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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01. 2020

찬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알탕


명태의 곤이는 부드럽다. 명태알들이 씹히는 것과 달리 부드럽다. 휘휘 감아 올라간 모습에서 어떤 조형미도 느낄 수 있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메뉴가 알탕이다. 대학시절 제기시장에서 늘 먹었던 메뉴이기도 하다. 그 알탕을 거의 매주 한 번씩 먹게 될 줄이야.


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태백 시장에서 맛본 도루묵찌개에 등장하는 도루묵 알이었다. 겉은 부드럽고 알알이 더럽게 터지면서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뒤 대학 졸업 후 잠시 학원강사 생활할 무렵부터 도루묵의 알은 점점 질겨지더니 요즘은 고무처럼 질겨졌다.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다시는 그 도루묵 알을 먹을 수 없다니....


이 집의 알탕은 재료가 아주 명확하다. 곤이와 명태알로 구성된다. 미나리와 대파가 잘 어우러져 끓이면 끓일수록 따뜻하고 시원한 알탕 국물을 먹을 수 있다. 싱싱한 고춧가루의 붉은빛은 알탕을 완성하는 중요한 재료다. 따뜻하면서 시원하다는 표현은 알탕을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두부와 미나리를 먼저 건져 먹는다.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곤이를 아껴서 먹는다. 명태알을 하나씩 낚아 올려 먹다 보면 여전히 절반 정도가 남아있다. 그리고 부드러워진 무를 먹고 나서 가락국수 사리를 주문한다. 가락국수 사리는 쫀득해서 입안에 착착 감긴다. 추운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다. 뜨끈한 알탕 하나면 충분하다.


왜 우리는 한 메뉴를 정하면 그 메뉴만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 이 가게에 와서는 낙지볶음과 소면을 먹었는데 나중에는 가게 주인께서 걱정된다는 듯 질리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이번에는 매번 알탕을 주문할 때마다 계속 걱정스럽게 물어보신다. 오늘도 또 알탕을 드실 거냐고? 다른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알탕은 따뜻하고 고소하고 시원하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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