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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폴로 Feb 18. 2020

쉐보레 카마로SS 가성비 최고의 정통 머슬카

아메리칸 머슬카의 대명사 '쉐보레 카마로'는 2011년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온 이후 9년이 지났다. 아직도 본명보다 ‘범블비’라는 영화 속 캐릭터 이름으로 유명하다. 그 사이 풀 모델 체인지를 한 번 거쳤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6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카마로 SS다.





영화의 영향인지 순둥순둥 하고 어째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던 이전 5세대의 외관과 달리 6세대는 강력한 정통 머슬카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전체적으로 강력한 힘을 한 겹 숨긴 듯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다.


전면부는 중세시대 투구를 연상시키는 범퍼가 눈길을 끈다. 전작의 과격한 인상을 숨기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진다. 가운데 자리 잡은 블랙 보타이 엠블럼은 단순히 검게 처리한 것을 넘어 아예 구멍을 뚫었다. 냉각에 도움을 주는 작은 디테일이다.





측면은 커다란 엔진이 자리잡기 위해 길게 뻗은 보닛을 축으로 한, 전통적인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계승했다. ‘머슬카’라는 명칭에 걸맞게 단단하면서도 역동적인 근육질 차체를 뽐낸다. 20인치 휠은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견고한 느낌으로 머슬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스포크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도 눈에 띈다.

한껏 치켜든 후면은 테일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변경하고 테두리를 둥글게 다듬어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왠지 스포츠카 콜벳을 닮아 더 강력해 보이기도 한다.





사이드 미러는 수동 접이식이다. 북미 사양 차종의 경우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는 탑재했지만 도어 잠금 시 함께 접히는 ‘락 폴딩’ 기능은 빠진 차종이 왕왕 있는데 이 차는 한 술 더 뜬다. 운전석이야 충분히 손으로 펼 수 있지만 접혀있는 조수석 사이드 미러는 운전자를 결국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8기통 6.2L 자연흡기 엔진이 우렁찬 존재감을 내뿜는다. 시승한 날짜가 꽤나 서늘한 날씨였음에도 후드의 거대한 덕트에서는 금방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액셀레이터 페달 부근에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발 쪽으로 향하는 히터가 필요 없을 지경이다.

새로운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453마력, 62.9kg.m의 토크가 오롯이 뒷바퀴에 집중돼 차체를 거칠게 밀어낸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물 만난 고기처럼 꼬리를 휘저으며 튀어나간다. 넉넉한 배기량과 묵직한 배기음을 동반하는 가속감은 터보차저를 통해 얻어지는 다운사이징 엔진의 그것과는 본질이 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매끄러운 코너링도 여느 유럽 스포츠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캐딜락 등 GM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쓰이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적용된 덕분이다. 스포츠모드와 트랙모드로 드라이브 모드를 옮기자 더욱 탄탄해진 서스펜션은 램프 구간 등 깊은 코너나 반복되는 코너에서 차체를 움켜쥐며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던, 낭창낭창 흔들리던 과거 머슬카의 움직임과 사뭇 다르다.

편안한 주행과 과격한 주행에도 10단 자동변속기의 들락거림이 빈번하다. 촘촘해진 기어비덕에 일상에서 한결 더 부드럽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덤이다.





여기에 시속 100km 정도로 항속주행을 하면 4기통만 작동시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는 가변 실린더 기능이 탑재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도 달린 기능으로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8기통의 기분 좋은 사운드를 듣기 위해 악셀을 밟는 오른발에 자꾸 힘이 실려 지속 시간은 길지 않다.





실내는 각지고 투박했던 이전 5세대에 비해 곡선을 많이 사용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의외로 편의사양이 만족스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드디어 존재 의미를 찾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열선 스티어링 휠과 통풍시트까지 장착됐다.

쉐보레의 보타이 엠블럼 대신 ‘CAMARO’ 로고가 적힌 투박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림이 두꺼워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구멍까지 숭숭 뚫려 미끌림이 적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시프트 패들은 스포티한 주행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계기판은 이전 사각형 실린더에서 평범한 원형으로 돌아왔다. 계기판 상단에 엣지를 넣어 전작의 흔적을 남겼다. 4개의 게이지가 통합된 중앙의 8인치 LCD 정보창은 쉐보레 답게 그래픽 디자인이 다소 엉망(?)이지만 다양한 정보를 알기 쉽게 표시해준다. 한글화가 완벽한 것은 장점이다. 여러 테마를 변경할 수도 있다. 랩타임 스톱워치와 런치 컨트롤 등 트랙 주행을 위한 메뉴도 정보창으로 조작할 수 있다.





차량 특성을 감안해도 수납공간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컵홀더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놓을 만한 마땅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비공식 수납공간인 뒷좌석은 역시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시트 포지션을 맞추다 보면 뒷좌석 승객의 레그룸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어린아이가 앉기에도 힘든 구조다. 헤드레스트 없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지 말라”는 제조사의 암묵적 암시인 셈이다.

트렁크 공간도 기대 이하로 좁다. 무엇보다 입구와 폭이 좁고 높이도 낮다. 웬만한 짐은 제대로 넣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다행히 뒷좌석 폴딩을 지원해 골프백 같은 길이가 긴 짐을 적재하기 용이하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쉐보레 카마로 SS는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에 출시됐으나 6.2L 대배기량 스포츠카 유지 비용은 역시 만만치 않다. 높은 보험료도 문제지만 자동차세 역시 연간 160만원대로 엄청나다.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과 단순히 차량가만을 놓고 고민하기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정작 잡기는 어려운,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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