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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24. 2020

막걸리를 부르는 꼴뚜기와 주꾸미 데침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킬지도 모르지만 막걸리를 먹을 때 잘 어울리는 안주로 꼴뚜기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덩치지만 생긴 모양은 오징어와 비슷해 귀여운 모양이다. 그리고 살짝 데친 그 살을 씹으면 부드러운 질감이 퍼지면서 오징어나 주꾸미와는 다른 맛의 세계를 열어놓는다. 지방과 당질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몸에 좋다고 한다. 초장은 꼴뚜기와 완벽하게 잘 어울리며 신 김치는 다시 꼴뚜기와 막걸리를 부르는 선순환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특히 제철에 만나는 꼴뚜기는 부드러움의 질감이 훨씬 더하다. 이 가게 꼴뚜기의 특징은 마지막 남은 한 점을 먹을 때도 처음의 질감과 거의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 


주꾸미는 꼴뚜기가 가진 부드러움과는 달리 씹는 맛이 훨씬 좋다. 꼴뚜기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편이라면 주꾸미는 입안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머문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낙지나 꼴뚜기보다 많은 타우린이 포함되어 있다. 데친 주꾸미를 보며 문득 전남 광주에서 주꾸미 샤부샤부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바다 근처라 싱싱한 주꾸미를 국물에 바로 데쳐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런데 이 가게의 주꾸미 데침은 맛에 관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데침의 가장 큰 매력인 부드러움을 주꾸미는 한아름 안고 있다. 


주꾸미냐 꼴뚜기냐 선택의 기로에 설 필요가 없다. 반반을 주문하면 된다. 예산이 부족하면 주꾸미와 꼴뚜기를 섞어 한 접시 달라고 하고, 예산이 넉넉하면 주꾸미와 꼴뚜기를 각각 한 접시 시켜 같이 먹으면 최상이다. 꼴뚜기와 주꾸미는 제각기 자신들만의 특징적인 부드러움을 선사하므로 나는 단지 젓가락만 옮기면 된다. 막걸리를 한 모금하고 꼴뚜기를 한 점, 주꾸미를 한 점 먹고 마무리는 신 김치로 한다. 


꼴뚜기와 주꾸미가 다 떨어지기 전에 계란말이를 주문한다. 88년부터 가게를 운영하셨던 사장님은 무뚝뚝하되 정감 있는 멘트로 가끔씩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금은 은퇴하시고 지금은 친척뻘 되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는데 계란말이 맛은 예전과 같다. 계란의 고소한 식감과 기름에 지지돼 기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마무리는 칼국수. 멸치 베이스의 칼국수 국물은 약간 얼큰하면서 시원하다. 얼큰한 칼국수 국물 맛이 다시 막걸리를 부르는 약간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막걸리를 아주 적당한 온도로 보관하는 매력이 있는 가게다. 단 한 번도 김 빠진 막걸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 적당한 저온보관의 시원함을 매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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