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30

by jingonboy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방전이나 진료비는 카드결제가 되지만

‘치료행위’는 현금결제만 된다는 그곳을 가면서

지갑에 부족한 현금을 채우기 위해 지하철역 ATM에

잠시 머무르며 하는 고민은


‘얼마 뽑지?’


어렸을 때, 아빠는 나에게 첫 지갑을 사주시며

‘자고로 남자는 지갑에 항상 현금을 갖고 다녀야 해’

라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30대 중반을 넘어 곧 후반을 바라보는 현재의 나이에 그 말이 이해가 가는 부분인데, 남자의 ‘가오’와 불가피하게 현금을 써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일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보통 구두를 닦을 때와, 로또를 살 때.

한국처럼 카드결제가 자유로운 곳이 또 있겠나 싶지만, 저 두 곳은 사회적 통념과 법적으로 현금결제를 받는 곳일 것이다. (물론 계좌이체를 받는 구두방도 더러 있다. 그 외엔 발렛서비스 비용정도가 생각난다..)


오늘은 파란 퇴계 이황만 몇 분 계시기에 세종대왕

세 분과 신사임당 두 분을 같이 나란히 모시기로 한다.

참고로 나는 항상 지갑에 7만 원을 넣어 다니는데

7이라는 행운의 숫자를 아직 믿는 고리타분한

생각과, 아빠가 가르쳐준 그 ‘가오’가 한 스푼 더해진

금액이다.


신사임당 한 분은 불과 30분 정도 후에 치료비용에

쓰일 것이고, 세종대왕 한 분은 로또 당첨일인 오늘을

가슴 벅차게 살아갈 용도로 쓸까 한다.


9호선에서 시끄럽게 통화하시는 한 할머니를 피해

다음 기차를 타려 기다리는 역사 안에서 오늘의

일기를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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