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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23. 2020

소금의 고장에서 올라온 맛 기행

- 신안 천일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

식재료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일은 흥미를 유발한다. 내가 알던 그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놀랄만한 기능들을 갖고 있다. 음식에 관해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맛을 볼 수 있고 아는 만큼 몸속에 흡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안천일염의 우수성을 처음 나에게 알려주신 허 대표님이 오랜만에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셨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소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작년에 친구에게 요즘 볼만한 소설을 추천받았는데 바로 박범신의 <소금>이다. 이 책은 한 가장의 일대기인 동시에 소금에 관한 해박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천천히 읽으려고 했으나 확 빠져들어 순식간에 다 읽었다. 소금의 중요성과 소금의 역할을 넘어서 소금을 밥벌이로 하는 사람들에 관한 연대감을 갖게 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천일염이 등장한다. 


오랜만에 허 대표님의 신안 천일염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신안 천일염은 다량의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 우수성으로 따지면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천일염을 먹지 않고 정제염을 먹느냐 하면 대부분의 염전 사업자들이 너무 영세하고 마케팅 역량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좋은 소금은 옹기그릇과 마찬가지로 습기를 머금고 내뱉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천일염은 3년 정도 숙성시켜서 먹을 때 최상의 소금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소금이 신체에서 하는 기능을 살펴보면 필수 섭취 음식이지만 그 섭취량은 조절해야 하며, 어떤 소금을 먹을 것인가의 선택적인 문제도 남는다. 일단 신안 천일염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소금에 관해서는 무조건 짠 것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심장전문의들 중 상당수는 적절한 소금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정제염보다는 천연 소금을 적당량 먹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 이온으로 분리된다. 인체 내 나트륨 양은 체중 1kg당 1,550∼1,380mg으로 체중이 60kg인 사람의 경우 체내에 70∼80g의 나트륨을 보유하고 있으며 25∼40%가 골격 조직에, 나머지는 세포외액에 존재한다. 소금은 위액의 구성 성분인 염산을 만들고 근육, 신경 등의 작용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나트륨은 세포외액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양이온으로 세포외액량, 산·염기 평형, 세포막 전위 등의 조절 및 세포막에서 물질의 능동 수송을 수행하는 우리 몸에 필수적인 무기질의 하나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우리가 먹는 상당수의 음식이 소금에 절인 음식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이고, 최근 양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코로나 단백질을 유도하는 ACE2효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나와 몸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프랑스 연구팀의 연구내용도 참고할만한 사항이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참나물은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 산채나물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잎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며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 특유의 향이 강한 산채나물로 육류 요리와 잘 어울려 서로 부족된 영양을 보충해 준다. 열량이 매우 낮아 (100g당 29kcal) 비만 방지, 안구건조증 예방 (열량이 낮아 비만 방지에 효과적이며 비타민 A의 전구체가 되는 베타카로틴)에 효과가 있다. 참나물은 역시 양념에 무쳐 생으로 먹어야 참나물 특유의 향을 음미하면서 맛을 느낄 수 있다. 질감이 미나리보다 약하고 상추나 깻잎보다는 높아 씹는 맛이 좋다.  


날이 추워질수록 맛있는 굴을 먹을 수 있다. 약간 비릿한 느낌도 좋고 바다내음도 좋다. 역시 굴을 표현할 말을 찾을 길이 없다. 시원하고 고소한 맛으로 대충 퉁친다. 한치를 저렇게 먹기 좋게 흠집을 내서 모양도 좋고 먹기에도 좋다. 한치는 입안에 감긴다. 이어서 매생이탕이 나왔다. 앞서 먹었던 굴과 매생이를 같이 끓이면 굴 매생이탕인데 추울 때 한 그릇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등 따시고 배부르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칼로리는 낮고 칼륨이 풍부해 무기질을 보충해주며, 철분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 예방과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 뿐 성장이나 발육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생이는 앞으로도 나를 성장 발육시켜줄 것이다.


낙지는 역시 남도에서 올라온 식재료가 최고다. 무안의 뻘낙지를 먹어본 경험에 비춰 오늘 나온 낙지들은 부드럽고 맛있다. 쫄깃함이 세지 않은 것이 남도 낙지의 특징이다. 그러니 식감도 고급스러운 맛이다. 게다가 파채와 잘 어울린다. 방어가 비리지 않은 깔끔한 기름진 식감을 선사하는 계절도 역시 지금이다. 회가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 전복 한 미안에 전복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쫄깃한 식감은 튀지 않고 내장은 약간은 비릿한 고소한 맛이다. 홍어 삼합까지 이 모든 음식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령부는 다름 아니라 오래간만에 뵙는 어르신들과의 깊은 대화다. 끝도 없이 얘기는 이어진다. 그 대화가 막히지 않도록 이탈리아산 와인은 약간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선사한다. 확 취기가 오르지 않고 적당히 온몸을 자극한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남도밥상을 선물로 받았다.


어머니가 광화문에서 시작하고 딸이 그 자매 음식점을 내었다고 하신다. 잘 먹고 길을 나설 무렵 그 따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열정과 내공을 깊이 간직한 분이라는 소개를 받아서 그런가 장인의 포스가 물씬 풍긴다. 같이 커피 한잔 하는 영광도 덤으로 얻었다. 아쉽지만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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