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 - 삼치회와 제주생유산균막걸리

by 새로나무

제주시에서 탑동 가는 택시를 탔다. 우연히 음식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택시기사님이 추천한 음식이 바로 삼치회다. 삼치회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기사님 말씀에 따르면 90년 초만 하더라도 어획한 삼치 전량을 일본에 수출해서 제주 사람들은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하신다. 11월부터 3월 사이가 삼치회를 생물로 먹을 수 있는 제철이라고도 덧붙였다. 삼치 회의 맛을 보고 난 뒤에 그게 사실관계가 어떤지 살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 맛에 빨려 들어갔다.


삼치구이라면 몰라도 회라고 하니 약간은 생경했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그 부드러운 질감만큼이나 살살 녹는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일이다. 그 맛이 처음에는 고등어와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달랐다. 고등어회는 생물로 먹어도 맛있지만 비린 맛이 남아있다. 아무리 제주산 고등어라고 해도 생물은 그런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고등어는 숙성시켜 비린 맛을 없애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바로 잡아 올라온 생선회는 그 질감이 싱싱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살아있을 때의 살의 저항감이 남아있어서 약간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삼치회는 그런 저항감이 전혀 없다.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며, 고소하고 향긋한 내음마저 나서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특유의 소스와 김은 삼치 회의 맛을 10계 단위로 올려놓는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제주 생유산균 막걸리는 좋은 수원으로 빚어서 아주 맛있다. 단순 명료한 가운데 땅속 깊은 곳에서 숙성된 물의 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달지 않으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서울에서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역시 막걸리는 그 지역의 흙냄새를 맡으며 마셔야 제맛이다. 오늘 이 막걸리는 마치 삼치회와 세트로 처음부터 디자인된 것처럼 삼치 한 점에 막걸리 반잔, 다시 막걸리 반잔에 삼치 한 점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갈치구이와 성게 미역국이 있었지만 그 존재감이 서서히 잊힐 만큼 삼치 회의 첫 추억은 강렬하고 깊게 내게 남았다.


그 뒤로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제주에 오게 되면 반드시 삼치회를 먹으러 이 곳에 오게 되었다. 한 번은 후배들과 모이기로 했는데 내가 20분 일찍 도착했다. 기다릴 수 없어서 얼른 한 접시를 시켰다. 그리고 이 삼치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주 생유산균 막걸리'와 마치 의식을 거행하듯이 막걸리 한 모금 마시고, 삼치회 한 점을 먹었다.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맛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준다. 나중에 도착한 후배들이 그 사이를 참지 못하셨냐고 해서 껄껄 웃은 기억이 난다. 지난 3년 동안 제주에 갈 일이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근처 식당에서 냉동 삼치회를 먹을 수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고는 있지만 어디 활어 삼치회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추울 때의 제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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