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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06. 2020

섭섭함을 잠시 잊게 해준 꽃등심

4년 반 동안 열심히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일했던 동료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섭섭함을 달랠 길을 이리저리 찾다가 이 곳으로 향했다. 그 섭섭함을 잠시 잠깐만이라도 잊을 수 있다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하필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러 각자의 우울한 마음과 대비를 이루었다. 숲과 개울이 인접한 이곳은 잠시나마 도시를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7년 전 눈 내리는 겨울날 창밖에 떨어지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한 끼니를 나누었던 추억이 문득 밀려온다. 그 뒤로 가끔 들렀는데 한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고기를 굽는 참숯에도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우를 굽는 불은 너무 강해도 안되고 너무 연해도 안된다. 적당한 불이라야 고기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참숯들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어서 불기운도 은은하고 깊게 올라온다. 꽃등심 사이로 살치살은 1인당 한 점씩 제공된다. 얼른 살치살이 먼저 익어 입안으로 들어온다. 역시 부드럽고 기름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 경계선에서 고소한 맛을 보여준다. 두툼한 등심이 참숯의 불기운에 서서히 익어간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에 앞자리 동료가 잘 뒤집는다. 완전히 익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적당히 익으면 바로 먹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대체로 완전히 익어야 먹는 스타일이다.


참숯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고기 맛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맛이다. 기름에 담긴 마늘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거기에 파절임과 무 생채를 곁들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이 집에서는 왠지 그렇게 먹고 싶지 않다. 그냥 소금에 살짝 찍어서 온전히 고기 맛을 본 후 마늘과 무 생채와 파절임은 따로 먹는다. 등심의 고소하면서도 살짝 기름기가 얹어져 있는 맛을 있는 그대로 먹는 방법이다. 같이 온 동료들 사이에서 하나 둘 탄성이 나온다. 잠시 잠깐 나도 그냥 마음을 놓고 그 맛을 깊이 음미한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그 우울한 상황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잠시 잠깐이지만 그냥 온전히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


멸치를 우려낸 국물과 한우 등심이 섞인 된장찌개는 처음 맛과 바닥이 보이는 국물 맛이 시종일관된다. 콩들이 흩어져 날리면서 구수한 맛을 한껏 돋워준다. 밥을 반만 먹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 그 된장에 밥을 다 먹고 말았다. 된장은 아늑하게 나의 장을 감싼다. 그 구수함은 한동안 다시 생각나게 하는 맛일 터이다. 이 맛있는 식사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차가운 현실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등심의 고소함과 된장의 아늑함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돌리는 발길의 무거움을 덜어줄 것이다. 더 멋진 미래가 펼쳐지길 기원한다는 나의 하나마나한 덕담이 맑은 하늘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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