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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08. 2020

집밥을 생각나게 만드는 건강한 음식

가정식 백반은 식당에서 가정식 밥을 본떠 차려주는 백반이고, 백반은 음식점에서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끼워 파는 한 상의 음식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가정식 백반을 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식당들이 많았었다. 최근에 집밥이란 단어가 정감 있게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가정(家庭)이란 단어보다는 집이라는 단어가 훨씬 가깝고 정겹고 가족을 생각나게 해 준다. 그리고 집이라고 하면 내가 쉬고 나를 치유해주는 곳이라는 느낌이 묻어있다. 그러니 집밥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집밥은 어떤 음식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묘한 의미를 채울 수 있는 곳을 발견하는 것은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이다. 


당연히 그곳에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지난 7월에 이전을 하셨단다. 시간이 벌써 오후 2시가 넘어서 그런지 가족들은 배고프니 그냥 근처에서 다른 음식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굽히지 않고 이전한 곳을 향했다. 다들 쀼루퉁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곳을 향한다. 약 5분 뒤 새로 이전한 곳을 찾았다. 가게는 이전했지만 미리 나온 반찬 몇 가지를 먹어보니 음식 맛은 똑같아 안도했다. 그리고 한술씩 밥을 떠서 청국장과 비지와 불고기와 고등어를 먹으며 다들 왜 아빠가 여기를 오자고 고집했는지 알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좁쌀의 노란 빛은 은은하다. 쌀과 잘 섞인 밥을 넉넉한 그릇에 내어주시는데 이것도 집밥 느낌이 나게 만드는 장면이다. 게대가 밥이 부족하면 바로 채워주신다. 넉넉한 인심도 음식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콩비지는 두부를 만들고 난 나머지임에도 별도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음식이다. 겨울날 아랫목에 저 콩비지를 띄우고 김치를 넣어해 주시던 어머님의 음식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 김치 콩탕이다. 콩비지는 싱겁지만 비지 특유의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약간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우리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양껏 먹을 수 있었다. 고등어구이는 촉촉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이다. 청국장은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먹게 된다. 깊게 익어있는 맛이다. 무 무침과 콩나물, 멸치와 나물의 구성과 맛은 완벽한 집밥이다. 


사람은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인생을 마감한다. 집에서 쉬고 집에서 위로를 받는다. 집에서 음식을 먹고 집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집에서 대화를 나눈다. 집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집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수많은 사연들과 건들 이 쌓여가면서 집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만든 거대한 일상의 역사를 품은 터전이 된다. 집밥은 그 따스함과 편안함을 품고 있는 단어다. 그러니 길에서 집밥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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