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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30. 2020

사라져 가는 가게들을 안타까워하고 추억하며

숯불 닭꼬치 가게에 오랜만에 들렀다. 닭꼬치는 여전히 그 맛을 유지하고 있었고 염통은 고소했다. 생맥주에 얼근하게 취기가 올라 그동안 이 가게에 대해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두 분 사장님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감지했다. 다음 주 토요일에 가게를 그만둔다고 하셨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혀 모른다. 각각의 가게는 명확한 고객층과 적당한 시간대가 있다. 이 가게는 타깃이 저녁을 먹고 오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다. 지난여름 1차 영업제한 때에 8시 15분에 들러서 9시까지 잠깐 먹고 나설 무렵 어려움을 하소연하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양상이 전혀 달리 전개되고 있고 그것이 가게 운영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가게를 그만두겠다고 하셨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현재를 살고 있다. 아마 100년 뒤라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가게는 세대를 이으면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그들의 일상에 뭔가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만은 이런 가게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코로나가 음식점을 비롯한 자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게 분명한 것 같다. 아쉽고 허망한 마음이 깊게 가슴을 찌른다. 왜 내가 마음을 두는 아지트는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인가?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가을까지 우리 부부는 연포탕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역시 두 부부께서 운영하시던 가게는 흔치 않은 그 메뉴를 매력적인 맛으로 우리에게 대접했고 우리는 그 연포탕 속에서 각자의 삶을 얘기하는 습관을 처음으로 갖기 시작했다. 1년이 되어갈 무렵 가게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지만 지금껏 연락하기 어려웠다. 2016년 만난 먹태 가게 사장님은 먹태에 대한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저온에서 잘 숙성시킨 부드러운 먹태는 한참 힘든 시간을 보낸 나와 아내의 삶을 평안하게 감싸주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과 후배들의 삶도 더불어 위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게가 너무 잘되어 건물주의 임대료 장난과 주변 가게 사장들의 질투심에 지쳐 그만둔다고 했다. 그러다가 한 군데 다시 찾은 먹태 집도 1년 되는 시점에 그만두셨다. 


내 삶은 온전히 나 혼자만으로 만들어나갈 수 없다. 주변의 환경이 중요한데 내가 힘들 때 내 몸과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는 것은 내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아지트가 하나씩 사라진다는 것은 내 옆구리가 허전해지는 것이고 내가 마음 둘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마음 한구석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숯불 닭꼬치 집을 찾았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이 가게와는 이별이다. 그래서 그런지 생맥주는 너무 시원하고 달고 닭꼬치 역시 너무 맛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주고받는다. 


내 주변에 있는 가게들, 이 아지트들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이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가면서 내공을 부단히 쌓고 나와 같은 소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문화의 공간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기적이다. 내 일상을 위로하고 나의 몸을 채워주고 마음을 위로해줄 가게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이 자식들에게 꼭 물려줄 수 있는 가게를 만드는 것은 그들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그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동네의 가게를 자신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동네 가게가 나의 자산임을 알고 있다. 그 가게로 인해 나의 삶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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