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서 평일은 늘 어둠에 싸인 창밖을 보며 계단을 오른다. 오늘처럼 휴일에는 해가 훤할 때 문을 나선다. 마침 하늘이 맑고 구름이 아름다워 휴대전화를 들고 나선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하늘은 맑고 깨끗하고 명료했다. 올 한 해 잠시 맑은 하늘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즐거워했다. 6월에 중국에서 공장 가동을 늘렸지만 괜찮았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난방을 시작하면서 3주 전부터 다시 시작된 미세먼지로 인해 다시 우울한 시간들이 찾아왔다. 옛 어른들은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일렀지만 적어도 날씨 하나만 놓고 보면 올해처럼 일희 일비 했던 적이 있나 싶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날이 추워지면서 적어도 지하 1층에서 21층까지 3세트 정도 해야 몸이 풀어진다. 그러니 창문을 여는 시점도 늦춰지고 창문을 많이 열지 않고 살짝만 열어둔다. 아무래도 창문을 닫아 놓으면 탁한 공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내 삶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었는지 잘 모른다. 사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원한다고 급하게 서두른다고 되는 걸 겪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건강 검진하면서 체크한 인바디 결과를 보면서 지난 1년 10개월 동안 계단에 들인 공이 제대로 평가를 받는 느낌이다. 체지방이 24%에서 17%로 내려갔다. 보디빌딩 하는 아들이 몸을 벌크 업하면서 근육을 다지고 있는데 보여준 체지방 분석표에는 13.4%고 나와있었다. 약간 우쭐해졌다. 골격근은 43kg VS 37kg. 아들과 나의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게 저 계단 덕분이다.
계단을 오르는 운동은 다른 어떤 운동과도 전혀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달리기도 하면 할수록 익숙해진다. 마라톤을 할 때 느꼈었다. 그런데 계단 오르기는 그동안 쌓은 기득권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매번 똑같은 강도의 어려움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언제나 첫 세트는 힘들며 심지어 호흡도 가쁘다. 물론 세트를 거듭하면 그동안의 운동에 대한 대가를 약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겨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겨우 겨우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는 게 마치 요즘 코로나와 우리 일상의 관계와 같은 느낌이다.
세상 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의 일상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었다. 그런데 점점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많아진다. 미세먼지와 코로나가 그렇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점점 하루 확진자 수가 늘어나며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는 느낌이다.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런데 그 견뎌냄으로 인해 나의 일상이 피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의욕이 생긴다.
그 의욕의 밑바탕에는 계단이 있다. 계단은 내게 견디는 힘을 선물로 주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이와 비슷하다. 이해하고 견딤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내가 마음 둘 곳을 제공한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급하게 서두르거나 급하게 사람에 대해 비교하고 쉽게 판단을 내리면 좋은 관계를 만든다는 건 물 건너 가버리게 된다. 한 걸음씩 탑을 쌓는 마음이 필요하다.
(147층)