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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08. 2020

추위를 녹이는 곰치탕, 고소한 과메기와 막회


3D 프린터와 다양한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누구나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재료비 등 비용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센터장을 맡고 있는 후배가 말한다. 이곳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특히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만들고 싶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간. 여기서의 청춘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 인생이란 새로운 혁신을 위해 한 발 내디디는 것을 멈추는 순간 그 의미가 사그라든다고 하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나도 배울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속으로 되뇐다. 코로나로 자주 만날 수 없는 자리를 만들어준 후배님은 먼저 귀가하고 옷깃 속으로 찬기운이 파고드는 거리를 걸어 저녁자리에 도착했다.

사전에서 막회는 갓 잡아 올린 생선을 날로 채 썰어서 만든 음식, 막장에 찍어 먹거나 무채, 실파, 양파 따위의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 것을 말한다. 숙성회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회의 질감이 부드럽고 아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막회는 어떻게 이렇게 숙성회처럼 아늑한 질감을 선사하는 것인가? 불가사의하다. 굳이 이 막회를 구성하는 생선들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지 않다. 고소한 회가 온전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양념과 뒤엉켜서도 회의 맛을 이렇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음이 즐거울 따름이다. 


포항에 가야 과메기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울 하늘 아래서 plan B 정도는 맛볼 수 있어야 한다고 동시에 생각한다. 과메기의 매력은 등심의 매력과 같다. 기름기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그 고소함의 경지를 맛볼 수 없다. 그 미묘한 고소함은 한편으로는 음식이 좋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 맛을 보기 위해 집중해야만 가 닿을 수 있는 맛이다. 맛은 저절로 내게 오지 않는다. 누군가 권위 있는 해설로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다. 제대로 느끼려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 몸의 장내 미생물과 나와의 균형, 내 주변의 사람과 나와의 균형은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막걸리는 담백하고 고소한 과메기의 맛과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 후배들의 인간적인 맛에 깊이깊이 취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아늑함을 선사하는 곰치탕. 겨울이 되면 그 매력을 한껏 뿜어내는 곰치탕. 추우면 추울수록 그 깊은 맛을 내어주는 곰치탕 앞에서 내 몸과 마음은 아득한 골짜기를 헤맨다. 겨울밤 11시 청량리에서 밤 열차는 출발한다. 밤새 사람들의 추억과 어둠 속에서도 밝은 풍경과 그동안 못다 한 얘기와 소주잔들을 삼키며 달린다. 새벽녘에 도착한 동해역에서 조금만 달리면 저 멀리 있다가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촉석루의 해돋이에 잠시 감격의 마음을 머금고, 삼척시장으로 가면 거기 따뜻한 곰치국이 밤새 싸해진 장을 위로한다. 그 곰치탕의 추억이 이 맑간 국물 아래 잠겨있다가 내게 떠오른다. 깔끔하고 시원하며 따뜻한 맛 한가운데에서 나는 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한다. 이 친구들과 살아온 세월들이 주고받는 잔과 음식 속에서 녹아들어 가 나는 잠시 현실을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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