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Oct 27. 2020

어머니 솜씨의 추억을 소환하는 부추칼국수

- 추억을 소환하는 부추 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정성과 재료들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었다. 뭐 칼국수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냥 딴 곳으로 가려다가 그래도 궁금해서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한 30분을 서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순서가 되어 입장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음식을 드시는 분들은 왠지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음식을 다 드신 분들이 자리에서 굼뜨게 행동을 하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공분을 살 수 있는데 꼭 그런 사람들이 보인다. 시장기와 기다림의 지루함 끝에 나오는 가벼운 조바심의 발로이 리라. 기다리는 시간과 먹는 순간은 서로 마주 보는 관계라고 문뜩 생각해본다.


칼국수의 정의는 참 간단하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칼로 가늘게 썰어서 만든 국수'라고 한다. 칼국수의 연원은 조선시대 최고()의 조리서인 ≪규곤시의방 ≫에 절면()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주재료로 메밀가루를 쓰고 연결 제로 밀가루를 섞고 있다. ≪간편 조선요리 제법 簡便朝鮮料理製法≫에서는 “밀가루에 소금을 조금 뿌려 물에 반죽하여 오랫동안 주무르고 쳐서 반죽을 극히 되게 한 뒤에 방망이로 얇게 밀어서 잘게 썰어서 끓는 물에 삶아 내어 냉수에 헹구어서 물을 다 빼서 버리고 그릇에 담는다. 맑은장국을 끓여서 붓고 국수장국에 얹는 고명을 얹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의 칼국수는 오늘날과 같이 밀가루를 쓰고 있으나 국수를 찬물에 헹구어 국수장국을 만들어 붓는 것이 특이하다. 요즈음의 칼국수는 주로 장국에 넣어 그대로 끓여 먹는다. 이것은 국물이 탁하기는 하나 구수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칼국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부추 칼국수의 국물이 멸치인지, 사골인지 아니면 닭인지 헷갈린다. 꼭 그 레시피를 뜯어봐야 음식이 맛있는 건 아니니 그만 궁금해하기로 한다. 내가 칼국수 사업을 할 것도 아니니 그저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주문받을 때 양을 기준으로 하되,  남/여로 주문을 한다. 남자라도 양을 적게 먹고 싶으면 여로 주문하고 여자라도 양을 많이 먹고 싶으면 남으로 주문한다. 뜬금없게도 중학교 체육시간에 배웠던 대목이 떠올랐다. 남자와 여자는 단위 면적당 근육량이 차이가 난다고. 남자들이 평균적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이렇게 정한 것인가 보다. 우리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남/여로 주문을 했다. 한 가지 메뉴만 파는 음식점의 장점대로 바로 음식이 나왔다. 좋아하는 부추와 파가 수북한데, 부추 조금 더 달라고 했더니 한 그릇 별도로 담아 내주신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내어주는 사람들의 깊은 속을 나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감자 덩어리들과 칼국수의 굵직한 면발이 보기에 우선 먹음직스럽다. 우선, 부추와 파가 아래로 잠기도록 하고 그 위에 면을 덮는다. 이렇게 하면 부추와 파가 뜨거운 국물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리라. 구수한 국물을 우선 한 모금한다. 시원하면서도 약간은 걸쭉한 맛이 든든한 한 끼의 시작을 알린다. 면발은 곧바로 목 너머로 가기 싫어하는 듯하다. 탱글한 면발이 내게 쫄깃함을 충분히 즐긴 뒤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쫄깃한 면발이 굵어서 한가락씩 올려 먹는다. 밀가루를 잘 다루는 장인의 솜씨가 입안에서 느껴진다. 왜 칼국수는 면발이 투박한 모양을 하고 있을 때 더 맛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손맛을 그리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면발에 부추와 파, 김치를 곁들인다.


다만 김치는 약간 매웠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맛이다. 곧바로 칼국수 국물을 요청하니 늘 있었던 일이라는 듯 김치를 씻어먹을 수 있는 국물을 따로 내어 주신다. 한 가지만 파는 곳의 섬세한 서비스. 맛도 있지만 양이 많아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일어서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줄을 서고 있는지 절로 이해가 간다.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뭔가 그 매움 속에서 크고 작은 일상의 고단함을 단번에 털어버릴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문득 어머님께서 해주시던 칼국수의 추억을 소환한다. 밀가루를 직접 반죽해서 상위에 올려놓고 하얀 밀가루를 조금씩 뿌리면서 반죽한 밀가루를 상가득 펼쳐질 때까지 방망이로 문지르고 거의 다 펴지면 칼로 한 자락씩 썰어내시는 동안 냄비에서는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물이 끓고 있었다. 여기에 감자와 고추장을 넣고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완성된 칼국수는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우리 삼 형제를 한 상에서 결속시켰다.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은 추억은 오래간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억속에서 재구성된다. 오늘처럼 그와 유사한 음식을 먹으면 어김없이 추억은 소환되고 더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구성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활동네 자산의 발견-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전 백화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