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오, 크루즈, 말리부. 과거 세단 위주의 브랜드였던 쉐보레가 RV(레저용 차량, SUV 포함) 위주의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 트랙스에 이어 이쿼녹스, 콜로라도, 트래버스가 잇달아 추가되면서 어느덧 사회 초년생부터 노년까지 평생 타고 다닐 만한 라인업을 다 갖춰 놓았다.
1. 트랙스
쉐보레 트랙스는 SUV의 감성에 충실한 존재다. 4,255mm의 전장과 함께 각각 1,755mm와 1,650mm의 전폭과 전고를 갖고 있어 여느 소형 SUV들 사이에서도 살짝 ‘껑충’한 모습이다. 여기에 2,555mm에 이르는 휠베이스를 갖췄으며 공차중량은 1.4L 터보 가솔린 기준 1,365kg이다.
쉐보레 트랙스는 앞서 말한 ‘디자인 변경’을 통해 외형의 개선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의 변화도 대대적인 수준으로 구현했다.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그려진 디테일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 고치며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이다.
물론 2020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한다면 화려한 연출이나 소재 등에 있어서 소소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트랙스 데뷔 이후 등장한 경쟁 차량들이 워낙 다양한 매력, 그리고 우수한 디테일을 갖고 있으니 트랙스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할 수 밖에 없다.
2. 트레일블레이저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에서 가장 최근에 선보인 신차다. 최상위 트림인 RS를 전체 구매자중 64%가 선택했다. RS 트림은 온로드에서의 역동적인 드라이빙에 초점을 둔 모델로, 트레일블레이저 트림 중 가장 가격이 높은 모델이다.
스포티 모델답게 기본트림보다 한 치수 큰 18인치 RS전용 휠이 탑재돼 주행성능을 높였으며, 블랙 보타이 엠블럼, 바디 사이드 몰딩, RS 전용 알로이 휠, 듀얼 머플러, D컷 스티어링과 레드 스티치 장식 등 RS전용 옵션으로 한층 스포티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GM의 첨단 라이트사이징 기술 덕에 제 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획득, 친환경 차량이 받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의 경우 공영주차장 50%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할인, 주차장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50% 할인, 공항 주차장 20~50% 할인 등 다양한 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 이쿼녹스
성인 5인이 타기에 넉넉한 실내공간. 뒷좌석에 카시트를 설치하고 트렁크에 유모차와 각종 짐을 싣고도 여유가 넘친다.
1.6ℓ 디젤엔진은 1.7t의 덩치를 움직이기에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ℓ당 10km 중반대의 연비를 제공한다. 스타일은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같은 체급의 일본계 수입차 정도는 눌러버릴 정도로 폼 난다.
이쿼녹스는 딱히 어느 한 부분을 찝어 자랑하긴 애매하지만 역으로 말해 ‘모든 면에서 평균치 이상을 만족시키는’ 자동차다. 이 차의 차명은 낮과 밤의 시간이 동일한 춘분, 또는 추분을 뜻하는 ‘equinox’에서 따왔다. 어느 부분에서도 과하고 부족함 없이 ‘균형’을 이루는 차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이런 차명을 지었다고 한다.
4. 트래버스
대형 SUV답게 커다란 덩치와 넉넉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겉모습에선 위엄이 느껴지고 안에선 편안함이 느껴진다.
2+2+3으로 배치된 시트는 모든 탑승자들에게 만족을 줄 만하다. 2열은 독립식 캡틴 시트를 적용했고, 두 개의 시트 사이로 3열 좌석을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시트를 접었다 폈다 해가며 3열에 사람을 구겨 넣는 모양 빠지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대형 SUV의 여유다.
3열의 레그룸도 넉넉하다. 제원상의 7명까지는 아니더라도 6명은 편안하고 품위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3열까지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도 넉넉한 트렁크 공간까지 확보했다. 어림잡아 3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도 골프백 6개와 보스턴백까지 들어가고도 남을 듯하다.
덩치에 걸맞게 도로에서는 파워 있는 주행감을 선사한다. 6기통 3.6ℓ엔진의 넉넉한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 kg·m의 힘을 내는 가솔린 엔진은 경박스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육중한 덩치를 민첩하게 끌어당긴다.
5. 콜로라도
높은 지상고와 터프한 디자인, 넓은 적재함, 강력한 엔진. 야생의 거친 환경을 견뎌내기에 그야 말로 딱인 픽업트럭이다.
콜로라도의 외관은 ‘미국차’ 그 자체다. 화려한 크롬소재가 과감하게 사용됐고 전체적인 선도 굵다. 여기에 압도적인 사이즈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동급 어떤 차량보다도 뛰어나다. 프레임 바디가 사용됐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수준이다. 일상적인 도로 환경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출퇴근길과 장거리 주행 모두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다만 고배기량 다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된 만큼 연료효율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휘발유 가격이 저렴하고 항속주행이 가능한 미국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극악의 교통환경을 자랑하는 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