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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01. 2020

생활동네 자산의 발견-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전 백화점

사람 사는 동네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 그리고 고유한 자산들이 있다. 코로나 19 시대에는 도심보다 동네로 눈을 돌리게 된다. 표준화된 맛보다는 그 동네에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성장하면서 형성된 고유한 특성이 그 음식애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동네 자산을 발견하고 찾고 음미한다는 것은 마치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그 맛을 어려운 가운데에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사장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리게 된다. 우리가 음미하는 맛은 그 변화 발전의 혜택을 가져오는 것이므로 값을 치렀다고 돈으로 교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성과 노력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속에 그 음식의 맛은 더 깊고 넓게 전달될 수 있다.


처음에는 좁은 가게였는데 1년 만에 확장을 했다. 음식은 맛있고 가격은 저렴하니 당연한 일이다. 부침개 하면 내가 다니던 대학 주변에서 먹던 그 맛과 형태와 종류를 떠올리기 딘다.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생생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우선 가짓수가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대단히 넓었고, 밀가루와 음식재료가 잘 어우러져서 어떤 전을 먹든 기본적으로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본 밑반찬 만으로도 막걸리를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미역국은 오래 끓여 미역줄기는 부드럽고 국물은 진했다. 양파절임은 간이 세지 않아 먹기에 적당하고 신김치는 입맛을 돋운다. 금세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운다. 언제나 손님이 많아 전을 주문해도 조금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모둠전이 나온다.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 접시에는 기름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일본 사람들이 만든 전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가지전, 연근전, 두부전, 깻잎전, 버섯전, 고추전과 동그랑땡이 거기에 수북하게 담겨있다. 특히 가지전과 연근전은 겉은 아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이 접시를 1/3쯤 먹을 무렵 2부 접시에는 녹두전, 파전, 김치전이 등장한다. 앞선 접시들이 섬세한 맛들을 선사 한다면, 뒤의 접시는 큼직한 맛을 선물한다.


김치전은 촉촉하고 적당고소한 신맛이 특징이고, 녹두전은 담백하며 파전은 전의 본향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지만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배추전을 추천한다. 배추전 역시 배추의 시원한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 튀김옷은 약간씩 묻어있는 정도여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역시 단점이 있다. 안주를 다 먹기 위해서는 막걸리를 계속시켜야 하는데 취할 수 있다. 그래서 적당량 먹은 뒤 남은 음식을 포장하여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선물하는 것이 과음하지 않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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