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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Oct 26. 2020

육류와 해물의 만남 - 전복삼합과 전복닭죽

전복하면 완도를 떠올린다. 아주 먼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했던 기억은 아주 희미하다. 그런데 2008년이니 12년이나 지났지만, 전복요리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를 돌아보면 확실히 음식은 기억과 추억에 강하게 작용한다. 싱싱한 전복과 채소를 볶아 내놓은 큰 접시 가득 전복을 옆사람, 체면 뭐 이런 거 내던지고 먹었기 때문이다. 전복살은 통통하고 쉽게 씹히는 질감이 좋았고 내장은 고소했다. 다음날 해장을 전복죽으로 했는데 전복내장이 잔뜩 들어가 푸른빛 가득한 그 죽은 밤새 고생한 내 위장을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장흥을 방문했을 때 소등심과 키조개를 같은 불판에서 요리해주었다. 도시에 살면서 육류면 육류, 조규면 조류, 해류면 해류로 먹던 습관과는 다른 육류와 어류를 같이 먹는 문화가 왠지 조화롭게 생각되었다. 전복 삼합은 홍어삼합과 라임도 맞고 그 콘셉트가 비슷하나 맛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상추와 낏잎을 깔고 그 위에 돼지고기 한 점, 전복 한 점을 올려놓고 새우젓과 마늘, 된장을 얹어 입에 넣는다. 입안 가득 찬 상태가 약간은 부자연스럽지만 서서히 씹으면서 그 재료들이 뒤엉키는 느낌을 즐긴다. 바다에서 나온 패류들과는 달리 전복에서는 바다내음이 나지 않는다. 오직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을 선사할 뿐이다. 간간한 새우젓은 전복과 돼지고기의 맛을 한층 돋운다. 새우젓은 돼지고기 소화에 좋다고 한다.


닭과 전복, 녹두와 인삼을 넣은 죽을 한 입 먹는다. 아 사회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인력개발 측면에서 그토록 부르짖고 가야 한다고 외치던 융합을 나는 날마다 음식을 통해서 실천하고 있었구나라는 탄식을 살짝 했다. 윗부분은 부드럽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약간씩 걸쭉해지고 마지막에는 살짝 누른 부분이 있어 과식을 부를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계속 주의하며 먹게 된다. 전복과 닭이 어떻게 섞이는지 그 과정을 알 수는 없지만 대단히 잘 어울린다는 것을 먹을 때와 먹고 나서 느낄 수 있다. 더없이 속이 편안하다.


 전복은 바다의 명품, 바다의 산삼이라 불린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도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전복을 복어(鰒魚)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 내장은 익혀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으며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전복은 다시마, 대황, 미역, 감태, 파래 등을 먹고 산다. 전복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영양이 체내에서 잘 흡수되어 회복기의 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건강식으로 많이 쓰인다. 전복에 들어 있는 타우린, 아르기닌,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의 아미노산은 특유의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촉감과 어울려 맛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장에는 해초 성분이 농축돼있어 맛, 향, 영양이 뛰어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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