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들에 비해 유별난 부분들이 있다.
주말에 소위 말하는 아빠의 '기지바지'를 사러 백화점 쇼핑을 가도
4명으로 이루어진 '운명 공동체'라 불리는 가족이 우르르 몰려가고
그중 한 명이 아프기만 해도 조금 더 거짓말을 보태면 그 병세가 악화되리라 만큼
주변 가족들이 걱정해주며 오지랖이란 오지랖은 다 부렸기에..
내가 미국에 있을 땐 어땠냐고?
엄마와 통화할 때 태평양 건너 수화기에 재채기나 기침을 했다간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어 그 태평양을 건너올 기세였다.
그러기에 엄마에게 난 거짓말을 많이 했다.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가 편하려고..
엄마가 요즘 좀 아프다고 한다.
통증이 있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올라와 각종 영상 촬영을 하고 어제 결과 진단을 받았다.
신장에 8cm 정도의 물혹이 붙어있는데 장담은 못하지만 그게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사로 물을 빼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권한단다.
고맙게도 누나와 매형은 '프리랜서' 직업을 갖고 있기에 비교적 시간 조율이 수월한 직업이어
만약 2박 3일간 입원을 한다면 누나가 보살펴드리기로 했다.
이 와중에 엄마는 나중에 해도 되지 않냐며 고집을 부리셨고,
아빠는 가족들에게 엄마를 설득해달라며 매우 작은 부탁을 넌지시 작은 목소리로 하셨다.
어제 그 결과 진단을 듣고자 부모님은 서울로 올라오셨고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 5주년을 겸해 부모님, 누나와 매형, 그리고 우리 부부의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그리고 둘이 온전히 결혼기념일을 보내는 게 더 편했을 아내에게 심심한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와이프는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모르겠다 어젠 왜 그랬는지.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전화와 각종 보고자료에 대한 푸시가 있어
스트레스가 충만했던 하루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렇게 유별난 엄마의 옆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을 보아서 그랬는지..
백화점에서 엄마 옷을 사주고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를 계산하는 아버지가
'이렇게 가족들과 둘러앉아 식사도 하고 얘기하는 맛에 돈 벌고 쓰는 재미 아니겠냐'라고 하실 때
유독 아빠에게 말을 더 걸고 싶고, 아빠와 손을 잡고, 그리고 아빠와 함께 하고 싶더라.
아직 아이는 없지만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 하루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불과 직장 7년 차인 나를,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사업을 일궈온 40년 넘은 짬과 어디 감히 비하랴
나는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후회를 잘하지도 않는다.
그때의 선택과 노력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알고,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론 엄마보다는 아빠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