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Nov 09. 2020

혼밥 - 도다리 쑥국





역삼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이었다. 회의는 1시 30분부터 진행된다고 해서 미리 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어제 먹은 술이 몸에 영향을 미쳐 아무래도 생태탕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던 중 문득 들어선 가게 옆에 도다리 쑥국이 붙어 있길래 무심코 생태탕을 제치고 그걸로 달라고 했다. 도다리를 깊이 음미하면서 먹은 적은 별로 없었다. 회로 가끔 먹었던 정도다. 2004년 쑥에 관한 특허를 건설회사에 이전해 줬었는데, 특허받은 쑥이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팔팔 끓여 나온 모양새가 먹음직스럽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주변으로 시선을 분산하거나 대화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오직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우선 호호 불며 국물 한 입 머금고 쑥의 향기에 취한다. 도다 리살에서 빠져나온 살내음이 국물 안에 분산되어 있는데 그 고소한 맛이 어지럽다. 도다리 살은 제쳐두고 연신 국물을 떠 마신다. 도다 리살 안에 있던 중요한 성분들은 모두 국물 안으로 배어 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몸안으로 밀려들어간 쑥의 향기와 도다리 우려낸 국물이 몸 전체에 퍼져 따스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말갛지 않고 약간 탁한 국물의 색깔이 오히려 입맛을 돋운다.


어릴 적 쑥 떡을 해오셔서 권하시는 어머님 손길을 피해 도망간 적이 여러 번이다. 쑥의 향기가 어린 나에게는 썩 내키지 않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나니 쑥갓도 쑥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쑥에 도다리 살을 싸고 국물과 곁들여 먹으니 혼밥의 절미를 느끼는 듯하다. 그때 이후로 봄이 되면 으레 도다리 쑥국을 찾게 된다. 처음 먹었던 맛의 여운에는 가닿지 못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처음 맛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 먹는 음식이 나에게는 최고라고 여기게 된다.


쑥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고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혈압을 낮춰준다. 백혈구의 수를 늘려 면역 기능을 높이고 살균효과가 있다. 쑥의 치네올이라는 성분은 대장균, 디프테리아균을 죽이거나 발육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고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한다. 강력한 해독작용은 덤이다. 간의 해독 기능과 지방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피로 해소와 체력 개선 기능을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도다리가 가자미과에 속한다고 하니, 가자미회나 가자미 찜을 어렸을 적부터 먹고 자란 나에게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도다리는 회도 좋지만 탕으로 먹을 때 그 살이 훨씬 부드럽게 밀려들어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볼락구이와 볼락회 - 미각을 깨우고 추억을 부르는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