쟁차들과 차별화되는 확실한 ‘개성’도 갖췄다. 여기에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만족할 만한 실내공간의 품격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