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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01. 2020

눈으로 맛보고 입으로 즐기는 곳

성북동은 뭔가 다른 동네와는 다른 것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곳에는 다양한 분야의 가게들이 많이 있다. 최근에는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다. 이 작은 가게를 알게된지도 꽤 되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파스타와 피자는 자주 찾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역시 맛을 음미하고 맛을 기억하는데는 특정한 계기가 필요하다. 마늘은 날카로운 맛을 지닌 식재료다. 그 날카로움은 그러나 몸속에서는 위와 장을 감싸며 우리의 면역체계를 단단히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을 나누어준다. 바로 알리신이다. 빵은 바로 구워 나오기에 시간을 두고 좀 기다려야 한다. 테두리는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며 은은한 마늘향을 남긴다. 뒤이어 부드러운 부위가 촉촉한 감촉으로 입안에 감긴다. 한 조각씩만 주시는데, 오늘은 왠지 더 주문을 한다. 당연히 계산에 넣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주신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


수프가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먹물 리소토를 주문하고 공통 메뉴인 루꼴라 샐러드를 음미한다. 루꼴라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에 새우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상상하며 샐러드를 먹는다. 시저 샐러드가 메뉴판에 없지만 아쉽지 않을 만한 맛이다. 올리브 오일과 매콤한 소스가 뒤엉켜 밋밋할 것 같은 샐러드의 맛을 풍부하게 바꿔 놓고 있다. 루꼴라 한 입을 물고 오래오래 씹으며 그 생명이 펼쳐져 있던 대지를 상상한다. 틀림없이 좋은 풍광 속에 자랐을 것이다.


피칸테 피자는 우리가 서로 눈치 보지 않도록 10조각으로 나왔다. 쫀득한 치즈와 할라피뇨의 매콤함이 버무려지고 뒤에서 얇고 부드러운 빵이 뒤를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들이 입안에서 하나로 융합하도록 적당히 저작운동을 한다. 단 두 조각이지만 충분히 피자라는 음식을 깨닫게 해 준다. 먹물 리소토의 먹물은 아주 진하지도 옅지도 않은 색감이 보기에 좋다. 중간중간 섞여있는 홍합과 꼴뚜기, 새우와 게 등 해산물들은 아주 연하지도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다. 리소토는 부드럽고 쌀알은 탱글탱글하여 씹을만한 질감이어서 씹는 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예술의 장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작자의 의도에 충실하되 맛을 음미하고 상상하는 것은 나의 자유의 영역이라 마음껏 주관적으로 느끼고 상상해도 괜찮다. 누구도 권위 있는 해설을 들고 와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그런 맛의 느낌은 곤란하다거나, 자유로운 상상은 곤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내가 먹는 순간 어떤 것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일상 속 소박한 예술행위를 해낸다. 그리고 예술행위의 추억은 오래갈 것이다. 입안에 감도는 맛의 추억도 다음 끼니 여행 때까지는 충분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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