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라는 생태계의 중심 척추를 느끼며 계단오르기

by 새로나무

하루 중 내가 온전히 내 몸을 느끼는 순간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몸들은 순서대로 깨어난다. 우선 눈이 떠지기 전에 의식이 깨어난다. 그리고 눈을 뜨면서 밝음과 어두움을 구분한다. 만약 밝음이 많다면 물론 깨기 싫지만 할 수 없이 일어나야 한다고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어두움이 더 깊다면 더 자도 된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몸 전체에 스위치를 끄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의 의미는 더 뒤척거리고 미적거리고 게으름을 피우고 심지어는 다시 깊은 잠에 들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는 내 몸을 온전히 느낀다. 바로 일을 마치고 퇴근후 소파에 지친 내 몸을 던질 때다. 던져 놓으면 머리부터 가슴, 팔과 어깨, 다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피로감을 호소한다. 축 늘어져 있다고 피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침에 깨어날 때의 축 늘어짐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머리는 말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바로 이때 내 몸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임을 확인한다. 머리는 몸과 가슴과 연결되어 있고 팔과 다리도 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왜냐하면 피로가 전방위적으로 나를 내리 누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단을 오르며 나는 내 몸을 전체로 느낀다. 발만 계단을 디디는 것이 아니라, 발을 디디는 순간에 정강이와 허벅지를 통해 엉덩이에서 다시 척추에 신경이 간다. 아니 척추를 둘러싼 근육들이 약간의 긴장을 풀고 운동을 하며 척추를 아늑하게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며 나는 내 몸의 중심을 향해 간다. 내 몸의 중심에는 척추가 있다. 그 척추로 인해 고단한 삶을 살았던 기억들은 날려버린 지 오래다. 척추 디스크가 더 이상은 내게 척추 질환이 아님을 안다. 그저 마음이 피곤해서 척추를 둘러싼 근육에 영향을 미치고 그 척추를 둘러싼 근육이 약해지면서 척추도 보호받지 못함을 하소연함으로 인해 통증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수록 척추를 둘러싼 근육은 단단하게 척추를 보호한다. 보디가드를 훈련시켜 주인공을 보호하는 전형적인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척추(脊椎, spine)는 사람에서 목과 등, 허리, 엉덩이, 꼬리 부분에 이르기까지 주요 골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뼈를 이야기한다. 사람에는 7개의 목뼈(경추), 12개의 가슴뼈(흉추), 5개의 허리뼈(요추), 5개의 엉치뼈(천추), 4개의 꼬리뼈(미추)로 구분된다. 척추 안에는 뇌에서 나온 신경다발로 척수(脊髓, spinal cord)가 존재하며, 이는 중추신경계인 뇌와 말초신경계인 말초기관들을 잇는 역할을 한다. 척수는 매우 중요한 신경 통로로, 손상 시 여러 가지 종류의 마비(痲痹, paralysis)가 가능하여 강력한 뼈인 척추로 보호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척추 [Spine] (학문명 백과 : 의약학, 신상엽)


척추는 내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핵심이다. 그 척추를 둘러싼 근육들이 나를 지탱하는 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내가 계단을 오르며 느끼는 내 몸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척추의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며 척추를 감싸는 근육의 기운을 발에서 거친 호흡과 종아리 근육과 발이 지켜주고 있다. 내 몸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깊이 느낄 수 있다. 내 몸은 적어도 수십조의 세포와 수십조의 미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지탱하는 것이 척추다. 일종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니 이 지휘자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계단은 그 척추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비록 누군가는 콘크리트라고 하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에도 못 미치는 존재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가 정말 사랑스럽다.


아 그런데 4세트를 마치고 나니 급작스럽게 허기가 밀려온다. 척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에 내 몸 안의 기관들이 척추를 질투해서 나의 의식을 분산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허기가 심하게 밀려온다. 그래 척추에 대한 사랑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그래도 여섯 세트를 마친다. 추운 날씨에 적합하고 허기를 면할 음식들을 떠올린다. 샤워를 하고 싸늘하게 찬 공기를 마시며 허기를 달래러 길을 나서는 이 순간 행복한 감정이 스르르 밀려온다.

(126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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