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숨 막히는' 사회
공무원 시험 지원률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5명을 뽑는 여경 시험에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경쟁률은 200 대 1을 넘었다.
세상에...
나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경찰이 되기 위해(혹은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왜 많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40대 50대까지 시험에 응시한다고 한다.)이 많은 직장을 제쳐두고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일까?
이것이 사회 전반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왜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지는 굳이 여기서 설명 안 해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30세가 넘은 나 역시 나 자신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사례로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뉴스 기사에서 보니 왠지 모를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본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가?
얼마 전 중국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공산주의 체제이고 한국은 자본주의 체제이다. 중국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나이 먹으면 뭘 하고 싶니?”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나이를 먹어서 까지 일을 하고 싶어. 그건 가치 있고 생산적인 행동이니까.”
중국친구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물론 그 친구는 나의 말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 돈을 못 벌면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정년이 길고 연금이 나오는 공무원이 인기라는 것 등등...
그제서야 중국친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물었다.
“넌 나이 먹으면 뭘 하고 싶은데?”
그 친구는 대답했다.
“중국에선 대부분 나이먹고 은퇴하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녀. 국가에서 돈이 나오거든. 나도 나이 들면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싶어.”
세상에~
중국 친구가 부러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먹고 은퇴 후에 여행을 하며 여유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젊은 시절 ‘공무원’을 했던, 그래서 그나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젊은 시절 고생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너무나 심한 경쟁사회를 형성했다.
부의 재분배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아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고 부의 대부분은 후대에 세습되는 분위기다. 경쟁은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시장경제는 각 개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것들을 바꾸자고 말을 하기 힘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사회현상을 보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약자들을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되는 건 아닐까?
경쟁과 자본주의도 좋지만 인간의 기본권은 국가에서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닐까?
공무원이 되지 않고 일반 직업을 가져도 노후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정치에 대해서도 경제에 대해서도 딱히 아는 게 없어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낀다.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기사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무식한 나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몇 년 씩 공부를 해야하는 사회.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항상 노후를 걱정하고 불안해해야 하는 사회.
부는 세습되고 자수성가는 지극히 어려운 사회.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중 1위지만, 대학 후 취업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유지하는 사회.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숨 돌리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