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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기스칸스 May 14. 2016

조카들을 관찰하다

만 5세가 된 조카들을 바라보며 느낀 점, 과연 어른은 아이들과 다를까?

about 조카     


쌍둥이 조카가 있다. 

이란성 쌍둥이로 먼저 태어난 녀석이 누나, 동생은 남자다. 

누나 부부가 맞벌이기 때문에 어머니가 누나의 아이들인 조카들을 봐주시고 계신다. 

때문에 어머니를 통해 항상 조카들 얘기를 듣고, 서울에 가도 엄마가 돌보고 있는 조카들을 보러 자주 가게 된다.     


조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제 막 만 5세가 넘은 이 녀석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귀여움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말할 수 없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그저 아이들이 귀여울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지만, 내 생각엔 어른들 역시 아이들을 통해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두 조카들은 나에게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녀온 남자 조카가 말했다. 

“할머니, 우리 선생님한테 뭐라고 해줘.”

“왜? 무슨 일인데?”

“우리 선생님이 나는 칭찬 안해주고 옆에 있는 친구만 칭찬해줬어. 다음엔 나도 칭찬해달라고 할머니가 선생님한테 말해줘.”


남자 조카는 어느 날 또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나 좀 사랑해주면 안돼?”     


쌍둥이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반으로 나눠 갖는다.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 비교되고 자연스레 분산된 사랑을 받게 된다. 

단 하루도 부모의 집중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쌍둥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갈구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고, 할머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하고, 유치원 선생님의 관심을 더 받고 싶어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비단 쌍둥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사랑을 갈구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내 생각으론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인 것 같다. 

단지 어른들은 애써 그러지 않은 척, 무관심한 척,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연약한 속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조카들을 보면서 내가 느낀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 

물론 외로움을 덜 느끼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잘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어울려 사는 사회적 동물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다. 


부모님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선생님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려 노력하고,

직장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여성에게, 혹은 다른 남성에게(쉽게 말하면 이성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이다.

이런 욕망은 어렸을 적부터 이어져 인간의 평생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디서 비롯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관심종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정신의학에는 ‘신체화 장애’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신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신체적인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그 원인은 당연히 정신적인 것에 있다.

그리고 그 정신적인 원인 중 많은 수는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기저에 깔려있다. 

즉,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신체적인 장애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거리를 가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사람이 바쁘고 행복하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세상에 불행하고 외롭고 힘든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듯 하다. 

모두가 깔깔 웃고 맛있는 걸 먹으며 인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똑같다. 

그 누구도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은 완벽하게 외로움에서 자유롭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외로움에 대해서 깊게 성찰해보지 않은 사람임을 나는 높은 확률로 확신한다. 

인간은 그렇게 태어난 존재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칭찬받고 싶으면 칭찬해달라고 말하고,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해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러지 못한다. 

체면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우리 어른들은 말에 신중하고 가녀린 내면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못한다. 


어른들의 속마음은 아이들의 그것과 똑같다. 

어른들 역시 사랑받고 싶어 하고 칭찬받고 싶어 한다. 

그들의 내면엔 아이들의 마음처럼 순수하고 여리고 약한 부분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 받고 싶은 것은 만 5살이 된 조카들이나 그들을 돌보는 할머니나 똑같은 것이다. 


어른들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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