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세대로 진화한 말리부가 2018년 11월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말리부로 돌아왔다. 동일 세그먼트 상에서 가장 단단한 하체로 뭇 소비자들을 홀렸던 말리부다. 다운사이징의 진수를 보여주는 1.35T 가솔린 모델은 적은 배기량 덕에 연비가 좋고 아울러 자동차세 등 유지비가 저렴해 구매자의 호평이 이어진 모델이다. 2.0터보 가솔린 모델은 강한 힘으로 무장해서 운전의 재미를 보장한다. 6000만원대 캐딜락 CTS에 달린 것과 같은 고성능 터보 엔진이다.
말리부는 모든 게 큼직큼직한 미국답게 디테일보다는 중형 세단이 요구하는 기본기에 집중한다. 잘 닦인 아스팔트 평야를 수 백 또는 수 천km씩 달리기 위해 강한 엔진을 쓴다. 오래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단단함 보단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미국차스러움의 전형이다.
반면에 오밀조밀하게 여러 국가가 모여있는 유럽은 디테일에 집중한다. 도시와 도시가 가깝고 차가 많아 강한 출력보다는 코너링에 신경를 썼다. 중세시대부터 만들어진 구불구불 돌길을 달릴때 부드러운 차는 멀미가 나기 쉽상이다. 탄탄함을 추구한다. 유럽차스러움의 전형이다.
글로벌, 지구촌 등의 단어가 나오면서 특유의 ‘스러움’이 모호해졌다. 많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내려놓고 있다. 실제로 BMW는 특유의 단단함을 많이 내려놓고 부드러움을 택했다. 쉐보레는 단단한 하체와 서스펜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말리부의 실내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에 좋은 소재를 쓰고 곳곳에 크롬 포인트를 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만져보면 역시나 투박함을 감출 수 없다. 도어패널에 달린 플라스틱 마감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끝 부분이 다소 날카롭다. 베일 정도는 아니지만 거슬린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조금 많다. 공조장치와 시트 통풍/열선 조작버튼이 한데 있어 약간 어수선하다. 그러나 사용하기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공조기 다이얼 윗쪽으로 파란색 포인트 라인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선과 연장선 상에 있는 통풍/열선 조작버튼의 인디케이터는 주황색으로 표시돼 통일감을 망친다. 풍량을 나타내는 인디케이터도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고 있다. 다른 버튼의 불빛도 '통일감 있게 파란색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튼 표면은 우레탄 느낌을 줘 고급스럽다. 기어노브의 가죽장식과 크롬 포인트도 한 몫한다. 그러나 곳곳에 사용된 우드 그레인의 장식은 빼는게 나을 듯싶다. 갑자기 저렴해 보이는 역효과를 준다.
말리부는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일취월장 좋아진 게 중앙 모니터다. 선명도 뿐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제대로 개선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하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다만 버튼을 누르면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스티어링 휠도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적절한 두께감에 크기도 적절하다. 다만 버튼 누를 때 약간 힘을 줘서 눌러야 한다. 와이퍼와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막대는 스티어링휠과 약간 거리가 있다. 손이 작은 운전자가 운전하기엔 조금 멀 수도 있겠다.
경쟁차종과 더불어 편의장비가 대거 채택되면서 상품성을 높였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주차보조 시스템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등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능동형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하나둘씩 발생한다. 우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발진시 악셀을 꽤 많이 전개한다. 막히는 길에서 옆에 차가 언제 끼어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진하는 속도가 다소 두렵다. 설정을 마련해 부드럽게 출발하도록 바꿀수 있으면 좋겠다.
좋지 않은 노면에서의 잔진동은 최대한 걸러준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첫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한다. 이후 남은 진동을 빠르게 잡아낸다.
장거리를 움직이더라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렇다고 물렁하지는 않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로를 다닐 때도 멀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꽤 괜찮은 하체 세팅이다.
말리부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이는 엔진이 한 몫 하고 있으나 공간 연출의 미숙함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